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귀국 후 일정 비우고 정국 구상… 9일간 쌓인 현안 점검할 듯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1일 서울 성남공항에 도착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1일 서울 성남공항에 도착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일정을 비우고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일정은 없다"며 "연가를 낸 것은 아니고 회의나 보고 등은 이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수석보좌관회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수석보좌관회의는 통상 월요일마다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강행군 일정을 소화한 만큼 체력을 안배하면서도 9일간 쌓인 현안을 점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후 7박 9일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교황청에 이어 벨기에와 덴마크를 돌며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여러 일정을 소화했다. 

    '연내 종전선언' 구상에 차질?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줄곧 대북제재 완화를 외쳤다. 유럽순방의 첫 정상회담이었던 한국-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UN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께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 같은 역할을 해 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와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실험장,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경우 국제적 검증 속 핵 생산시설 폐기를 공언한 부분을 거론하면서 "그것이 폐기될 경우 비핵화는 상당부분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를 계속하도록 국제사회의 격려 및 유인조치가 필요하며 이탈리아와 EU가 이를 적극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아셈에 참석해서는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를 만나 "북한이 계속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도록 국제사회가 UN 안보리를 중심으로 견인책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태국의 쁘라윳 찬오차 총리 등과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마지막 일정인 덴마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북한의 비핵화 목적은 경제적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에 있어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는 단계가 되면 북한의 녹색성장을 돕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CVID를 세 차례나 강조하며 비핵화를 강조했고, 메이 총리와 메르켈 총리 역시 "북한도 CVID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덴마크 라스무센 총리 역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한다"면서도 "실제 변화가 있다면 돕고 그 노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요 쟁점이었던 대북제재 완화는 의견 일치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서 수확이 있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이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는 점 정도다. 이마저도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available)"고 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확답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 역시 현지시각으로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이런 종류의 여행에는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현되기엔 단계가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그 사이 비핵화 문제를 결론 낼 미국과 북한의 양자 협의 역시 대화에 속도가 나지 않고 답보상태가 이어졌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 회담은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다. 대북제재 완화를 통해 연내 종전선언 등을 이끌어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으로부터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하락

    이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순방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지율이 하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리얼미터〉가 22일 오전에 발표한 10월 3주 차 주간 집계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평가는 60.4%로 1.5%p 하락했고, 부정적인 평가는 33.0%로 1.6%p 올랐다.

    〈리얼미터〉는 이같은 하락세의 원인에 대해 ▲서울교통공사의 '일자리세습 논란' ▲카카오의 카풀앱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업계의 대규모 장외집회 ▲정부의 '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에 대한 야당의 지속적인 국감 공세 등으로 해석했다. 대북제재 완화 논란 역시 주 중반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았다.

    (이 주간집계는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3,026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2,505명에게서 응답받은 결과다. 응답률은 7.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야당에서는 이같은 흐름에 대해 비판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북한 비핵화는 우리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확고한 국제공조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우리나라는 북핵의 직접 당사자로서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 비핵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는 성과도 없는 남북문제에만 몰두하여 고용참사, 분배실패, 기업투자 침체 등 국내 경제위기에 소홀히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