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서 토론회... 대북 전문가들 "미사일방어망, 재래식 국방력 강화도 필요"
  • ▲ 14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정상윤 기자
    ▲ 14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정상윤 기자
    지난달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자체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북전문가들은 14일 ‘핵무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재래식 무기 증강 등 유사시 북한 수뇌부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포럼'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간담회는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라는 주제로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진행됐다. 토론회 발제자 및 토론자로는 신원식 예비역 중장, 이용준 전 외교부차관,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유동열 자유민주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당 소속 정태옥·정우택·이종명 의원 등도 함께 자리했다.

    심 의원은 본격 토론에 앞서 "지난달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됐지만 그간 실체가 모호했던 북핵문제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득이 아주 없진 않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의 미래를 냉철히 점검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토론회 배경을 밝혔다.

    이어 "한미 관계에 금이 가는 소리가 커지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태에서 우리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핵무장이 떠오르고 있다"며 "그런데 과연 핵무장의 현실가능성은 얼마만큼 되는지, 또 다른 전략이 있는지 한국 방어태세 확보를 위해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 ▲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예비역 중장.ⓒ정상윤 기자
    ▲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예비역 중장.ⓒ정상윤 기자
    신원식 “北에 대한 보상 리스트 정확히 해야”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신원식 예비역 중장(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북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협상과 군사적 대응능력 확충은 선후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돼야 하는데 일단 북한이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버티기 어렵다고 느낄 경우 중국의 동참하에 대북제재가 경제봉쇄 수준으로 강화되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인식을 저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교적 협상으로는 한국이 원하는 '핵 폐기'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 중 누가 얼마나 적게 주고 많이 받느냐가 관건이라며 "한미동맹 약화처럼 우리가 북한에 줘선 안 되는 보상을 제외하고 줄 수 있는 보상 리스트를 정확히 식별하고 검증단계에서 북한의 약속 불이행이 확인될 경우 즉각 제재로 복귀할 장치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응능력 확충 차원은 "미국의 핵우산정책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자체 핵무장의 경우가 있다"고 꼽았다. 동시에 재래식 전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닌 왕조국가이기에 김정은의 목숨 하나와 우리 국민 수천만 명의 목숨을 등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안위에 결정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무기 증강이 필요성하다는 주장이다.
  • ▲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 토론회 전경.ⓒ정상윤 기자
    ▲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 토론회 전경.ⓒ정상윤 기자
    "독자적 핵개발 실현 가능성 낮아… 미사일방어망 확립을"

    첫 토론자로 나선 이용준 전 외교차관보는 북한 비핵화의 한계를 언급하며 "이제 완전 비핵화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가장 현실적 판단"이라며 "이제껏 우리는 미북 협상에 기대를 걸어왔으나 북핵문제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는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전 차관보는 "독자적 핵개발은 많은 사람들이 주장해온 것이긴 하나 사실 실현가능성이 낮다"며 "당장 시급한 실질적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사일방어망의 확립과 재래식 국방력의 대폭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상적국의 핵공격 위험에 직면한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취하는 방어수단이 바로 미사일방어체제(MD)인데 한국에 대한 북한의 중·단거리 핵미사일 공격을 거의 대부분 막아낼 수 있는 고고도방어체계(THAAD)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차관보는 "경북 상주에 위치한 주한미군 사드 미사일 가동이 힘들다면 한국 해군이 보유한 모든 이지스함에 SM-3 해상고고도방어체계를 적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척당 소요예산 5000억원은 북한이 핵개발에 소모한 20억~30억 달러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 ▲ 14일 국회에서 열린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14일 국회에서 열린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재래식 핵무기로 北 수뇌부 위협도 방법"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휘락 국민대 교수 역시 자체 핵무기 개발보다 미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 혹은 재래식 무기 강화가 효과적이라고 내다봤다. 어차피 핵무기가 없는 상태에서 북핵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북한 수뇌부, 즉 김정은 살상 위협이 가장 실효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 중장의 견해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박 교수는 나아가 '일본과 안보협력 강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이 잘못될 경우 한국이 의존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는 것인데,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라도 한일 안보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이 유사시 한국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일본 기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핵민방위'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경우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해 유사시 국민 이탈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없기에 공공대피소를 지정 및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기존 민방위 시설을 핵 대피가 가능하도록 보완하거나 보강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무장은 신중한 접근 필요…김정은 정권 해체가 대안"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정은 체제하에서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유 원장은 "김정은 정권 해체만이 한반도 분단체제의 모순과 반문명적 핵개발 등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며 "다만 김정은 수뇌부를 제거하는 다양한 방법은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아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앞서 언급한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얻을 수 있는 편익보다는 잃는 게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반대에도 이를 강행할 경우 한미동맹 기반을 상실할 수 있으며 북한 핵보유를 정당화해주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순 핵에 대한 대칭적 대응이 아닌 상위 목표, 김정은 정권 해체가 시간·비용·효과 측면에서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