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업체' 강금실 사외이사 돌연 퇴임… '조국펀드' 저축은행과 연관성 미스터리
  • ▲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최근 디에이테크놀로지(주)라는 기업의 사외이사 직에서 중도퇴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중요 고리로 떠오른 2차전지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다. 

    2차전지 분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 업체는 '조국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수십억원을 대출해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 2년 남았는데 '일신상 사유'로 돌연 퇴임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지난 16일 강 전 장관이 '일신상 사유'로 중도퇴임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7월26일 사외이사로 선임된 강 전 장관의 임기는 2021년 7월25일까지다.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사업 분야, 금융 거래 등에서 '조국펀드' 의혹의 중심에 선 코링크PE의 행적과 유사성을 보인다.  

    코링크PE는 지난달 20일 보유 중인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전량인 110만주를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해준 금융기관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다. 담보 가치를 통상 최대 70%까지 인정해주는 주식담보대출 관행과 대출계약일 종가 3520원을 고려하면 대출규모는 27억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이후 조 장관 관련 의혹이 터지면서 WFM 주가가 급락하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담보처분권을 행사해 주식 54만5000주를 매각하면서 코링크PE는 WFM의 경영권을 상실했다. 

    코링크PE가 인수한 WFM은 디에이테크놀로지와 마찬가지로 2차전지업체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14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수상한 거래도 포착

    그런데 강 전 장관이 사외이사로 몸담았던 디에이테크놀로지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특수한 관계로 얽혀 있었다. 

    지난 17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실상 지배주주는 지분 19.99%를 보유한 경영 컨설팅 업체 오아시스홀딩스(주)다. 

    오아시스홀딩스가 보유 중인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제5차 전환사채(CB) 141억원 중 85.1%에 해당하는 120억원에 대해서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80억원), 상상인저축은행(40억원) 등이 1순위 담보권자로 설정돼 있었다. 담보계약 기간은 지난 1월31일부터 8월19일까지다. 

    오아시스홀딩스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아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전환사채를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주식담보대출 인정비율(70%)을 고려하면 최대 100억원에 이르는 대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디에이테크놀로지의 납입자본금은 262억원이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이런 전환사채 담보대출은 올 초에도 논란이 됐다. 대출받은 돈으로 상장사 전환사채를 취득하고, 취득한 전환사채를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상상인저축은행식' 사후 담보 거래가 기업 사냥꾼들의 무자본 인수·합병(M&A)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文 경제사절단' 한상우 위즈돔 대표가 특수관계인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주주 명단에 포함된 한상우 위즈돔 대표의 존재도 눈길을 끈다. 한 대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난 6월30일 기준 이 회사 지분 1.94%(102만주)를 보유하며 특수관계인으로 등재됐다. 

    모바일 기반 버스 공유 플랫폼 운영회사인 위즈돔은 2차전지업체인 디에이테크놀로지와 전략적 투자관계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3개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을 순방할 때 스타트업 분야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동행한 인물이다. 

    '2차전지 육성', 文 정부 출범 직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2차전지 육성계획이 담긴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조국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50억원대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가 적발돼 구속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 씨가 정부 발표 직전에 2차전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이다.  

    강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외이사 사퇴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2차전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 고리들이 디에이테크놀로지의 행적과 미묘하게 맞물려 떨어지면서 강 전 장관이 후폭풍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디에이테크놀로지는 "강금실 사외이사는 LG화학 법률고문으로 이직했으며, 디에이테크놀로지가 LG화학의 협력사인 관계로 퇴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전 장관은 사외이사 중도사퇴의 이유로 '일신상 사유'를 내세웠다. 본지는 '일신상 사유'에 대해 묻기 위해 강 전 장관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