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3일 '유시민 알릴레오'서 의혹 해명… “피고발인 신분 현직 청장 방송 출연, 징계감”
  • ▲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3일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3일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김기현 시장을 일부러 수사 안했다"며 '하명 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황 청장의 유튜브 출연을 두고 '징계감'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 캡쳐
    '청와대 하명수사'에 의한 선거개입 의혹이 일주일 넘게 정국을 흔들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의 비리 첩보를 청와대로부터 받은 경찰(울산경찰)이 수사를 통해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게 이 의혹의 얼개다.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침묵하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각종 의혹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부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곤혹스런 모양새다.

    청와대가 곤욕을 치르고 있자, 의혹 핵심 인물인 황 청장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방송 등을 통해 의혹 해명에 나섰다. 그런데 그가 출연한 방송이 '유시민의 알릴레오'라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황 청장은 '알릴레오'에서 김 전 시장과 검찰을 향해 '열렬한' 비난을 쏟아냈지만, 그의 출연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연루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현직 지방경찰청장이 유튜브 방송에 나간 것은 황 청장이 처음이다.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선 그동안 '꿀 먹은 벙어리'였던 황 청장이 의혹 해명에 나선 것에 대해 '방어논리'를 만든 것 아니겠냐고 했다. '검찰을 압박하려는 언론 플레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황 청장에 대해 "현직 고위 경찰간부 신분으로 정치 편향적 유튜브에 출연한 것 자체가 공무원 근무규정 위반으로 징계감"이라고 지적했다.

    황운하, 알릴레오 출연해 “김기현 수사 봐줬다”

    황운하 청장이 '알릴레오'에서 한 발언도 논란거리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을 오히려 배려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3일 이 유튜브 방송에서 "당시 고발이 접수돼 통상적으로 피고발인 신분인 김기현 시장을 소환조사할 수 있었다"면서 "만약 경찰이 선거에 나쁜 영향을 주고자 마음 먹었으면 망신주기 수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무리하면서 오해받을 일 하지 말자’고 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김 전 시장이 ‘몸통’인데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 한 번 안 했다"며 "그런데도 김 전 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비분강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이)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검찰에서 무혐의가 나고, 오히려 자신이 임명한 수사팀장인 성모 경위와 김 전 시장을 고발한 건설업자의 '유착'이 드러난 사건인데도 '안하무인 적반하장'식 발언을 한 셈이다.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낸 신조어 '조국스럽다'가 적절한 표현이기도 하다. 비분강개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수사는 무혐의가 났으며, 황 청장은 '영전'했고, 김 전 시장은 낙선했다. 황 청장이 국민들과 눈높이에 맞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그는 검찰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황 청장은 "요즘 (검찰) 수사는 형사소송법 대원칙에 어긋나게 한다"며 "검찰 입장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기 때문에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중앙지검이 이 건으로 황운하를 손보려고 하는 것보다는 청와대를 공격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거들었다.

    황 청장의 '알릴레오' 출연에 대한 법조계에서 비판이 나왔다.

    법조계 “황운하 ‘알릴레오’ 출연, 지지층 결집 노림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하명수사’라는 의혹 자체가 엄청난 파장을 가져오는 사태"라며 "단순하게 혼자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 청장 신분이 공무원인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정식 언론을 통하거나 경찰청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야지 유튜브에서 자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무원 근무규정 위반에 따른 징계사유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도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며 "자신들이 결백하면 검찰에 나가 소명하면 될 것을 여론(지지층)을 등에 업고 기대보겠다는 심리"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 때문에 말을 못하는 상황을 이용한 검찰을 압박하려는 술책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도 "황운하 청장이 유튜브에 나온 것은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상부 허가 없이 출연했다면 징계가 가능하다 본다"고 강조했다.

    한 원로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따져도 ‘하명수사’ 아닌가"라며 "현직 경찰청장이 특정 성향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여론전을 펴는 게 공직자로서 올바른 행태인지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