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여당 이사들이 양승동 당선 위해, 고의로 야당 후보에 표 몰아줘" 주장
  • ▲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4월 9일 서울 KBS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2018년 4월, 오래 기다린 봄' 이라고 적힌 노란색 종이컵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양 사장의 왼편에 김상근 KBS 이사장의 모습도 보인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4월 9일 서울 KBS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2018년 4월, 오래 기다린 봄' 이라고 적힌 노란색 종이컵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양 사장의 왼편에 김상근 KBS 이사장의 모습도 보인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KBS 사장 선출 과정에서 KBS 이사회 여당 이사들의 '짬짜미' 의혹이 제기됐다. 3인으로 압축된 최종 사장 후보들을 뽑는 과정에서 여당 이사들이 '양승동 밀어주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유력 경쟁자들을 낙마시켰다는 후문마저 나온다.

    KBS 노동조합은 24일 성명을 내고 "김상근 이사장을 포함한 여당 이사들이 양승동 사장을 밀어주기 위해 고의로 같은 진영 내 쟁쟁한 후보들을 떨어뜨리고 우파 성향의 후보를 밀었다"며 "가장 공정해야 할 사장 선임 절차가 협잡과 공작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야당 인사에 표 몰아준 여당 이사들?"

    KBS 이사회는 지난 22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차기 사장 후보자들을 3인으로 추렸다. 두 차례에 걸친 이사회 투표결과 양승동, 김진수, 이정옥 등 3명의 후보를 선발했다. 투표 결과를 득표순으로 나열하면 양승동 4표, 이정옥 3표, 김진수 2표다.

    이들은 모두 KBS 출신이다. 양 사장 외 김진수 후보는 1987년 입사해 상해 특파원 등을 역임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도 몸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옥 전 글로벌센터장은 1979년 동양방송(TBC)에 입사했다가 이듬해 언론 통폐합을 거치며 KBS 소속이 됐고 파리 특파원 등을 거쳤다. 이정옥 후보는 지난 2월 사장 선거에도 출마한 이력이 있다.

    굳이 성향을 분류하자면 양승동·김진수 후보는 여당 인사, 이정옥 후보는 야당 인사로 꼽힌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후보 3명을 추리는 과정에서 여당 이사들이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해, 일부러 성향이 다른 이정옥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의혹 때문이다.

    KBS 노동조합에 따르면 1차 투표(1인 2표) 결과는 양승동 7표, 이정옥 7표, 김진수 3표, 금동수 3표였다. 여기에서 당초 지원했던 김영신 후보가 떨어졌다. KBS 정책기획센터장을 지낸 김영신 후보 역시 양승동 사장의 쟁쟁한 경쟁자로 평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투표(1인 1표)에서는 양승동 4표, 이정옥 3표, 김진수 2표, 금동수 2표가 나왔다고 했다. 최종 3인 선출을 위해 김진수 후보와 금동수 후보만을 따로 떼어내 투표했고, 그 결과 김진수 6표, 금동수 4표로 김진수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동 대항마 제거하려고 했던 것"

    KBS 노동조합은 성명에서 "김상근 이사장과 여당 이사들 7인의 목표는 최종 3인에 양승동과 2인의 핫바지 후보를 뽑는 것"이라며 "양승동을 무난히 사장으로 뽑기 위해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유력 후보인 김진수·김영신을 투표에서 거르는 작전을 세웠다"고 했다.

    KBS 노동조합의 지적처럼 김영신 후보는 실제로 1차에서 탈락했으나, 결과적으로 김진수 후보는 최종 3인으로 선출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KBS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진수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2차 투표에서 여당 이사들은 일부러 금동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며 "그러나 '양승동 밀기' 작전을 눈치 챈 야당 이사들이 선택을 바꿔 김진수에게 표를 던지면서 저들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KBS 내부 한 관계자 역시 "같은 좌파 진영에 있는 김진수이지만, 기존 '양승동 라인'에겐 불편한 대상이 됐을 수도 있다"며 "실제로 김진수 후보는 출마 선언에서 '특정노조와 경영진의 유착관계를 뿌리뽑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같은 진영일지라도 양승동의 경쟁 대상이 될 수 있는 인사들은 미리 싹을 자른 것"이라며 "야당 인사인 이정옥을 뽑아놓고 '양승동 VS 이정옥' 구도를 만들어놓고 결국에는 양승동에게 몰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뉴데일리DB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뉴데일리DB

    시민이 모르는 'KBS 시민자문단'

    공정성 논란은 이사회 투표 과정 외에도 또 있다. 바로 이번에 새롭게 도입한 '시민자문단'이다.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이번 사장 선임 절차에는 시민자문단의 의견을 40% 반영하기로 했다. 27일 약 170명의 시민자문단이 참여한 가운데 사장 후보자 3인의 정책설명회가 열리고 이사회 의견 60%를 종합해 최종 후보자를 확정짓는다.

    그러나 '시민자문단'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문단에서 결정한 후보 선택 결과가 비공개라는 점 △자문단이 후보를 평가하는 채점표가 이사회 측의 채점표와 배점 구성이 다른 점 △이전에 없던 '인사검증자료'를 자문단에게 제공한다는 점 등이다.

    KBS 노동조합은 "사장 후보자들의 경영계획서는 외부 유출이 금지되나, 양 사장이 이 경영계획서들을 모두 입수했다고 한다. 같은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의 계획서를 본다는 것은 후보자 박탈감"이라며 "이런 마당에 이사회가 시민자문단에게 특정 후보들의 결점을 흘리지 않는단 보장을 누가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현재 KBS 이사회 일각에서는 "인사검증자료를 시민자문단에게 공개할 것을 거부하는 후보자들은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검증자료' 안건은 야당 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7대4로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KBS노동조합은 "이번 사장 선임은 공명정대하게 진행하겠다고 떠들고 다닌 것은 결국 연막이고 연기였다. 대체 양승동에게 무슨 빚이 있길래 공영방송을 이렇게 짓밟아 버리는가"라고 반문, "목적을 위해 우파 후보에게 몰표를 주어 허수아비를 세우고 양승동을 사장으로 만들어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고 했나"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이사장은 당장 사퇴하고 이사회는 전면 새로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라.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상근 이사장은 성직자가 아니라 정치꾼이다. 협잡과 작당으로 이뤄진 이번 선임은 원천 무효"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