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대사관, "외교 공관 보호 노력 강화 촉구한다" 성명… 한·미 관계 악화 우려
  •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7명은 18일 오후 사다리를 이용해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었다. ⓒ뉴시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7명은 18일 오후 사다리를 이용해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었다. ⓒ뉴시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며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9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진보단체들은 이들의 행동에 대해 “격려받아 마땅하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대진연 회원 17명은 18일 오후 2시 50분경 사다리를 이용해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었다. 이들은 미 대사관 마당에 무단으로 진입해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외교단 초청 리셉션에 참석한 상태였다. 미 대사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17명과 침입을 시도한 2명을 각각 건조물침입과 건조물침입 미수 혐의로 체포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노원경찰서, 종암경찰서 등으로 연행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대진연 회원 9명에 대해 푹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주거침입)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불법행위 전력과 당일 범행에 가담 또는 주도 정도, 일부 피의자의 경우 공무집행을 방해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9명과 함께 난입한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도 불구속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공범이나 불법행위를 배후에서 지시한 사람이 있는지 수사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한 미국대사관은 “대한민국이 모든 주한 외교 공관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대사관은 “14개월 만에 대사의 관저에 불법 침입하는 사건이 재차 일어났다는 점을 강한 우려와 함께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9월 조선족 여성이 밤 10시쯤 대사관저에 무단침입한데 이어 1년 여만에 관저 침입 사건이 발생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외국 공관이 어떤 조치를 촉구한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강도 높은 표현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지난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당시 대사가 반미(反美) 운동가에게 습격당했을 당시에도 "폭력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고만 했을 뿐 우리 정부를 직접 비판하거나 유감을 표하진 않았다.

    미 대사관 “노력 강화 촉구”… 진보단체 “의로운 행동으로 격려받아야 마땅”

    이번 사건이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진보단체들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진연,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등은 1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방위비 강요 미대사관저 투쟁 대학생 석방요구 각계 기자회견’을 열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행태는 조폭 행동대장과 같다”며 “이를 규탄하는 우리 대학생들의 행동은 처벌이 아니라 의로운 행동으로 격려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이 밝힌 기준으로도 한국이 절반이 넘게 부담을 하고 있는데 (해리스 대사가) 한국이 5분의 1만 감당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주권무시와 한반도 평화에 반하는 역대 최악의 대사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지난해 방위비 협상 때도 직접 들어가 논의되고 있던 협상을 뒤집은 전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 대사관저에 난입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반미·친북 성향 학생 단체로, 2017년 3월 '한국대학생연합' '대학생노래패연합' 등 대학 운동권 단체들이 연합해 만들었다. 이 단체는 운동권이 퇴조한 대학가에서 북한을 추종하는 1980년대 주사파(主思派)의 명맥을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진연은 올해 1월 31일 대진연 회원 5명이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규탄 기습 시위를 열고 항의 서한을 전달한다며 미국 대사관 정문으로 뛰었고, 6월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당시 "한반도 긴장 고조시키려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규탄한다"며 미 대사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