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과 협상학(최종회)…남북 신뢰 위해서는 비방 중지, 인도적 교류가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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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6. 30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에 대한 의미해석이 제각각이다. 빅터 차 전미국 국가안보회의 국장 평가처럼 단순 사진 찍기용에 불과한 것일까? 비록 협상은 없었지만 협상에서 중요한 ‘신뢰’ 구축에 기여하는 일일까? 

    싱가포르 미북 협상이후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3국이 서로 같은 장소에서 만나더라도 추구하는 이익은 크게 다른 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협상 삼국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삼국지라면 숨은 의도와 합종연횡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에게는 부담 있지만 내년 대선승리와 노벨평화상까지도 얻을 수 있는 소재이다. 전임 오바마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스스로에 대해 큰 칭찬을 했다. 이번 판문점 회동에서도 본인의 책 ‘거래의 기술’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미있게’ ‘희망을 크게 만들고’ ‘언론을 이용하라’는 주요 원칙들을 주로 활용했다. 

    김정은 역시 하노이 회담 실패 뒤에 부담이 컸다. 심지어 협상에서 금기인 스스로 올해 말로 시한을 정해놓고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재개 및 특유의 ‘벼랑 끝 전술’로 세를 과시했다. 그러면서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친서전달과 이번 판문점 회동으로 협상 시한을 늘리며 원하는 핵보유국 지위를 늘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또한 한반도 안보 리스크를 완화하는 성과 외에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북한 이슈는 지지율을 올리는 카드가 되어 왔다. 이번 판문점 회동은 삼국의 절실한 욕구가 만든 합이기도 하다. 

    사주 해석에서도 삼합이 이뤄지면 원래의 특성과 다른 새로운 성질로 읽히듯 북한 비핵화 협상의 특성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정말 협상의 최종 목표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분명한 결과 예측을 위해 협상학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방향에서도 공통의 성공원칙들을 조언하고 있다. 즉 협상이 깨질 듯한 위기 이후 새로이 등장한 화해 조건(모멘텀)을 적극적으로 살려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과, 반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목표를 명확히 하며 신중하게 기다리며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자는 아무 성과 없이 깨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레이캬비크 미소군축 회담 뒤 소련의 SDI(스타워즈 방위계획)에 대한 입장 변화 이후 급진전된 합의를 이뤄낸 것을 들 수 있다. 후자는 중재자를 활용해 원만한 통합과정을 이뤄낸 북아일랜드의 사례이다. 

    이처럼 전혀 다른 상황일지라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성공요인 5가지는 명확한 목표와 ‘준비’, 양보할 수 없는 신념과 ‘원칙’, 협상이 ‘노딜’ 즉 깨지더라도 버티기, 인간적인 유대관계(‘라포’: rapport), 상대가 들어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안’ 보유이다. 이미 여러 차례 기고에서 각각을 다뤄온 원칙들이기도 하다. 

    미북이 하노이에서 협상이 깨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듯, 판문점에서 양국이 밝은 미소로 사진을 찍었다고 앞으로의 관계도 밝을 것이라고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하버드 협상연구소의 부르스 패튼 교수는 국가 간 협상은 최소 2년을 보아야한다며 일희일비는 금물이라고 한다. 또한 협상에서 신뢰는 중요하지만 그 신뢰는 크고 작은 협상의 결과물을 통해 구축한 결과이지 조건은 아니라는 점도 조언하고 있다. 

    남북 간 신뢰구축을 위한 우선적인 실행조치는 남한의 선경제 투자가 아니라 북한의 우리 정부에 대한 무리한 막말 비방을 중지하고, 이산가족 상시 상봉장 확보 등 인도주의 차원의 교류이다. 무엇보다 미북 협상에도 성공적인 원칙들이 잘지켜지도록 하는 촉진자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권신일 前 美허드슨연구소 연구원


    <지난 해 7월2일 ‘북핵 협상’을 주제로 시작한 1년간의 정기기고를 잘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귀중한 칼럼 공간을 마련해주신 뉴데일리 편집국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50년 이상 ‘협상’을 사회과학으로 발전시켜온 미국, 벼랑 끝 전술로 악명 높은 북한, 이 둘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한국 등 3국의 이야기를 협상학 관점에서 기록하는 일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는 경제와 사회 분야의 현실 주제를 활용한 연구를 준비 중입니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취약한 ‘협상’ 분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하는 뜻에서 이번 기고들과 협상 이론을 묶은 책을 곧 발간할 예정입니다. 책에는 제가 기업과 일상에서 겪은 사례들을 포함해 준비, 원칙, 노딜(No deal), 라포(관계), 대안 등 5장으로 분류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