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용 기록관 예산 의결하고 화 낸 건 기억력 문제"… 김승희 발언에 민주당 발끈
  • ▲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통령 치매 초기증상'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통령 치매 초기증상'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진행된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억력을 치매 초기 증상과 비교하며 "국민들이 대통령의 기억 문제를 걱정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이를 두고 "대통령 조롱"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감이 파행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치매와 관련된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54만 명쯤 되고, 치료비용이 2조원이 넘는다"며 "치매하고 건망증이 다른가? 의학적으로는 다르지만,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가족의 치매를 걱정하고 있음과 동시에 요즘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희 "장관도 대통령 기억력 문제 챙겨라"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전용 기록관을 짓는다는 언론 보도가 9월10일에 나왔다"며 "9월12일에 청와대 대변인이 (전용 기록관을 짓는다는 사실에)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8월29일에 대통령 본인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전용 기록관 건립 계획을 직접 방망이로 두드리고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개별 기록관 건립 예산안 심의를 문 대통령 자신이 해놓고도 기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 때 장관님도 계셨다"며 "주치의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장관님께서도 대통령 기억을 잘 챙기셔야 한다"고 비꼬듯 주문했다.

    이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백한 대통령 조롱 발언"이라며 "신성한 국감장에서 일국의 대통령을 인신공격하며 정책국감이 아닌 정쟁국감을 만들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대통령 건망증을 챙기라고 말하다니, 공식 사과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사과할 수 없다"고 응대했다.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리기 때문에 (기 의원이) 그런 말을 한다. 정쟁은 기동민 의원이 했다"고 맞받아쳤다. 보건복지위 한국당 간사인 김명연 의원은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는 동료 의원, 상대 의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한다"며 "정당이 다르고 의견이 다르다고 항의를 넘어 가르치려고 한다"며 김 의원을 감쌌다. 이후 30분 넘게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김명연 한국당 간사 '유감' 표명… 민주 "윤리위 제소"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직 사퇴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를 거론하며 김 의원을 압박했다. 

    기 의원은 "김승희 의원이 근거도 없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국감장에서 어떤 근거도 없이 대통령 건강을 거론했다"며 "김 의원의 즉각적인 사과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사퇴를 요구하고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재개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명연 한국당 간사는 "의사진행이 정회되고 아까운 시간이 흘렀다"며 "표현상 상대를 자극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간사위원으로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사과했다.

    기 의원은 회의 속개에는 동의했으나 "없던 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