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년회의서 즉흥 발표… 시민들 "안해보면 모르나" "세금 갖고 체험하나" 쓴소리
  •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구 옥탑방 체험에 이어 휠체어 대중교통 체험에 나선다. 그의 '체험 행정'을 두고 '보여주기'라는 지적은 이미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서울시내 부동산을 뒤흔들었던 '옥탑방 체험'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박 시장의 '휠체어 체험'이 서울시 행정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되고 있다.

    박 시장은 2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청년회의에 참석해 "하루 동안 휠체어를 타고 서울 대중교통을 이용해보겠다"고 말했다. 한 청년 의원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지적하자 즉석에서 이같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번 체험 의사는 기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돌발적으로 발표됐다. 예정에 없던 발언이라 체험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7월 '강남과 강북의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삼양동의 9평짜리 옥탑방에 입주했다. 옥탑방 체험 후 이어지는 휠체어 체험, 그 다음으로는 올 겨울 '금천구 옥탑방' 살이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삼양동에서 한달 거주하는 동안 "겨울 혹한기에는 금천구 옥탑방에서 살아볼까 한다"고 수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한 달간의 '한파 체험'이다.



  •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DB
    청년수당, 서울로, 무료 교통… 전시행정 줄줄이

    배낭에 셔츠, 턱수염, 찢어진 운동화는 2014년 서울시장 재선에서 박원순 후보를 상징하던 징표였다. 서민적인 이미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겠다던 박 시장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그래서일까.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중 유독 전임 시장들에 비해 '보여주기 행정'을 많이 추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6년부터 추진한 '청년수당'은 '전시행정' 논란을 낳은 대표적인 정책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최장 6개월 간 매월 50만원을 지급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준다는 복지책인 청년수당은 당시 대선을 앞두고 청년 표를 의식해 무책임한 포퓰리즘 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오기도 했다.

    또 경찰과 문화재청, 도로교통공단의 연이은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서울로 7017' 역시 안전 및 예산 낭비 논란을 빚었던 대표 사례다. 당시 서울로 7017에는 헌신발 3만켤레가 모인 '슈즈트리' 조형물이 설치됐다가 단 9일만에 철거됐다. 악취 및 위생 문제를 일으킨 해당 조형물을 설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1억 3,000만원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이외에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정책 중에는 세운상가 프로젝트도 포함된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7개 건물로 구성된 세운상가군과 그 주변을 공중보행교로 이어 주변 환경과 접근 편의성을 개선한다는 도심재생사업이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에 포함된 건물 중 일부 건물의 인공데크가 현재 꽃상가 운송차량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해당 데크가 안전등급 D등급의 재난위험시설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인한 대중교통 무료방침은 이들 중 '탁상행정' 이라는 지적을 가장 많이 들었던 전시행정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는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취지로 이틀간 일정시간대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시행하다 6주 만에 자진 폐기했다. 단 이틀간 허공에 날아간 혈세는 150억원이다.



  • ▲ ⓒ유튜브 화면 캡처
    ▲ ⓒ유튜브 화면 캡처
    흔들리는 부동산, 폭등하는 집값

    박원순 시장이 가장 최근 '체험 행정'으로 내놓은 '옥탑방 선언- 강북플랜'은 대규모 개발 선언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와의 사전 협의없이 추진되면서 마찰을 빚었고 끝내는 서울시내 부동산마저 뒤흔들었다.

    이런 와중 '휠체어 체험' 계획이 언론을 통해 오르내리자 누리꾼들은 "이외에도 해결할 일이 산적한데 이를 하루, 혹은 한달 체험하고 해결방안을 내놓겠다는 발상이 그만큼 사안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것. 차라리 실제 장애인들에게 조사를 의뢰하는 게 낫다"고 꼬집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삼양동 옥탑방 거주 중이던 박 시장이 주말에 시청공무원을 동원해 밥 배달을 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옥탑방 시정'의 진위 논쟁에 불이 붙었다. 당시 시민들은 "진짜 서민체험은 공무원이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현재 실시간 포털사이트에는 "박원순 씨 휠체어 체험하시려면 경호원 없이 혼자 자발적 체험을 부탁드립니다",  "체험을 해야 정책을 낼 수 있나", "휠체어 체험을 한다는 가정에 '서울시장' 임을 대중교통 종사자들이 알아본다면 당연히 신경을 써 줄 것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박 시장이 추진하는 것들은 국가경쟁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들", "우리가 체험학습하라고 세금 내는 줄 아나", "도대체 안해보면 모르나, 전부 다 체험하고 서울시장 직무는 언제 할건지"라는 댓글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