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구는 전방 군인, 항체는 미사일…'면역' 해체하는 文정부 탓에 '안보 에이즈' 위기
  • “국가 안보가 붕괴되는데 어떻게 장성 중 단 한 명도 항명하지 않는지... 부하들 앞에서나 군기 잡고, 권력 앞에선 시녀 노릇 하는 이들을 ‘똥별’이라 부른다.” 

    나는 대학원에서 면역학을 전공했다. 병원체에 맞서 신체 건강을 지켜내는 면역 시스템을 공부하며 총성만 없을 뿐 전쟁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나라가 안보 무력화 상태, 이른바 안보 ‘에이즈’에 걸린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다.
    전쟁과 면역? 안보와 에이즈?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상호 분야지만 면역계를 탐구해보면 국방과 안보에 대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의 면역 시스템은 크게 ‘선천면역’과 ‘적응면역’ 두 축으로 나눠진다. 선천면역은 통상 ‘백혈구’라 총칭하는 여러 면역 세포들이 병원체에 대한 초기 대응을 담당한다. 마치 전방 지역 군인들이 항시 적군을 감시하고, 적 도발·침략 시 초기 방어를 담당하듯. 

    병원체와 백혈구가 격전하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증상을 ‘염증’이라 부른다. 염증 부위에서 열이 나고 고름이 생기는데 이는 전쟁의 뜨거운 포화 속에서 아군과 적군의 시체가 함께 나뒹구는 전투 현장과 흡사하다.

    백혈구들이 육탄 방어를 하며 시간을 버는 동안 적응면역 시스템이 작동할 준비를 한다. 전방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긴급 소집되고 대응 전략을 짜는 것과 같다.

    적응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에는 ‘B세포’와 ‘T세포’가 있다. 이 적응면역 세포들은 선천면역 세포들이 수집한 적 정보를 전달받아 이를 분석하고 전략적인 대응에 나선다. ‘B세포’는 해·공군의 해상·공중지원 사격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B세포는 병원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항체’라 불리는 미사일을 발사한다. ‘항체’의 집중 포화를 맞은 병원체는 힘을 잃고 백혈구에게 사로잡히거나 사살된다. 

    ‘T세포’는 다시 ‘세포독성 T세포’와 ‘도움 T세포’ 두 종으로 나눠진다. 세포독성 T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살상함으로써 병원체를 제거한다. 백병전을 한다는 면에서 백혈구와 같지만 적에 대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원점 타켓팅한다는 점이 다르다. 마치 미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빈 라덴을 찾아 살해했듯 말이다.

    도움 T세포는 ‘사이토카인’이란 신호 물질을 내뿜어 백혈구의 살상 능력 및 B세포의 항체 생성 능력을 증가시킨다. 창끝 부대의 뒤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전투를 돕는 지원 부대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B세포와 T세포는 전투를 마친 후 일부가 기억세포로 전환돼 적의 재침투에 대비하게 된다. 이들은 동일 적이 재침투 했을 시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전략적 대응에 나선다.

