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서엔 "중국 9번 다 미회신"… 언중위 문서엔 "중국 2번 회신" 사실관계 달라법조계 "둘 중 하나는 허위공문서"… 식약처 "허위보도" 주장하려 허위자료 만들었나김강립 식약처장이 언중위 정정보도청구서 신청인… 공문서 조작 여부 직접 밝혀야
  • 김강립 식약처장. ⓒ뉴시스
    ▲ 김강립 식약처장. ⓒ뉴시스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속국'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번에는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식약처가 '알몸김치' 논란이 인 중국산 김치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답변자료와, 중국을 상대로 한 '굴욕외교'를 지적한 본지 보도와 관련 언론중재위원회에 낸 정정보도청구서의 내용이 동일한 사안임에도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달 22일 국민의힘 소속 서정숙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중국 측 발송 공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 현지실사과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외교부를 거쳐 중국 세관당국(해관총서)에 총 아홉 차례 서한을 발송했지만 중국 측으로부터 한 차례도 회신받지 못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18일 이 같은 답변자료를 서정숙 의원에게 제출했다.

    아홉 건 중 여덟 건은 지난해 1~10월 발송한 것으로, 중국산 김치의 HACCP(해썹,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적용을 위해 현지조사 협조요청을 담았다. 나머지 한 건은 지난 3월17일 중국산 '알몸김치' 논란과 관련해 중국 측에 관리 강화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 식약처가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자료. 중국 측의 회신 여부에 모두 '미회신'이라고 표시돼 있다. ⓒ전성무 기자
    ▲ 식약처가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자료. 중국 측의 회신 여부에 모두 '미회신'이라고 표시돼 있다. ⓒ전성무 기자
    특히 식약처가 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중국 측 회신' 여부와 관련 아홉 건의 서한 모두 '미회신'으로 표시됐다.

    본지는 지난달 23일자 보도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식약처의 '굴욕외교'를 지적했다. 그러자 식약처는 "보도는 완전한 허위"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식약처는 정정보도청구서에서 "피신청인(본지)은 이 사건 보도를 통해 중국정부가 신청인(식약처)의 요청을 1년 동안 일방적으로 무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청인이 여덟 차례에 걸쳐 수입김치 해썹 의무화와 관련된 협조요청을 한 것에 관하여 중국정부는 2020년 5월과 12월 두 차례 회신을 보낸 사실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신청인은 외교관례상 중국 측의 회신 문서의 존부 및 그 내용 등을 국가기밀로 분류하여 관리하여야 함이 마땅하다"고 전제한 식약처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허위사실로 인해 국민들이 현혹되고 건강권까지 위협받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해당 문서를 위원회에 제시하여 이 사건 보도를 정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가 국회에 보낸 답변자료에는 중국 측의 회신이 '0건'으로 돼 있는데, 언론중재위에서는 중국 측의 회신이 '2건'이라고 다르게 주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식약처가 국회와 언중위에 각각 제출한 자료 중 하나는 '허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두 자료 모두 식약처라는 정부기관에서 작성한 것인 만큼 '공문서'에 해당한다.
  • 식약처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정정보도 청구서 일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중국 측이 2020년 5월과 12월 두 차례 회신했다고 돼 있다. ⓒ전성무 기자
    ▲ 식약처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정정보도 청구서 일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중국 측이 2020년 5월과 12월 두 차례 회신했다고 돼 있다. ⓒ전성무 기자
    이에 따라 식약처가 허위자료를 국회와 언론중재위에 제출했다면 형법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 언론중재위로서는 공정한 중재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식약처가 국회에 거짓 내용이 담긴 답변을 제출했다면 이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도 "식약처가 국회에 보낸 답변자료는 국회법 제122조 등에 따라 (전자)서면질의에 의한 공식적인 식약처의 공문서로 볼 수 있다"며 "만약 국회에 허위 답변자료를 제출했다면 이는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라고 단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언중위의 조정신청서에 허위 내용이 있다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는 물론, 언중위에 대한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기관이 보도자료에 허위내용을 적시해 배포한 행위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로 처벌된 전례가 있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 당시 "국정원의 댓글 활동은 정상적인 사이버 심리전"이라는 허위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국정원 관계자 A씨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했고,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다. 

    이번에 식약처가 중재위에 낸 정정보도청구서의 신청인은 김강립 식약처장이다.

    서정숙 의원은 "식약처가 언중위에는 중국의 회신이 있었다는 자료를 제출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행정부를 감시하는 입법부의 정당한 질문에 허위문서를 제출함으로써 국회의 정당한 입법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행위"라며 "중국을 상대로 저자세로 일관하는 정부가 입법부까지 기망하는 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