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판문점선언 분석② 이동복 대표 "헌법상 '국가' 아닌 북한… 조약 체결 못해"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또다시 남북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세번째 만남이다. 언론에선 이번 회담에서 '4·27 판문점선언'의 구체적 이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관측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지난 11일 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해 판문점선언을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자고 했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있다. 판문점선언은 ⓵헌법에서 명시한 '조약'이 아니라는 점과 ⓶북한이 한반도에서 국가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2가지 이유 때문이다.

    국가가 아닌 '집단'과 조약 체결하는 꼴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1항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에 대해 ⓵상호 원조 또는 안전 보장에 관한 조약 ⓶중요한 국제 조직에 관한 조약 ⓷우호통상·항해조약 ⓸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⓹강화 조약 ⓺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⓻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 등의 7가지를 규정하고, 이에 대해 “국회가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고 정했다.

    이 7가지 사항 중 판문점선언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게 학계 일각의 의견이다. 판문점선언이 '조약'이 아니라는 이유다. 이동복(81)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이 대표는 1979~1980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남북회담사무국장, 1980년 남북총리회담 준비회담 대표, 1980~1982년 국토통일원 남북대화사무국장 등을 지낸 남북회담의 ‘살아있는 증인(證人)’이다. 특히 1991~1993년까지 안기부 제1특별보좌관을 지내며 1992년 2월 공식 효력이 발생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은 '조약'인데 판문점선언이 조약에 해당하는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며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요구는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내란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이) 강화조약에 해당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조약(Treaty)은 법률에서 '국제법 주체간 국제법상의 법률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문서에 의한 명시적 합의'라고 정의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역과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즉 헌법적으로 북한은 한반도에서 '국제법상의 주체'로서의 '국가'로서 존재할 수 없다. 헌법 개정이 없는 한 법적으로 북한과 '국가 대 국가' 차원의 조약이나 협정 형태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헌법 위반인 것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 북한의 법적 지위에 관해 특례적 규정을 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이 (지금 헌법 체제 하에서) 북한과 조약을 체결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북한과의 사이에 이뤄지는 어떠한 조약이나 협정도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결국 판문점선언은 헌법 제60조에서 명시한 '조약'에 해당되지 않는데다, 체결 당사자인 북한은 헌법 제3조에 의거해 한반도에서 '국가'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는 '내란행위'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가 형법에 위반된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과 조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강제로 받아내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고 위반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형법 제87조(내란죄), 제89조(미수범), 제90조(예비, 음모, 선전, 선동) 및 제91조(국헌문란의 정의)를 위반하는 '내란 행위'로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판문점선언은 사법 심사 대상이 돼야 하는 범죄를 구성하는 문건이라며 형법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판문점선언은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 선언을 마중물로 해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평화협정이 1973년 4월 30일 발효된 '베트남에서의 전쟁 종결과 평화 회복을 위한 파리평화협정'과 마찬가지로 6·25 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보는 시각에 입각해 작성된 문건"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내란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다면 1992년 남북이 인준 절차를 거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약칭 남북기본합의서)의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할 것을 제언했다. 

    당시에도 남북기본합의서가 갖는 헌법적 제약 때문에 남북은 각자 상이한 방식으로 합의서의 내부 비준 절차를 진행했다. 북한은 당시 국가주석이었던 김일성이 이를 비준하고, 이어서 '최고인민회의'라는 소위 최고입법기관이 이를 중복 비준한 반면, 한국은 노태우 대통령이 '재가'하는 것으로 비준에 갈음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국회 동의부터 받아야"

    이 대표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체제와 내용을 살펴보면 1972년 동·서 양독 간 체결됐던 '동·서독 기본 조약'보다 평화협정 차원에서 훨씬 내실을 갖춘 것이다"라며 "문재인 정권은 향후 남북관계 발전 수순으로 평화협정을 거론하는데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가 '동의'하게 되면 평화협정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평화협정에서 고려돼야 할 모든 사항을 이미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국회 동의 절차를 밟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에게 남북회담 대표로 참여하며 남북기본합의서를 주도했으면서 현재 남북정상회담 반대론자가 된 이유를 묻자 "반대론자가 아니라 무용론자, 회의론자가 됐다"며 "과거 40년간 남북이 대화를 했지만 내용 면에선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