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분석… 전문가 “문재인 경제정책 바꿔야” 경고
  • ▲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반대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 자료 사진.ⓒ정상윤 기자
    ▲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반대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 자료 사진.ⓒ정상윤 기자
    한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국가 중 최하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성장률은 OECD 국가 중 상위에 속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또 한국은 주52시간근로제 시행(2018) 이전에도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빠르게 줄어든 나라였다는 점도 이번에 확인됐다.

    2일 본지가 OECD의 2019년 1분기 실질GDP성장률(이하 경제성장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OECD 전체 회원국(36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자료가 취합되지 않은 아일랜드(1961년 가입)가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OECD 국가 중 ‘꼴찌’였다.

    OECD 전체 회원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을 분석한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잠정)로 OECD 35개국 중 35위였다. 경제성장률 1위는 폴란드(1.5%)였다. 헝가리(1.5%), 터키(1.3%), 이스라엘(1.2%) 등의 순이다. 미국은 0.8%로 8위, 일본은 0.6%로 16위를 기록했다.

    경제성장이 뒷걸음질하거나 정체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칠레(0.0%)·노르웨이(-0.1%)·라트비아(-0.1%)·멕시코(-0.2%) 등 5개국뿐이었다.

    한국·칠레·노르웨이·라트비아·멕시코 5개국만 경제 뒷걸음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월2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가 신용등급은 사상 최고로,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다로 올라갔다”며 “(한국의) 성장률은 OECD 상위에 속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도 “성장률은 내년에 OECD 중에서 1위가 될 것이라는 OECD 전망도 있다”며 “지난해 경제성장률(2.7%)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고 답한 바 있다.

    ‘OECD 경제성장률 35위’ 

    이번 조사에서 OECD 국가의 연간 근로시간 변화율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본지는 ‘주52시간근무제’가 본격 시행되기 직전인 2017년과 2011년의 연간 근로시간을 비교했다. 이 제도의 필요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 변화율이 OECD 평균치보다 낮다면 주52시간근무제 시행은 필요하다. 근로시간 감소폭이 적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 변화율이 OECD 평균치보다 높다면 주52시간근무제 시행은 적절한 시기라고 볼 수 없다.
  • ▲ OECD 35개국의 2019년 1분기 경제성장률.ⓒ그래픽-뉴데일리
    ▲ OECD 35개국의 2019년 1분기 경제성장률.ⓒ그래픽-뉴데일리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1년 2123시간에서 2017년 2018시간으로 105시간 줄어들었다. 반면 OECD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2011년 1699.9시간에서 2017년 1674.9시간으로 25시간 감소했다.

    2011년 대비 2017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 변화율은 -4.9%로, 35개국 중 1위였다.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 연간 근로시간 변화율 -1.4%를 훨씬 상회한 수치다. 결국 한국은 OECD 국가 중 근로시간 감소세가 가장 빨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 OECD 꼴찌’ ‘가장 빠른 근로시간 감소’라는 사실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근무제 등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정책을 변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0.4% 성장률 배경은 대외요인보다 최저임금 등 정책과 기업의 저조한 투자심리가 작용했다”며 경제정책 변화를 제언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수출을 의미하는 대외요인이 안 좋은 점을 마이너스 성장률 원인으로 해석했다”며 “2019년 3월 기준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7.4%로 상당히 높은데,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져 상당히 수출이 줄고 있었던 것은 맞는다”고 밝혔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한 불황형 흑자” 

    라 원장은 “그러나 2019년 1분기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해 ‘불황형 흑자’가 됐고, (같은 시기인) 그 당시 설비투자 증가율도 마이너스였다”며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라는 건 결국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의 저조한 투자 이유로는 최저임금, 주52시간제 등 정부정책을 꼽았다. 라 원장은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 인건비가 올라가고 주52시간근무제 때문에 일을 이전보다 못하게 하니 (기업이) 해외로 가려는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설비투자지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2019년 1월 -17.0%, 2월 -26.9%, 3월 -15.6%, 4월 -6.3%로,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라 원장은 한국의 근로시간 변화율이 OECD 1위인 결과에 대해선 “주52시간제 적용 직전에도 이미 빠르게 근로시간이 줄고 있었다는 의미”라며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이미 근로시간이 감소하고 있었던 건데 굳이 무리하게 (주52시간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KBS 특별대담에서 이 총리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지난해에 우리가 소득 3만 달러 넘어서며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을 하게 됐고, G20과 OECD 국가 중 한국은 상당한 고성장국가”라며 “이례적으로 경기가 좋은 미국 다음으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