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6개월 앞두고 5개월 된 경남경찰청장 돌연 교체…이용표 청장 부임 후 일제 수사
  • ▲ 2018년 지방선거 전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해 창원, 양산, 사천시장 자유한국당 후보를 수사한 이용표 현 서울지방경찰청장. ⓒ뉴시스
    ▲ 2018년 지방선거 전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해 창원, 양산, 사천시장 자유한국당 후보를 수사한 이용표 현 서울지방경찰청장. ⓒ뉴시스
    2018년, 울산과 경남에서 지방선거를 불과 몇 개월 앞둔 상황에서 야권 인사들을 향한 경찰 수사가 일사불란하게 벌어졌다. 울산과 경남경찰청장이 갑작스레 교체된 직후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과 맞물려, 당시 울산·경남 정가를 떨게 했던 경찰청장들의 행보가 주목받는다.

    2017년 12월, 이용표 경남지방경찰청장이 부임했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 임기를 불과 5개월여 소화했던 원경환 전 경남지방청장이 갑작스레 물러났다. 통상 지방청장의 임기가 1년인 것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이 청장이 부임하고 3개월 뒤인 2018년 3월, 나동연 당시 양산시장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 3선에 도전하던 나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당시 경찰은 '업무추진비 유용'을 이유로 양산시장실과 비서실·행정계를 압수수색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일권 양산시장선거 예비후보가 그를 고발한 탓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나 시장을 향해 '카드깡'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유력 경쟁자였던 김 후보는 각종 토론회마다 이 사건을 화두로 삼았고, 이후 선거에서 당선됐다. 

    나동연 전 양산시장 경찰 수사받고 낙마…당선자는 '문재인 집사' 송인배 절친

    김 시장은 대표적 '친문' 정치인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정무비서관을 거치며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송인배 전 비서관의 측근으로 꼽힌다. 김 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꾸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 송인배 전 비서관이 총출동했다. 2018년에는 김경수 지사가 김 시장을 적극 지원했다.

    창원시장선거에서는 조진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공천이 확정되던 날 '채용비리 의혹'이 있다며 경남경찰청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는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선거를 치렀지만 낙선했다. 창원시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민원제도혁신비서관 출신인 허성무 현 시장에게 돌아갔다. 조 후보는 이후에도 경찰 수사에 시달리다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천시장선거에서는 송도근 사천시장이 경찰의 수사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당시 무소속이었지만, 2017년 12월 한국당에 입당하자마자 이듬해 1월 뇌물 수뢰 혐의로 시장실과 차량을 압수수색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당선됐지만, 선거 직전까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마음을 졸였다. 영장은 기각됐고, 법원은 송 시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건설업자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남 정가는 아비규환"

    당시 경남지역 정가에서는 경찰이 야권 후보를 잡는다는 말이 파다했다. 경남지역에 지역구를 둔 한 재선 의원은 당시 상황을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출마를 공언했던 사람들에 대해 경찰이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정권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며 "당시 지방선거 출마자들뿐만 아니라 경남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들도 '아비규환'이라며 '몸을 사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경찰이 너무 치고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경남지역 정가를 떨게 한 '야권 후보 수사'를 지휘했던 이용표 전 경남지방청장은 1년 임기를 마치고 2018년 12월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옮긴 뒤 지난 7월 다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영전했다. 한국당은 이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2017년 7월 부임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도 당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전임자를 밀어내고 청장에 취임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수사를 담당하던 수사팀을 전원 교체했다. 같은 해 12월 울산지방경찰청은 청와대에서 보낸 김 시장 관련 첩보문건을 이첩받고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수사에 착수했다. 

    곽상도 "야권 죽이기 위해…울산서 야권 국회의원 내사도"

    김 전 시장은 낙선했고, 문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같은 시기 울산지방경찰청은 한국당 소속 의원 3명과 무소속 의원 1명에 대한 내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당 소속 3명과 무소속 1명에 대해 황운하가 지휘하는 울산지방경찰청에서 내사가 펼쳐졌다"며 "야권을 죽이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이 검찰 수사를 이유로 명예퇴직을 막으면서 출마가 사실상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