    이러한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질병이 있다. 바로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이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가 타켓으로 삼는 것이 바로 T세포이다. 전투에서 작전·정보 참모, 특수부대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T세포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인체는 면역력을 점차 상실해 가게 된다. 결국에 감기와 같은 사소한 질병에도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오늘날엔 약이 잘 개발돼서 약만 꾸준히 먹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에이즈는 여전히 치료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질병임에 틀림없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방 정책을 두고 ‘안보 해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이를 안보 ‘에이즈’에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때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던 청년이 에이즈에 걸린 후 삐쩍 말라 죽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외양이 아직은 건재해 보이지만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어느 한 순간 스러져 버릴지 모를 위기 상황이다. 내부의 방어망이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 사소한 적의 도발에도 국가 전체가 전복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1일 전 국방장관 및 육해공 전 참모총장 등 예비역 장성 500명을 포함 1500여명의 시민이 안보 해체 상황을 우려하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모인 바 있다. 전직 장성 및 안보 전문가들은 ‘9·19 남북군사합의서’와 ‘국방개혁 2.0’의 내용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의 안보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 도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우려들이 나올까. 현 정부가 지난해 11월 1일부로 본격 시동을 건 ‘9·19 남북군사합의서’와 지속 추진 중에 있는 ‘국방개혁 2.0’이 갖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간략히 나누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북한과 함께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을 지정하면서 북방한계선(NLL) 기준 서해상 북쪽 50km, 남쪽 85km 범위, 동해상은 남북 각 40km 범위 내에서 포 사격 훈련 및 해상 기동훈련을 할 수 없게 했다. 수도권이 바로 근접해있는 서해의 경우 심각한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백령도·연평도 및 서해 앞바다를 지키는 해병대 2사단과 평택 해군 2함대의 군사 활동이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황해도에 위치한 인민군 4군단이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기습 도발을 했을 시 서해 지역 우리 장병들의 안위는 둘째 치고 1,000만 서울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둘째, 정부는 북한과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 수로조사를 통해 남북의 민간선박이 한강하구를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강하구는 강화도와 경기도 김포 북부 지역과 맞닿아 있다. 만약 북한 특수전 부대가 민간인 옷을 입고 민간 선박을 타고 내려와 기습 도발했을 시 수도권이 곧바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공중 적대행위 금지구역을 지정함으로써 근접 공중 정찰 활동이 제약을 받거나 불가능하게 됐다. 국방부가 7,000여억 원을 투입해 배치한 군단~대대급 무인기는 정찰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한미 연합 정찰 자산도 근접 정찰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서의 장사정포 움직임 등 북한군의 동향 파악에 제약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격노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넷째, 국방개혁 2.0에 따라 병 복무기간이 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되고 병력은 현 61만 8,000명에서 50만 명으로 감축될 예정이다. 동원예비군도 130만에서 95만으로 감축되고 동원 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북한의 현역군이 128만이고 예비군이 65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책 없이 남한만 병력을 현저하게 줄이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현 한미연합사를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하고 한국군 대장을 사령관에, 미국군 대장을 부사령관에 앉히려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정경두 국방장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전 국방장관을 만나 위 내용을 담고 있는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 서명한 상태다. 한미연합사를 지휘함에 있어 미군 장성이 사령관을 맡는 게 대한민국 안보에 유리한 것이 자명한 사실인데 현 정부는 ‘자주권’을 내세우며 전작권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현 정부에서 대공·방첩 기관들이 약화되고 있다. 군 내 대공·방첩 기관이었던 국군기무사령부는 ‘쿠데타 모의’를 했다는 누명을 쓴 채 해체됐고 국내 정보 수집을 담당해온 국가정보원의 국내 파트 또한 해체됐다. 검찰 공안부도 축소될 예정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 해 평균 75.2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검거돼 왔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작년(2018년 7월 말 기준) 검거된 국보법 위반 사범의 수는 12명에 불과했다. 국정원 국내 파트 해체, 공안부 축소 이후 국보법 위반 사범 검거가 급감한 것을 두고 인과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렇듯 대한민국은 안보 해체를 넘어 안보 붕괴를 향해 가고 있다. 현 정부의 국방·안보 정책에 누군가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은 병원체에 맞서 죽어가며 신체를 지켜낸다. 몸 전체가 죽든 말든 자신만 커가는 존재를 ‘암세포’라 부른다. 더 이상의 안보 해체는 공멸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깨어있는 시민들, 양심 있는 군인들은 분연히 일어나 싸워야 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과거 합참의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했던 말을 기억했으면 한다.
    “안중근 의사를 가장 존경한다. 군생활의 큰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위국헌신군인본분'의 표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 그렇다. 군대는 정권이 아닌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해야할 집단이다. 그런데 국가 안보가 붕괴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장성 중 단 한 명도 항명하지 않는지. 부하들 앞에서나 군기 잡고, 권력 앞에선 시녀 노릇을 하는 장성들을 국민들은 ‘똥별’이라 부른다. 일신의 안녕만을 구하다 국가의 쇠락과 함께 제거될 암세포적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북한 정권의 편에 선 자, 국민 안전을 해치는 그 자가 당신들의 주적(主敵)임을 기억하시라. 

    <필자소개>
    김성훈(1985년생)
    연세대학교 화학과 졸업
    동 대학원 의과학과 석사 수료
    공군 중위 만기전역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총무
    (사) 대한민국 통일건국회 청년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