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송줘 교수 강연, 중국 정부가 삭제… 미중 무역마찰로 경기 급냉, 대기업 채용 취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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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해 3분기까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7%라고 밝혔다. 연말에는 7.08%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중국 경기침체로 한국 경제가 위험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이하 FT) 보도를 보면 그렇지 않다.
- ▲ 2018년 3월 中공산당이 내놓은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FT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샹송줘(Xiang Songzuo) 중국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샹 교수는 “중국 정부의 비밀 연구그룹이 조사한 결과 2018년 실제 GDP 성장률은 정부 발표에 훨씬 못 미치는 1.67%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FT마저도 “그동안 중국 GDP 관련 정부 공식 통계를 믿지 않았던 대다수 경제학자들조차도 샹 교수의 주장을 거짓말로 치부했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그러나 샹 교수가 유튜브에 올린 중국 경제의 파멸에 대한 경고를 강의한 영상은 조회 수가 120만 회에 달했고, 중국 당국은 이를 즉시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중국은 10년 전 금융위기 당시 통화팽창정책을 통해 세계 경제를 구했지만, 지금은 같은 정책으로 인해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고, 유럽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마당에 많은 투자자들은 다음 불황은 중국의 경기침체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최근 애플이 중국 내에서의 아이폰 판매 감소를 우려한 것처럼 자동차·주택 시장에서도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 체감경기 10년 만에 최악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2018년 GDP 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가 나쁘지 않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인들이 체감하는 경기 수준은 2009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라고 한다. 홍콩에 있는 사모펀드 프리마베라 캐피탈의 설립자 프레드 후 이사는 “중국 내부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의 수준”이라며 “아마도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래 최악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프레드 후 이사는 현재 중국 경기침체의 중요한 원인을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라고 봤다. 그는 “이론상으로는 당국이 인위적으로 내수경기를 띄우면 무역 분쟁으로 줄어든 수출 물량을 내부에서 소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 공공 부문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민간 분야의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무역분쟁 여파로 대기업도 채용 취소”
- ▲ 2015년 3월 열린 중국의 한 취업박람회 모습. ⓒ뉴시스-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FT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이대로 끝난다고 해도 중국 경제의 앞길은 어둡다고 내다봤다. 듀크大 연구팀이 미국 내 금융·재무 임원들을 조사한 데 따르면, FRB는 앞으로도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고, 독일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5대 선진국은 지난해 3분기 경기 침체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 동력을 잃고 있어 한동안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되살아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FT는 “그런데 이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중국 경제의 추락이 세계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FT와는 방향이 약간 다르지만,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주는 중화권 매체 보도도 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하 SCMP)는 지난해 가을 중국의 대형 의료기기 업체 ‘마인드레이’에 취업했던 베이징대학 생명과학과 졸업생이 지난 12월에야 채용 취소 소식을 접한 사례를 소개했다.
SCMP에 따르면 ‘마인드레이’는 2018년 9월 중국 전역에서 485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고 한다. 신입사원들은 12월 22일 센젠 본사에서 열린 환영식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 측은 환영식을 치른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채용을 취소했다. SCMP에 따르면 회사 측은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분쟁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피치 못하게 고용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中전역에서 모여든 대학 졸업생들은 ‘고용 전 해고’라는 황당한 일을 겪게 됐다는 설명이다.
SCMP는 ‘마인드레이’ 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 기업들이 채용문을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본격화된 뒤 과거 사세를 적극적으로 넓히던 민간 기업들이 ‘그림자 금융’이나 회계상 채무비율 등에 얽매이게 되면서 청년들 또한 일반 기업보다는 공무원이나 국영기업과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SCMP가 소개한 사례는 ‘마인드레이’ 뿐이었지만 중국의 구직난 증가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를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제’는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10월 광둥성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를 발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각 성과 직할시에서 하던 지역별 총생산액 조사도 2019년부터는 중앙 정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