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5.18 성역 만들고, 전당대회에 똥물" 당원 3000명 고함
  •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대전 중구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새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의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전=정상윤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대전 중구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새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의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전=정상윤 기자

    최근 '5.18 공청회 논란'과 관련해 두번이나 고개를 숙였던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충청의 민심일까. 14일 한국당 전당대회 대전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한국당 당원들이 김병준 위원장을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이날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는 한국당 당원 약 3천여명이 모여들었다. 황교안·오세훈·김진태 등 3파전으로 치러질 전대 공식 막을 올리는 자리만큼 체육관 안은 행사 내내 응원 구호 및 함성으로 뒤덮였다.

    인사말 하려는데 "너 나가" "여기 왜 왔냐"

    수천여명 당원들의 당 비대위 지도부를 향한 성토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건네던 순간 '훅' 튀어나왔다.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에 이어 전당대회 축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김 위원장의 얼굴이 화면을 통해 나오자, 무대 인근 당원들 일부가 고성과 비판섞인 야유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병준 위원장이 "후보들께서 정정당당하고 멋진 승부를 펼쳐주길 바란다"고 운을 떼자마자,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과 일부 당원들은 술렁였다. 곧이어 곳곳에서 "너 나가" "전당대회에 똥물 뿌려놓고..." "김병준은 당에서 나가라" "여기 왜 왔냐"를 외쳐댔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김 위원장은 이어가던 발언을 잠시 중단해야했다. 진행자는 "장내를 정리해주시길 바란다, 잠시 함성을 자제해달라"고 당원들에게 요청했다. 진행자의 정리로 겨우 소동이 가라앉자 김 위원장은 발언을 모두 마치고 황급히 무대에서 내려갔다.

  •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18 관련 물의를 일으킨 당 의원들을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박성원 기자

    "518 성역 만들고 전당대회 똥물" 항의

    이는 최근 '518 공청회 논란'으로 인해 김 위원장이 본인을 포함해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며 불거졌다. 공청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5.18을 폄훼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김 위원장이 제재를 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다양한 개인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던 김 위원장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공세가 거세지자 하루만에 입장을 바꿔 "5.18을 폄훼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견해 차이 수준을 넘어서 허위 주장임이 명백하다. 용납할 수 없다"고 바짝 엎드린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곧장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낳았다. 김 위원장의 성급한 사과가 △자칫 5.18 문제를 성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점 △ 공청회 취지인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문제'를 가려버렸다는 점 △다가올 전당대회에 출마할 출마 대상자들이 2명이나 얽혀 있어 당의 큰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등 때문이었다.

    당내 비판이 일자 한국당 윤리위는 14일 공청회 관련 세 명의 의원 중 이종명 의원만 '제명'을 결정했다. 김진태 김순례 의원은 '징계유예'를, 스스로 '셀프' 윤리위 회부를 요청한 김 위원장에 대해선 '주의' 조치를 내렸다. 윤리위 결정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의 경우 징계를 유예하도록 하는 당헌당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지만 당내 지적에 따른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 기자와의 만남에서 "당내 경고 차원에서 끝냈어야 할 문제다. 큰 행사를 앞두고 출마 대상자들을 윤리위에 회부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여당과 언론에서 때린다고 곧장 항복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것도 당원들을 실망하게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