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다운' 원하는 북한에 던진 중재안… 미북대화 교착되자 수습 나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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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25일 실무차원의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정부관계자의 언급에 대해 "많이 앞서나간 느낌"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관계자가 2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실무협상에서 얘기만 된다면 연내 종전선언도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한 데 따른 해명이다. 이 같은 발언 자체가 국과 북한 사이의 실무 협상이 열리지 않는 데 대한 청와대의 조급한 속내가 드러난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북한이) 실무회담과 고위급 회담을 아직 열지 못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의 구체적인 방식이 논의되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이나 회담 의제로 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유동적이라서 제가 설명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미북 대화' 교착에 따른 조바심

    앞서 정부 관계자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23일 미국 내 한국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은 북·미가 얼마나 심도있는 합의를 실무협상에서 도출하는지에 달려있다"며 "실무협상에서 얘기만 된다면 연내(종전선언)도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그간 언급해왔던 톱-다운 방식의 대화 프로세스와 반대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 결과 대국민 보고에서 "그러나 이번의 비핵화 합의는 (이전과 달리)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 양 정상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져서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북미 양 정상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기 때문에 저는 반드시 실행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미 두 정상 간에 큰 틀에서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에 설사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가 있다 할지라도 작은 문제들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실무회담 차원의 종전선언을 언급하고, 청와대가 다시 선을 긋는 이 일련의 해프닝에 대해 미국과 북한 간 대화의 교착상태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톱다운 형식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중재안의 일종으로 실무차원의 종전선언을 제안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최선희의 실무협의 라인은 아직까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양측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키로 한 실무회담 역시 북한이 당일 일방적으로 현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협상이 불발됐다. 비건 특별 대표는 이미 두차례나 북한 최선희와 회담이 무산된 상태였다.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당시 최선희와 면담을 기대했지만 최선희가 중국·러시아를 방문하며 무산됐고, 지난 16일부터 21일에도 회담을 원했지만 북한 측이 무응답으로 대응, 역시 무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