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이 언론 접촉하면 책임 묻겠다” 엄포도… "중국인 승무원들은 병가 내고 빠져"
  • ▲ 중국 동방항공의 승무원 유니폼(사진과 기사내용은 전혀 무관함)ⓒ동방항공 홍보사진.
    ▲ 중국 동방항공의 승무원 유니폼(사진과 기사내용은 전혀 무관함)ⓒ동방항공 홍보사진.
    중국 '동방항공'이 우한폐렴 위험지역인 허베이성이나 우한시 노선에 한국인 승무원만 투입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방항공 측은 한국 언론의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허락 없이 한국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동방항공, 우한폐렴 확산하자 한국인 승무원 투입”


    동방항공이 한국인 승무원들을 우한폐렴 위험지역에 투입한다는 소식은 지난 1월30일 뉴시스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동방항공에 재직 중인 한국인 승무원들은 “지난 1월 우한폐렴이 확산하던 때부터 허베이성이나 우한시 노선에 투입됐다”면서 “해당 노선에는 입사 후 처음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전에는 장가계 등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노선에 투입됐지만, 우한폐렴이 급속히 확산된 뒤부터는 중국 당국이 폐쇄한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우한폐렴 전염지역에 한국인 승무원을 주로 보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렇게 보내면서도 동방항공 측에서 해주는 것은 마스크와 비닐장갑뿐이라고 한다.

    한국인 승무원들은 “회사는 중국인 승무원들이 병가까지 써가며 안 가려는 우한폐렴 위험지역 노선에 한국인을 보낸다”면서 “중국인 승무원들은 병가를 써서 승무원, 심지어 사무장까지 계속 바뀌지만, 우리의 경우 관리자는 ‘아프면 병원에 가라’는 말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널A와 JTBC도 지난 3일 “동방항공이 한국인 승무원들만 우한폐렴 위험지역에 보낸다”고 전했다. 채널A는 “동방항공 한국인 승무원들의 최근 비행 노선은 우한·광저우·쓰촨 등 우한폐렴 발병지역이거나 확진자가 많은 곳들이었다”며 “중국인 승무원들이 우한폐렴 위험지역 비행을 꺼리자 한국인을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 ▲ 지난 1월 28일 인천국제공항의 동방항공 발권창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28일 인천국제공항의 동방항공 발권창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방항공 “회사 허락 없이 언론 접촉 말라”

    국내 언론의 잇단 보도와 질의에도 동방항공 측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방항공 측은 대신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회사 허락 없이 언론사와 접촉하지 말라”는 공지를 내부 단체 채팅방에 띄웠다고 미디어오늘이 1월31일 보도했다.

    지난 1월30일 뉴시스가 동방항공의 한국인 승무원 국내선 투입 소식을 보도하자 이날 오후 한 회사 관리자가 ‘한국인 승무원 업무방’이라는 단체 채팅방에 “승무원 여러분, 어느 누구도 공식적인 회사 소속 신분으로 언론 인터뷰를 할 수 없으며, 중국 동방항공 명의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에 대한 회사의 의사결정을 대외적으로 공표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회사는 법적 책임을 물을 권리를 갖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린다”고 밝혔다고 미디어오늘이 전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동방항공 측 관리자는 공지를 한 번 더 띄웠다. 이 관리자는 “회사에는 대외적으로 정보를 게시하는 부서가 있으며 모든 직원은 공식적으로 (회사를) 대표할 권리가 없다. 동방항공의 이미지에 훼손되는 글, 정보, 특히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함부로 적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고 다시 한번 한국인 승무원들을 위협했다.

    동방항공의 한국인 승무원들은 “중국 국적 항공사는 프랑스·일본·중국인 승무원들을 제외하고 한국인 승무원들만 중국 국내선에 배정한다. 두렵고 걱정된다”며 입을 모았다고 미디어오늘은 덧붙였다.

    동방항공은 1989년 중국 국영 항공사인 ‘중국민항’을 분할해 민영화할 때 중국민항 상하이총국을 토대로 만든 항공사다. 법적으로는 민간항공사 형태를 띠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운영한다. 현재 동방항공에서는 한국인 승무원 200명이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