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판문점선언 분석③ 제성호 교수 "수십조 세금, 자동으로 투입되게 하려는 것"
  •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제성호 중앙대 교수가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제성호 중앙대 교수가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여권과 언론에서는 연일 '한반도 평화 모드 조성'이라는 희망에 부풀어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학계 시선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지난 '4·27 판문점선언'의 구체적 이행 여부 및 국회 비준 동의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치적 선언을 왜 법제화하느냐"고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11일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판문점선언이 북한에 대한 강제력이 없다"며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안보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뉴데일리>는 대북 전문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판문점 선언은 을사늑약… 비준하면 헌법 무너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은 위헌이다)에 이어 세 번째 순서로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교수의 의견을 소개한다.

    국회 비준 대상 아닌데 비준하려는 것이 꼼수

    대북 전문가들은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해당 선언이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 △북한을 정상적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 △구체적 권리의무 관계가 담기지 않았다는 점 등 3가지 사실 때문이다.

    제성호 교수는 1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따라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되는 것은 조약인데, 조약은 국제법 주체간에 구체적 권리 의무를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문점선언 내용은 대부분 '~하기로 했다, ~할 것이다, ~노력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장래 방침이나 노선을 밝히고 있다. 제 교수는 "법적 문서에서는 '~한다'라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판문점선언은 정치 선언이다. 그렇기에 4월 27일 신사협정(순수한 정치적 약속·비구속적 합의·비법률적 합의)으로 발효된 것이다. 제 교수는 "신사협정은 국회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회 비준이 필요없는 정치적 선언을 정부가 굳이 법률문서로 남기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제 교수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북한에 각종 특권을 지원하기 위해 몇십조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면 국민 반발이 심각하니, 국회 동의를 받아 자동 예산 편성 등 장치를 만들어놓을 의도라는 것이다.

    국회 동의 받아서 예산 투입되게 하려는 것

    제 교수는 "이게 통과되면 법치주의는 실종된다"며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해놓으면 종전선언 자체도 법률화 될 것이며, 그 이후에는 평화협정 체결과 미군철수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연내 종전선언을 언급하고 있다.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이 국제적 합의인 '정전협정'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하는 의문과 관련해 제 교수는 "좌파세력이 정전협정을 사문화시키려는 움직임으로 갈 것"이라며 "과연 우리 정부가 중심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제 교수는 "평화협정은 당연히 전쟁종결을 내포하고 있는데 굳이 종전협정이라는 걸 따로 작동시키는 것 자체가 북한의 함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군사옵션 압박카드를 써야 하는데, 종전선언은 북핵을 인정하고 북한의 핵인질화를 자청하는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면서 "결국 우리 손에 쥐고 있는 대북 변화카드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 제성호 중앙대 교수가 18일 오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질의서를 읽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제성호 중앙대 교수가 18일 오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질의서를 읽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북한은 변한 게 없다...평화와 안보는 별개

    이른바 한반도 평화 로드맵으로 불리는 '판문점선언'은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언급하고 있어서, 국제 대북제재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평양회담을 기점으로 이를 다시 정리해 '군사분야 합의서'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 합의서에는 동해 철도와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 최전방 초소 GP철수,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제성호 교수는 이를 두고 "안보라는 것은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하며, 평화적 합의와 안보는 별개로 다뤄야 한다"면서 "말의 성찬으로 포장된 합의가 결코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힘을 왜 자꾸 (정부가 나서서) 버리려고 하나"고 반문했다.

    제 교수는 "일반 정상 국가들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외교관행이 남북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화해협력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난 70년간 북한의 행태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가, 말로 된 북한의 주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이행이 검증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아직까지 북한이 대남혁명전략을 포기했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 항상 북한은 '합의와 실천은 별개'라며 마음대로 합의서를 깨왔다.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도 진짜 폭파를 했는지 갱도 내부가 검증이 안된 상태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합의에 중점을 두지말고 이행이 되는지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며 서문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했다. 2013년에는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고 2016년에는 4차 핵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는 여전히 '남조선 공산화'라는 대남 혁명전략 노선이 버젓이 들어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을 두고 제성호 교수는 "좌파 정권의 핵심은 합의 자체를 성과로 생각해버린다는 것"이라며 "남북기본합의서에 '파괴 정복 활동 중지'가 있었음에도 북한은 공공연히 이를 어겨왔다. 과거에도 냉각탑 폭파쇼가 있었지만 그대로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 이제는 남북관계 성과를 합의가 아니라 합의에 따른 성실한 이행, 즉 북한의 실질적 변화에서 찾아야한다"고 했다.

