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의혹'은 언급도 안 해… 野 "웅동학원 빚 수백억인데 손 털겠다고?" 맹비판
  •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입장하기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각각 개최한다. ⓒ정상윤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입장하기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각각 개최한다. ⓒ정상윤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3일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누려온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부인과 자녀 2명이 2017년 74억5500만원을 투자하기로 약정하고 실제로 투자한 10억5000만원의 사모펀드 자금을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공개된 '2019년도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54억7600여 만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이날 기부하겠다는 펀드 투자액 10억5500만원을 빼면 44억2100여 만원의 재산이 남는다. 

    여론은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다. 조 후보 일가가 갚지 않은 50억원 규모의 ‘나랏돈’ 때문이다.

    조 후보자의 부친과 동생이 운영하던 건설사는 웅동학원에서 16억원대 공사를 수주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해 부도났다. 이 때문에 기술보증기금 등이 대신 갚은 돈 9억원과 이자를 변제하지 않았다. 이 빚은 나중에 지연이자가 붙으며 42억원대까지 늘어났다.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조 후보자 일가의 채무는, 조 후보자 부친의 미납세금 7억2498만원과 함께 여전히 ‘도덕성’의 문제를 남기고 있다. 조 후보자 일가는 부친 사망 이후 상속재산 이상의 채무를 책임지지 않는 '한정상속'을 통해 채무와 세금 납부의 의무에서 벗어났다.

    조국 “그간 누린 사회적 혜택 사회환원하겠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적선동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가족을 둘러싼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송구한 마음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려왔다. 그 혜택을 이제 사회로 환원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제가 가진 것을 사회에 나누며 공동체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제 처와 자식 명의로 되어 있는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하여 이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 신속히 법과 정관에 따른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웅동학원 이사장이신 어머니가 이사장 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저희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왔다"며 "향후 웅동학원은 개인이 아닌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이사회 개최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 공익재단 등으로 이전 시 저희 가족들이 출연한 재산과 관련하여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바른미래 " 검찰 수사와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조 후보자는 사회환원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스스로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법의 심판을 촉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에게는 검찰 수사와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회환원 ‘쇼’를 펼치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마디로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셀 수 없이 많은 의혹에 대해서 재산을 내놓을 테니 다 덮고 가자는 식"이라며 "한평생 자신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이 온 천하에 드러났는데, 국민들께 재산 환원을 할 테니 믿어달라는 말은 너무 파렴치(破廉恥)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진태 "웅동학원 빚 수백억인데 손 털고 나오겠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펀드는 투자한 10억 말고도 수상한 돈이 드러나고 있고, 웅동학원은 빚이 수백억인데 손 털고 나오겠다고? 가족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데, 제수 씨는 가족에 들어가는지 궁금하다"며 "게다가 딸 입시비리에 대해선 말이 없다. 수험생, 학부모들의 멍든 가슴은 어떡할 건가? 우리는 재산 내놓으라고 한 적 없다. 이런 사람이 법무부장관이 되면 안 된다고 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는 자기랑 상관없는 일처럼 버텨오다가 내놓는다고 할 땐 자기 돈처럼 내놓겠다는 거냐"며 "결국 '가족 사기단'이었음을 자백하는 건데, 그렇다고 해도 웅동학원의 14억원 불법담보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죄, 중학교 선생 채용 미끼로 2억원 배임수재죄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강 전 의원은 "지금은 법무부장관 안 되면 가족들이 반대해서 돈을 내놓을 수 없다고 빠져나가려 하겠지만, 국민들을 바보로 생각하다간 '깜방(감옥)' 갈 각오를 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