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문희상, 아들 지역구 세습위해 선 넘었다!"
  • ▲ 지난 23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선거법 개정안 상정에 반발하며 '아빠찬스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뉴시스
    ▲ 지난 23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선거법 개정안 상정에 반발하며 '아빠찬스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뉴시스
    2020년 예산안에서부터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법에 이르기까지  4+1(더불어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협의체와 문희상 국회의장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중이다. 4+1 협의체가 민주주의를 위협, 심지어는 유린할 가능성이 큰 이러한 법안들을 제 멋대로 고쳐가며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었던 것은 문희상 의장의 편파적 의사진행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문 의장의 이런 행태가 결국 "아들 문석균의 지역구 세습이라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문의장의 이 같은 행태에 참다 못한 자유한국당은 결국 26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기습상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국회의 수장이 특정 정파의 이익 혹은 개인적 사익을 위해 집권여당이 두는 장기판의 졸처럼 움직인다”며 검찰과 헌법재판소에 각각 철저한 수사와 신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한국당에 의한 문희상 의장에 대한 문제제기와 항의는 점점 더 강도가 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진 자유한국장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도중, 문희상 의장이 야당 의원에 대한 모욕적 언급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필리버스터 당시 한국당 송석준 의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심 원내대표에 따르면, 송석준 의원이 지난 25일 박대출 한국당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문 의장을 향해 " 20대 국회가 다 끝나가는데 개판 정치가 나온다"라고 항의하자, 문 의장이 "개 눈에는 개만 보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의장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송석준 의원은 "너는 개다, 심하게 말하면 '너는 개XX'라는 욕을 나에게 한 것"이라며 한국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주길 촉구했다.

    예산안 강행→ 선거법 개정안 기습 상정으로 격화된 문희상과 한국당 갈등

    국회 역사에서 이렇듯 국회의장과 야당의원이 격한 언사를 주고받은 적은 거의 없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과 문의장에 대한 법적 항의조치가 이어지면서, 이런 사태의 발단과 원인제공자는 문희상 의장이라는 지적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3일 선거법 개정안 기습 상정 이후로 한국당과 문희상 의장의 관계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의장의 선거법 개정안 상정소식에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찾아갔지만 의장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뒷문을 통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본회의를 열었다. 도망치듯 의장실을 빠져나가 본회의장에 미끄러져 들어간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 일은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의 집합체 4+1을 위한 편파적 의사진행과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발언 저지 및 토론 저지였다. 

    상황이 이렇게 치닫게 되자 필리버스터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의 문의장을 향한 성토가 폭포처럼 쏟아져나왔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어 몇 가지만 간추려보자. 문의장을 향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 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필리버스터 도중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문의장을 향해 "정말로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의장"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중에 문희상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과연 몇 명이 있을까 의문스럽다. 나같으면 쪽팔려서라도 자진해서 내려오겠다"고 문 의장을 강력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 '아들 공천'을 한국당의원들이 외칠수록 자식(문의장의 아들 문석균)의 지역 인지도만 올라갈 뿐이라고 문희상 의장이 설마 그렇게 말했나. 어떻게 국회의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그런 말을 하나. 시정잡배와 다를 게 뭔가" 라고  문 의장을 성토했다. 

    박대출 의원 역시 "문 의장의 별명이 장비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장비가 동탁이 됐다. 신의의 장비가 아니라 역적 동탁, 의회 쿠데타의 주모자가 됐다."고 문의장을 비판했다.  

    "의정부에서는 문석균이 아니라 문희상 아들로 통해"

    앞서 언급했듯 한국당은 문희상 의장의 이런 태도가 자신의 아들을 의정부갑 지역구에 세습공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의정부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 민주당 의정부시갑 상임부위원장이 2018년 12월에 급작스럽게 상임부위원장직에 임명된 것이 세습의 첫 포석이라고 한국당은 파악하고 있다. 문 의장은 의정부 해당 지역구에서만 6선을 했고 그 덕분에 국회의장에 오른 인물이다. 문의장 역시 숭문당이라는 서점을 창업해 서적도매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문의장은 자신의 과거 생업인 서점주인이라는 직업과 현재 직업인 국회의원 두 개를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문희상 의장이)예전에는 나름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얘기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문 의장이 이런 편파적인 진행을 하는 것을 보니 '아들 지역구 세습' 이외에는 문의장의 이런 행동을 설명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지 반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문석균 부위원장의 의정부갑 출마는 지역내에서도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국당 의정부갑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문석균은 '실력자'라는 말 이외에 표현할 언어가 없을 정도로 문희상 아들 문석균의 파워는 막강하다"며 "그가 지난해 12월에 민주당으로 가기 전부터 의정부갑은 문석균이 출마한다는 말이 이미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내년 총선에서 당선을 바라볼 수 있는데, 그런 것을 준비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에 거주하는 배 모씨(34)는 "의정부에서는 문석균이 아니라 문희상 아들로 더 유명하다"면서 "아버지 지역구를 고스란히 물려받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문석균 부위원장의 군면제 의혹도 제기됐다. 그가 근시로 병역을 면제받고도 본인 명의로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눈이 나빠 군은 면제 받고, 그 시력으로 운전은 하고 다닌다"며 "세습 공천을 기다리고 있는 날치기 주범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 이야기"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한편 문석균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지금까지 해왔던 정치적 문제들을 제가 잘 이을 수 있고 가장 최격적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세습논란에 대해 심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아버지가 공격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밝혔다. '아빠찬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인 문희상 의장의 편파적인 의사진행에서 아들 공천을 떠올리지 않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문희상 의장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국회의장이 된다는 사실은 그가 올바른 길로 전향하든 그렇지 않든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대한민국 국회와 국회의장이란 자리가 무색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