    북한에겐 총구가 될 판문점선언, 우리에겐 족쇄 역할

    판문점선언 중 '남북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논란이다.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 행위'에 한미 연합훈련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제성호 교수는 "결국 우리에겐 족쇄가 되고 북한에겐 유리하게 써먹을 도구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군사적 충돌의 근원이라는 판단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애매모호하다고 부연했다. 모호한 표현들이 북한에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제 교수는 대표적 사례로 NLL(북방한계선)을 꼽았다. 1953년 유엔군은 한반도 해역에서의 남북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서해 5개 도서와 북한 황해도 지역의 중간을 기준으로 북방한계선을 설정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이를 명시하고 있으나 최근 북한은 돌연 태도를 바꿔 "NLL은 유엔군이 임의로 설정한 경계"라고 주장해 갈등을 낳고 있다.

    제 교수는 "NLL은 국내 영토관할권의 일부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영토 보존의 의무를 지닌다"며 "그러나 현실은 판문점선언이 끝내 한국 입장에선 안보자해적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북한의 대남전략이 여기에 녹아있다. 우리식의 해석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북한이 핵폐기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을 북한에서는 북침핵전쟁 연습이라고 표현한다. 무슨 뜻이겠나. 한반도 비핵화는 이러한 북침핵전쟁 연습도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제성호 중앙대 교수.ⓒ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제성호 중앙대 교수.ⓒ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판문점선언 이행은 종전선언...'연방제'의 길로 가는 꼴

    그는 판문점선언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연방제'를 언급했다. 판문점선언이 국회에서 비준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헌법 제4조인 자유민주통일의 길이 아닌 연방제 통일의 길로 갈 가능성이 90%라는 게 제 교수의 주장이다.

    제 교수는 "판문점선언 이행은 종전선언을 의미한다. 이른바 평화시대를 뛰어넘어 통일시대로 진입하겠다는게 문재인 정부의 의지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정체성 훼손뿐만 아니라 연방제 통일에 영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 해체와 동시에 김정일이 주장했던 '련방련합제'의 길"이라며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 특수관계와 더불어 국제관계도 혼재돼있어 '민족끼리'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헌장과 국제 문제를 외면하고 '민족끼리' 통일 문제를 해결한다면 한반도 정전협정도 위반하는 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 군사분계선은 과거 냉전 시대 공산주의와 자유주의가 맞붙던 이념적 경계선이다. 북중동맹·한미동맹이 얽혀있고 우리 노력만으론 완전 해소가 어렵다. 한미동맹은 자유민주통일을 뒷받침하는 군사적 수단인데, 합리적 시각에서 볼 때 미국 지원없이 통일하겠다는 건 연방제 밖에 없다."

    기업인 방북, '묵시적 강요' 가능성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대거 방북한 것에 대해선 "대북제재로 인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제 교수는 진단했다. 다만 기업인들을 북으로 데려간 청와대의 행태가 '묵시적 강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공 바치듯 기업인들이 평양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좋게 말하면 '대북 투자 권유'이지만 자칫 '묵시적 강요'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독대했다고 해서 직권남용죄, 뇌물죄로 재판을 받고 있지 않느냐. 그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끝으로 제성호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대북정책에 대한 좌파 국민들이 '색깔론' '사상전'으로 치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사상전은 구닥다리 유물이 아니다.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볼세비키 혁명 후 그 넓은 러시아 영토를 지배한 세력의 수가 얼마인 줄 아느냐. 딱 1000명의 이념 혁명전사였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엄청나게 그 수가 늘었을 것이다. 지금 사상 이야기를 하면 낡은 얘기 취급을 받는다. 건국·산업화 세력에 대한 평가절하가 너무나 많다. 북한보다 병력도 없고 가난했던 그 시절, 대한민국이 얼마나 어렵게 구축된 질서인지 그 과정에서 북한 공산주의와 피나는 투쟁을 통해 얻어낸 나라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UN제재·한미동맹·헌법가치·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수호하며 핵폐기를 유도해 나가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대북 통일정책임을 국민들은 유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노선과 일각에서 주장하는 '평화'가 독이 든 사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