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회동' 연일 띄우는 靑…日 '경제보복'에는 3일째 침묵
  • ▲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쪽 지역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3자 회동 장면. ⓒ청와대
    ▲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쪽 지역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3자 회동 장면. ⓒ청와대
    지난달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회동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직전 '자유의 집'에서 문 대통령에게 "저 선(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가도 됩니까"라고 물어봤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3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을 우리 측 통역이 '넘어가면 안 됩니까'라고 통역했다"면서 "그래서 문 대통령이 '악수하고 손을 잡고 넘어가시는 건 괜찮습니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백악관 의전책임자를 비롯한 주변 아무와도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의전팀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넘어가겠구나'라고 그때 판단했다"며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에서는 선을 넘는 것을 마음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발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남·북·미 세 정상이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만나 '자유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에 오르는 순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표시했다고도 밝혔다. 

    청와대는 남·북·미 판문점회동이 끝난 지 3일이 지났음에도 연일 언론에 '뒷얘기'를 풀어놓았다. 이번 판문점회동으로 4개월 넘게 교착상태에 있던 미북 간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이 물꼬를 틀게 된 데 대한 고무적 분위기를 계속 끌고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작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경제보복 조치에 나선 데 대해서는 3일째 침묵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한국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수출할 때마다 승인을 받도록 27개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히고, 일본 언론에서조차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WTO의 규칙에 정합적이다(맞는다).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반면,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늘 국무회의 때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는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말했다'고 지적하자 "앞으로 관련된 입장이나 발표 등은 아마도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서 나가게 될 것"이라며 주무부처에 떠넘겼다. 

    청와대는 지난달 16일 리비아 무장세력에 납치된 우리 국민이 315일 만에 풀려나자 외교부에서 발표하던 관례를 깨고 직접 브리핑을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에게 특별히 부탁했고, UAE 정부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주무부처가 '잘한 것'은 청와대가 나서고, 일본의 무역보복 같은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 터지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전 한·일 양국의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의장국인 일본과 정상회담도 열지 못했다.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데도 청와대가 "주무부처와 기업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앞으로도 산자부에서 확실하게 대응해야 하는 부분들"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