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3일 빡빡한 일정… 13시간 40분 날아가, 미국 무기 대량 구입하고 '빈손'
  • ▲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11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한미정상회담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11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한미정상회담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혼밥' 논란이 일었다. 이번엔 미국에 가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5시40분쯤 미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공식 일정 없이 곧바로 숙소인 블레어하우스로 이동해 하룻밤을 머물었다.

    다음날인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 내외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를 구경해야 했다. 낮 12시18분부터 116분간 이어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단독회담'을 할 수 있는 시간은 15분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29분 동안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현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탓이다. 10개가 넘는 질문을 트럼프 대통령이 독점하는 동안 문 대통령 내외는 활짝 웃으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엄청난 양의 전투기와 미사일 등 미국의 여러 군사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깜짝공개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 최고의 장비를 만드는 나라"라고 자화자찬하더니 문 대통령을 향해 "이런 큰 구매를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 구매 관련 발언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13시간40분.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공항을 출발해 비행기를 타고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박3일이라는 빡빡한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 해법을 공유하고 협상 테이블에 세울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미국은 비핵화 문제보다 한국을 상대로 무기를 파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하노이 회담 때도 낙관하다 '멘붕'

    문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오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렬로 막을 내린 지난 하노이 회담 직전에도 문 대통령은 미국의 속내를 알지 못하고 "남북 철도와 도로,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경제적 부담을 자처하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종선선언' '평화협정'까지 꺼내며 군불을 피웠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도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퍼주기식' 대북지원의 결과는 항상 똑같았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핵실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로 대응했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이른 시일 내에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야말로 북한과 미국 그 어느 쪽에도 휘둘리지 않는 실리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의 선택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