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檢 조사서 "靑 요청에 다스 소송비 지원" 진술… 17일 MB 재판 증인 출석
  • ▲ 지난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증언을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증언을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학수(74)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다시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근 검찰이 추가한 430만 달러(51억여원)의 뇌물죄에 대한 증인신문을 위해서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받는 삼성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핵심증인이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청와대의 요청이라는 말을 듣고,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585만 달러(67억여원)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의 증인신문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검찰의 공소취지에 맞춰 진술을 바꿔왔던 그가 검찰의 추가 뇌물죄에 대해서도 검찰 측에 '유리한' 진술을 내놓을지 여부 때문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검찰은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에이킨검프가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에 다스 소송비 실비를 청구한 인보이스 사본 38건을 이첩받았다며, 기존 삼성 뇌물수수 혐의 외에 51억여원 상당의 뇌물액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학수, 기존진술에는 '추가뇌물' 언급 없어

    검찰은 기존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매월 12만5000달러씩 지급한 자금 총 67억원 상당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근거로 이 전 부회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이를 다스 미국 소송비로 사용한 후 남은 돈을 돌려받으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내 근거로 제시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검찰 조사에서 "2009년 초반에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와 '청와대에 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백준 총무기획관을 만났는데, 삼성쪽에서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또 그에 대한 대가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면 등에 대한 기대가 있었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긍정했다.

    이 전 부회장과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종합하면 삼성이 2007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총 67억여원의 자문료를 에이킨검프에 다스 미국 소송비용으로 보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검찰이 새롭게 제시한 51억여원에 대해 이 전 부회장이 또 다시 '검찰 도우미' 역할을 할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검찰이 추가뇌물이라고 주장하는 51억여원은 에이킨검프가 삼성에 2008년 3월부터 법률비용을 실비로 청구하고 삼성이 보내줬다는 내용으로, 자금의 시기와 성격이 모두 다르다.  

    재판부도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이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은) 김백준의 진술에 상당부분 기초하여 입증하고 있는데, 새로이 추가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김백준의 진술이 없고, 이학수의 증언과도 다르다"며 "이학수와 김백준에 대한 증거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학수, 추가 뇌물 진술할까… 17일 공판 '주목'

    일각에서는 이 전 부회장이 검찰의 공소취지에 맞춰 진술을 바꿨던 전력이 있는 만큼 변경된 공소장에 맞춘 추가진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실제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제출한 자수서에서는 삼성의 자금지원 시기가 2009년 3월부터 2011년 3월이었고 총액은 375만 달러, 그 대가는 이건희 회장의 사면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이재오 전 의원이 "삼성으로부터 에이킨검프에 돈이 지급된 것은 2007년 11월부터 2011년 3월인데, 검찰은 2009년 3월부터 잘라서 소송비 대납이라고 한다"고 하자 지난해 3월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해 자금지원이 2007년 11월부터 2011년 3월부터 548만 달러이며 그 대가도 금산분리였다고 말을 바꿨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학수 전 부회장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변경할 때마다 본인의 진술을 번복한 상태다"면서 "검찰이 기존 본인의 진술과도 안 맞는 증거를 들고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공판에서 이 전 부회장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부회장이 검찰의 새로운 공소장 취지에 맞춰 추가진술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며 잡아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