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어려운 말로 통일… 이인영 "한중관계가 우선"
  • 정부·여당이 우한폐렴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주문하는 국민여론을 '중국인 혐오론'으로 왜곡하며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더 자극했다. 또 이 질병의 이름으로 '중국' 또는 '우한' 등 지역 명칭을 쓰지 않기로 한 것도 과도한 중국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2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 표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용하는 'novel coronavirus(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용어와 유사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질병의 위험성과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표현이라는 문제가 있다. 

    27일 우한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전수조사와 군 투입까지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은 "(손씻기 등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국민들이 널리 알 수 있도록 대응방안에 대한 홍보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질병의 공식 명칭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단어로만 구성해서는 질병 관련 경각심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요 외신은 '우한' '중국' '폐렴' 등의 단어를 사용해 우한폐렴의 심각성을 알리는 중이다. 미국 CNN은 'Wuhan coronavirus'(우한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표기한다. 영국 BBC는 'China Virus'(중국 바이러스)라고 쓴다.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명시함으로써 해당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경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NHK는 '新型肺炎'(신형 폐렴)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이 병이 전염성이 있는 폐렴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린다.

  • ▲ ⓒCNN 홈페이지 캡처
    ▲ ⓒCNN 홈페이지 캡처
  • ▲ ⓒBBC 홈페이지 캡처
    ▲ ⓒBBC 홈페이지 캡처
  • ▲ ⓒNHK 홈페이지 캡처
    ▲ ⓒNHK 홈페이지 캡처
  • 이인영 "보다 넓은 시각으로 한중 관계를"

    2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도 황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한중 양국 국민의 혐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보다 넓은 시각으로 한중 관계와 미래를 내다보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마치 대중국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네티즌 사이에선 당장 '전염병도 같이 앓아줘야 친구냐'란 반응이 나온다. 네티즌들은 "미세먼지도 우리 책임이라며 즐겁게 마셔주고 있다"며 현 여권이 중국에 대한 저자세를 고수하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누가 중국인을 혐오하자고 했나.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당분간 통제하자는 것 아닌가. 자국민부터 살리고 봐야지"라며 개탄스럽다는 반응도 많았다. 

    또 "오랜 우방국과 동맹인 나라에는 사사건건 시비 걸면서, 북한 중국한테는 심기 불편해할까봐 전전긍긍"이라며 한심하다는 의견을 비롯해 "중국이 언제부터 우리의 친구인가. 6.25전쟁부터 사드 혐한까지 그렇게 당해도 친구라니" 등 중국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의견도 많았다.

    네티즌 "전염병도 같이 앓아줘야 친구냐?"

    한편 대만은 중국 단체 관광객 6천여명 전부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특히 중국 후베이성에서 오는 사람들은 입국까지 차단하고 있다. 

    '중국과 오랜 친구 관계'인 북한은 지난 22일부터 중국을 통해 들어오려는 외국인, 심지어 자국민까지 입국을 막고 있다.

    현 여권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마저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은 미세먼지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쭉 있어왔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중일 연구자들의  공동연구('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에 의하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초미세먼지의 32%가 중국에서 초래된 것이며, 자체 기여율(자체 발생률)은 절반 정도로 한중일 삼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중국은 자체 기여율이 91%, 일본은 55%였다. 

    그런데 KBS, MBC 등 공영방송은 현재 ‘중국발 미세먼지’를 ‘국외 미세먼지’라고 돌려 표현하고 있다. 이 역시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