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비핵화 협상서 배제돼… 지소미아 실무협의 시간 부족… 방위비는 여론전만 펴
  • ▲ 북한이 지난 10월 초 발사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지난 10월 초 발사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3일 또 미국을 향해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협박을 내놨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북한과 미국 양자 간 주제가 되는 동안 한국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당사자라 주장하지만 그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는 연말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있다.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다. 12월이 시작됐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에서는 이들 문제를 해결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北, 美 향해서는 “대답하라” 연일 고성…韓, 존재감 ‘0’

    북한은 3일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차관) 명의로 담화문을 내놨다. 리 부상은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은 우리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에 화답해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 무슨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 타령을 늘어놓으며 시간벌이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주장하는 대화는 본질적으로 우리를 대화 테이블에 묶어놓고 국내정치와 선거에 유리하게 써먹기 위해 고안해낸 어리석은 잔꾀”라며 “미국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외워대는 대화 타령에 더는 귀를 기울일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리 부상은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중대조치를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위협했다. 12월24일까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대가’를 내놓으라는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비핵화 협상에서 문재인 정부를 사실상 배제했다. 북한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한국 측의 쌀 지원을 거절했고, 11월에는 금강산관광 시설을 철거하겠다며 “남조선은 끼어들 곳이 없다”고 통보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박대에도 계속 손짓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11월23일 해안포 사격, 11월28일 초대형 방사포 사격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항의조차 못했다.
  • ▲ 한일 극한대립의 시작이 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일 극한대립의 시작이 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일 지소미아 일시 연장 시한, 실질적으로는 3주 남아

    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 11월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일시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양국 정부의 발표에 차이가 있어 논란도 있었지만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먼저 한일 간 과장급 준비회의와 국장급 회의를 열어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수출규제 해제 방안이 마련되면 한국은 지소미아 연장을 검토한다”는, 큰 틀에서는 뜻을 같이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 11월28일 서울에서 과장급 준비회의를 가졌다. 다음 단계인 국장급 회의는 12월 중순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오는 12월23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계기에 맞춰 열리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회담에서는 지소미아와 수출규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실무회의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에서 이를 풀기는 어렵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타결이 되지 않는다면 지소미아는 내년 초 결국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시한도 12월31일

    미국이 50억 달러(약 5조9350억 원)를 요구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올 연말까지는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명시된 시한이 12월31일이다.

    지난해 2019 SMA 체결 협상 당시 미국 측은 “내년 4월15일부터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8700명을 강제 무급휴직 처리할 것”이라고 한국을 압박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389억원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5년마다 했던 SMA 협상은 매년 열겠다고 미국 측에 양보했다
  • ▲ 지난 11월 18일 KIDA에서 열렸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3차 협상장에서 나오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의 표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1월 18일 KIDA에서 열렸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3차 협상장에서 나오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의 표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은 올 들어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요구했다. 처음 이 이야기가 미국 언론에서 나왔을 때 설마 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지난 9월24일 서울에서 열린 1차 SMA 협상에서 ‘50억 달러설’은 사실로 밝혀졌다.

    10월23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2차 협상, 11월18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열린 3차 협상에서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3차 협상에서는 미국 대표단이 오전 회의만 마친 뒤 자리를 떠 논란이 일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수석대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아쉽게도 한국의 제안은 양국이 공평하게 짐을 나눌 수 있도록, 우리가 제안한 방안과 괴리가 컸다”고 주장했다.

    4차 협상은 미국 워싱턴에서 3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국방부와 외교부 안팎에서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내년에 있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2021년 일본과 협상에서 분담금을 대폭 올릴 수 있고, 이를 내년 대선 때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계속 나온다.

    이처럼 한국 외교·안보와 관련한 중대 사안들의 시한이 12월임에도 문재인 정부 안보부처에서는 이에 대한 특별한 대응책이나 대응전략 등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들리는 이야기라고는 야당과 언론에 대한 비판, 내년 총선 관련 공천과 개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