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 있는 동안 독성 유지… 입으로 숨 쉬면 이틀, 코로 쉬면 일주일 체내에 남아
  • "미세먼지는 체내에 쌓인다"는 속설을 뒤집는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지난달 26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해외 유명 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Chemical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방사성동위원소 활용 미세먼지 표준물질(DEP)의 체내 영상화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정확한 논문명은 <Efficient and stable radiolabeling of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assemblies: in vivo imaging of diesel exhaust particulates in mice>이다.

    이 연구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미세먼지가 체내로 들어왔을 때 이동경로⋅체내분포⋅배출시간을 핵의학 영상장비를 활용해 실험용 쥐에서 시각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미세먼지의 체내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호흡 통해 들어온 미세먼지 60% 폐에 남아

    미세먼지는 계절과 환경변화에 따라 성분과 출처가 다양하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미세먼지 샘플은 디젤엔진 배기물질(Diesel Exhaust Particle)이다. 이 물질은 미세먼지와 성분이나 출처가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미세먼지의 일부다. 가장 유사하고 대표성이 있는 물질을 샘플로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세먼지의 체내 움직임 관찰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됐다. 입으로 들어왔을 경우와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왔을 경우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강 경로로 들어온 미세먼지는 다른 장기에 전달되지 않고 이틀 내에 배출됐다. 반면, 호흡을 통해 폐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이틀 동안 폐에 60%가 남아 있었고, 간과 신장 등 다른 장기로도 이동했다. 체외 배출에는 7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해서 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독성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선 입으로 들어온 미세먼지는 독성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장기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이틀 내에 배출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폐포에 들어왔을 때 독성 가장 커

    호흡을 통해 폐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어떨까. 연구결과에 의하면 ①폐에 남아 있고 ②다른 장기로의 이동성이 있으며, ③배출에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독성학에서 폐에 노출된 물질의 일반적 체내 이동과도 부합하는 결과이다.

    독성학에선 외부물질이 체내에 들어와 배출되기까지 4단계(흡수⋅분배⋅대사⋅배출)로 나눈다. 물질의 주요 인체 노출과 진입경로는 폐(호흡), 소화기관(섭취), 피부가 있다. 폐는 코와 인접한 윗부분에 노출이 일어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폐포 깊숙이 외부물질이 들어왔을 때 독성이 가장 크다.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폐포 깊숙이 침투하므로 독성은 더 커지게 된다.

    폐포 깊숙이 침투한 외부물질은 작은 크기 때문에 곧바로 혈관으로 침투가 가능하므로 혈류를 통해 다른 장기로 이동이 가능하고 혈관 자체에도 독성을 보이게 된다. 먼지 크기(지름)가 2.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가 미세먼지(지름 10㎛ 이하)보다 독성이 월등히 높은 이유다.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1차 침투 막아

    인체는 신비하게도 외부물질에 대해 엄청난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에서도 미세먼지를 체내에서 일주일 만에 배출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연구는 실험용 쥐를 사용했기 때문에 인체에서 며칠만에 미세먼지를 배출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세먼지와 같은 외부물질이 폐로 노출되면 폐에 상존하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macrophage) 등이 외부물질을 섭취해 세포나 조직 내로 침투를 막는다. 이것이 일차 방어막이다.

    이미 세포나 조직내로 침투한 외부물질은 세포내에서 적절한 대사과정을 거쳐 체외배출이 되기 쉬운 형태로 바뀌어 림프계와 혈관계를 경유해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지용성(기름에 잘 녹는 성질)이 클수록 체내에 오랜 기간 머물게 되므로 세포의 해독 대사과정은 지용성 성질을 수용성(물에 잘 녹는 성질)으로 전환시켜 체외배출을 빨리하게 하는 과정이 보편적이다.

    '1군 발암물질' 미세먼지, 체내 머무는 동안 발암성 유지

    문제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머무는 동안 어떤 독성을 유발하는가'이다. 이는 다양한 역학자료와 실험을 통해 과학적 정보가 축적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 암연구소(IARC)는 공해(Outdoor Air Pollution)를 1군 발암물질(Group 1 Carcinogen)로 규정했다. 이는 인간에게 암을 유발시킨다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축적됐음을 의미한다.

  • 특히 IARC는 공해의 구성성분 중 하나인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를 따로 규정하는 데, 이 또한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폐암의 위험성을 높일 만한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실험결과대로 체내의 미세먼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외배출은 되지만 체내에 존재하는 동안 발암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미세먼지가 안전하다는 증거는 아니다.

    한편 미세먼지와 심혈관계 질환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심혈관계 질환인 심근경색·심부정맥·뇌경색·혈관장애·고혈압·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는 이미 수천건의 논문으로 확인됐다. 역시 미세먼지의 크기가 작을수록 혈관까지 들어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가 더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심혈관 질환 원인' 미세먼지, 하루라도 노출되면 '독성'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의 체외배출이 일주일 내에 이뤄진다는 보고는 약간의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이는 착각일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미세먼지(pm 10 기준) '나쁨' 일수는 2016년 24일, 2017년 22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pm2.5 기준) '나쁨' 일수는 2016년 13일, 2017년 20일을 기록했다. 미세먼지는 줄어들지 않고, 초미세먼지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얼핏보면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많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 미세먼지는 사계절 내내 발생하는 데다, 1~5월엔 '나쁨'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집중된다. 이 시기에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인체(특히 폐)에 존재하며 발암성 같은 독성을 유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에서는 실험쥐에서 일주일 정도 미세먼지가 머물렀으나 인체에서는 며칠간 머무르는지 모르는 상태이다. 더 오랜 기간 머물 가능성 있다. 다른 하나는 초미세먼지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같은 양의 먼지를 흡입해도 독성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미세먼지 문제는 건강만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큰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유발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대처가 시급해 보인다.

    한성구 교수(건국대학교 축산식품생명공학과 독성학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