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반대" 기치 아래 '반문연대' 뭉친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앞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9월 2~3일 청문회가 열리려면 오늘(30일)까지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해야 한다. 하지만 증인 채택 건을 위해 소집된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마저 불발,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청와대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에 이어 이날 증인 채택 건 등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해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개의 30초 만에 결렬됐다. 

지역 일정을 소화 중인 법사위원장 여상규 의원을 직무대행해 전체회의를 진행한 김도읍 의원은 “송기헌 민주당 의원 등 8명의 의원이 개의를 요구해 전체회의가 열렸다”면서 “간사 간 합의된 의사일정 등 안건이 없으므로 회의를 마치겠다”며 곧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전날 민주당이 증인 채택 건만 쏙 빼 안건조정신청위원회에 회부한 것에 대해 한국당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증인 채택 건이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연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미지수다. 인사청문회법상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치지 않으면 10일 내의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앞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9월 2~3일 조 후보자 청문회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9월12일까지 청문회를 다시 개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족 증인 채택 건에 대해 ‘절대불가’ 견해를 고수한 민주당은 청문회 일정 연기에 대해서도 배수진을 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당청에 불어닥칠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청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뜻이다. 

우선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이에 검찰이 11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자 좌파 지지층의 민심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를 받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지지율은 지난 8월9일 조 후보자를 내정한 후 3주째 내리 하락세다. 8월 2주차에는 49.4%였던 지지율이 조 후보자 내정 보도가 나간 다음주인 3주차에는 46.2%로 급락, 부정평가가 50.4%로 앞서기까지 했다. 4주차에는 더 떨어져 45.7%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8월 4주차 주중집계에서 지난 조사 대비 0.9%p 상승한 39.2%를 기록했지만 20대 및 진보층의 이탈은 가속화됐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진보층은 65.3%에서 60.5%로 4.8%p나 하락했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통해 확인 가능)

‘임명 강행’ 후 기소돼 낙마하면 정권 탈환 후 최대 위기 

더욱이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될 수 있다. 조 후보자의 혐의가 입증돼 낙마하기라도 하면 ‘조국 구하기’에 당력을 총집중했던 민주당은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다. 당장 정국주도권을 빼앗겨 국정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줄곧 주창했던 검찰 개혁도 사실상 무산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이 조 후보자 임명을 몰아붙이는 모양새는 도리어 우파진영 대결집의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우파 야당은 청문회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조 후보자에 대한 특검 또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조국정국’을 끌고 갈 공산이 크다. 

한국당은 이미 지난 24일 광화문광장에서 ‘조 후보자 내정 즉각 철회’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을 벌인 데 이어, 30일 부산과 31일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인다. 

동시에 한국당은 ‘조국정국’ 시작과 동시에 안철수‧유승민 등 바른미래당 인사와 우리공화당에까지 ‘연합’ 제스처를 보였다. 조 후보자를 매개로 ‘반문(反文)연대’가 가속화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