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식중독' 협박... 이애란 대표 "폐업한 냉면집 '평광옥' 꼴 날까 두렵다"
  • 종로에 위치한 북한정통음식점 '능라밥상'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종로에 위치한 북한정통음식점 '능라밥상'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내 유명 북한음식점이 신원을 알 수 없는 '탈북민 혐오' 집단에게 지속적 영업방해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업을 방해한 신원불상의 남성은 탈북민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았고, 수차례에 걸쳐 피해를 입은 음식점은 탈북민이 운영하는 곳이다. 탈북민 사회에서는 집단 악성 민원과 살해 위협 등으로 폐업한 인천의 '평광옥'과 같은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탈북단체와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 20일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북한전통음식점 '능라밥상'에 신원불상의 50대 남성이 침입해 집기를 휘두르며 종업원과 손님들을 위협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종업원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지만 식당 내 손님들은 30여분간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은 '탈북민 혐오' 집단에 의한 '고의적' 영업방해라고 의심한다. 신원불상의 이 남성이 사전에 식당을 방문해 탈북민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점을 확인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과 이전 수차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는 점, 주취자가 아니었다는 점 등 때문이다.

    "점심에 식당 둘러보고 저녁에 다시 와 행패"

    이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남성은 범행 당일 점심 때부터 식당에 와서 둘러본 후 저녁 9시께 다시 찾아와 행패를 부리며 손님들을 위협했다"며 "일반 손님과 달리 식당인데도 식사 주문은 하지 않고 냉커피만 시킨 후 다짜고짜 '이따위가 뭐냐. 북한음식이 왜 이 모양이냐'고 고성을 지르며 시비를 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이 남성은 손님을 향해 '여기는 오면 안되는 곳이야. 다들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물건들을 마구 집어던졌고 일부 손님들은 겁을 먹고 식사를 마치지도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며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매우 의도적으로 영업을 방해했다"고 했다.

    이 식당 종업원도 난동을 부린 남성이 일반 손님은 아니었다고 했다. 사전 방문해 탈북민이 운영하는 곳인지 유심히 살펴봤다는 이유에서다. 종업원 A씨는 "해당 남성은 낮에 방문했을 때 '탈북민이 운영하는 북한전통음식점'이라는 언론 보도 등이 있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며 "마치 탈북민 가게가 맞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주인 이씨는 이같은 '봉변'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식중독에 걸렸다고 배상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전에도 신분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음식점 영업을 지속적으로 방해해왔다"며 "앞으로 언제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두렵고 지속되는 영업 방해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탈북민 정성산 씨 운영하던 '평광옥' 올 5월 폐업

    탈북사회에선 '능라밥상'에 대한 영업방해가 '제2의 평광옥' 사태를 몰고 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탈북민 혐오'가 확산되는 게 걱정된다는 것이다.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능라밥상에 대한 영업방해가 평광옥 사태에 비해 수위가 아직 낮은 상태이지만, 수법이 비슷하다"며 "영업방해가 지속되고 탈북민 혐오로 번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 탈북민 출신 정성산(49) 씨가 운영했던 인천 연수구 평양냉면 전문점 '평광옥'은 개업한 지 1년도 안된 올해 5월 폐업했다. 당시 정씨에게 앙심을 품은 좌파 성향의 누리꾼들이 온라인상에서 집단 폭력을 가하는가 하면 가게를 직접 찾아와 정문과 창문에 페인트 스프레이로 협박 문구를 도배했고, 평광옥 불매 운동까지 벌였다. 관할 구청에 무더기로 악성 민원을 넣기도 했다. 정씨는 음식점을 폐업하면서 "이제 더 이상 믿을 곳이 없다. 암살까지 당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능라밥상 주인 이씨 역시 평광옥 사태로 번질까 우려했다. 이 씨는 "탈북민들에 대한 남한사회의 혐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져 가고 있다"며 "배후세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괴한들의 괴롭힘이 국내 탈북민들을 표적으로 한 계획적인 범행일 수도 있다"며 "이는 탈북민들에 대한 차별을 넘어 광적인 집단린치이고, 탈북민들에 대한 탄압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흉기 난동을 부린 해당 남성을 연행한 종로경찰서는 범행 동기 등 해당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의 질문에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