시진핑에 편지 보내 '우한폐렴 대응노력' 평가… 국내 확진자 급증 '유감 표명' 없어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안내로 현장 의료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안내로 현장 의료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우한폐렴', 이른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를 격리치료 중인 병원을 찾아 강력한 조치를 당부했다.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의 대응에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현 상황이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 낫다고 강조하기에만 급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인들을 만나 “과거 메르스 사태 때 입원환자를 통해서 다른 환자나 내원객, 의료진이 감염된 사례가 있어 지역사회도 불안해했다"며 "그 이후 감염병 의료체계가 개선됐기 때문에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는데 그 부분을 설명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2차 감염을 최대한 막는 조치를 취해 나가면서,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들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발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됨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文, 마스크 착용한 채 악수 생략... 환자 접촉 기피

    문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통상 해오던 관계자들과 악수를 생략했다. 이어 응급의료센터 앞에 마련된 임시천막에서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두 번째 확진자인 50대 남성환자를 격리수용 중인 병동에 들렀다. 문 대통령은 우한폐렴 환자를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다.

    메르스 사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메르스 슈퍼 전파자는 다름아닌 정부 자신이었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4년차에 발생한 우한폐렴 사태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응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다.

    검역체계는 구멍이 뚫렸다. 세 번째, 네 번째 확진 판정자 모두 입국 때 공항 검역 시스템을 무사통과했고, 이후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 추가 감염자 발생 우려가 확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에서 귀국해 증상을 세 차례나 호소하며 두 번째 확진자와 간접접촉했다는 한 의심환자의 말을 듣고도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우한폐렴과 관련해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53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북한마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금지를 요청한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춘절 기간은 이미 지났다.

    한국당 "중국 눈치 보기 급급"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인 입국금지 여부에 대해 "각국마다 대처방안이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 결정이라든지 관계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차원에서 판단해야 될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불리던 병명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일괄정정했다. 이후 청와대는 언론을 향해 명칭 통일을 요구했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wuhan virus(우한 바이러스)' 등의 표현을 쓴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생일축하 서한에 대한 답신에서 감사와 함께 중국 정부의 우한폐렴 대응노력을 평가하고, 조속한 수습을 기원하면서 우리 정부도 필요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내 확진자 급증의  원인 제공에 대한 유감이나 항의 표명은 없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되는 정부가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하지 않나’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일 대 확산 방지에 실패한다면 이 정부는 큰 책임에서 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한폐렴이 지난 연휴 내내 우리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정부의 뒷북치는 보건행정으로 국내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얼마나 퍼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다”며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 간의 여러 왕래에 대해서도 국민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원칙하에 필요하다면 출입국금지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