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엔 "선거법은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없다" 비판하더니…
  •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2019년 한 해를 돌아보며 국회를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마무리를 당부했다. 예산 부수법안 처리가 미뤄지는 것에는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종무식 성격의 영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결실을 맺을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고, 우리 사회 전반의 불공정을 다시 바라보고 의지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 설치법을 처리할 예정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촛불정신을 계승하며 변함없이 뜻을 모아준 국민의 힘이었다"며 올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저무는 한 해 끝자락에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20대 국회 내내 정쟁으로 치달았고,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진화법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 재연"

    문 대통령은 이어 "이미 역대 최저의 법안 처리율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며 "우리 정치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엄중히 여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인식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 등 범여권은 지난 27일 야당의 반대 속에 선거법을 강행처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채 강력반발했지만, 문희상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선거법 처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장경호대에 의해 의장석 밖으로 끌려 나왔고, 밀려 넘어진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2016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이 선거구 획정을 강행하려 하자 "선거법은 경기의 규칙으로 지금까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3년 뒤 선거법은 강행처리됐다.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선거의 규칙인 선거법이 선거 주요 참여자인 제1야당이 전면 반대하는데도 강제로 통과된 것은 처음이다. 1988년 민정당이 선거법을 단독처리할 때도 야당이 소선거구제 도입 자체에는 찬성했다.

    黃 "우리가 직접 경험한 文정권은 무법정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한 문재인 정권은 무법정권이었다. 최소한의 법도 없었고, 금도도 없었다"며 "온갖 불법과 날치기를 통해서 선거법을 통과시켰고, 공수처법도 날치기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물밑에서 진행하던 제1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는 결국 거짓말과 술수로 일관해 왔다"고 지적했다.

    범여권의 '4+1 협의체'가 힘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큰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파장이 클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비위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착수 시점부터 공수처에 내용을 알려야 하고, 공수처장이 요구하면 검찰이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장은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이 임명되는 구조다. 공수처장은 7명의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임명하며, 7명의 추천 위원 중 여당 추천 위원 2명,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등 4명은 사실상 여권 인사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올해로 촛불시민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절반을 맞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사람만 바뀌었을 뿐 구조적 원인인 제도를 하나도 바꾸지 않은 탓에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거대 양당제라는 한국 정치구조의 모순이 사회 곳곳에서 폭발한 한 해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