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대위원장 취임… 당내 갈등 우려한 듯, 공천권 확보 대신 '보수 가치' 정립에 방점
  • ▲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사는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끌어안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지향적인 측면에서 인적 청산은 반대한다"며 혁신 로드맵 밑그림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혁신안은 인적 청산보다는 보수 가치 수립에 주안점을 뒀다. 계파 갈등 등 당 난맥상을 고려해 뺄셈의 정치보다는 덧셈의 정치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당 혁신 과제로 거론되는 인적청산과 관련해 "과거 지향적인 측면에서 인적청산은 반대한다"며 "새 기준을 만들면 이에 입각해서 같이 갈 수 있다 없다를 당원과 구성원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면서 특정 계파에 대한 청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일축하고, 비대위에서 재정립하는 보수 가치를 잣대를 가지고 새롭게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다같이 새 기치를 들고 미래를 향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가치나 이념체계, 정책을 같이 할 수 있는 분인가가 당내 시스템으로 가려 지겠지만, 그럼에도 전혀 공유하지 못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길을 달리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솔직히 말하면 당대표로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이 있다"고 덧붙이며 인적청산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그는 거듭 "사람을 바꾸는 것 이전에 그 뭔가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만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언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공천권을 갖는 문제에 대해 "그건 정치적 약속이고 서로 지키기 어렵다"며 "비대위가 아무리 길어도 선거가 2020년인데 공천을 할 수 없다. 애초에 공천권 관련해 어떤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향후 총선출마에 부정적… 선 그어

    김 위원장은 비대위 해체 후 전당대회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비대위에서 끝나야 한다"며 "다만 비대위를 성공적으로 하면 정치 전반에 걸쳐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당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다. 비대위는 비대위로 끝내고 비대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한국 정치에 맞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지도부가 전권형 비대위를 주장해 당내 반발에 부딪힌 것을 의식하고 자신은 공천권 문제와 거리를 두면서 혁신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비대위 기간에 대해 "최소한 올해는 넘어가야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정기 국회 동안 전대를 하는 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말하자면 현재 당 기치를 세우는 게 먼저인가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는 게 먼저인가 직접 만나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겠다"고 전했다. 

    비대위원 선임과 관련해서는 "9명일지 11명일지는 고민하고 있다"며 "당연직으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두 분이 있고, 초재선 중심으로 한두 분 정도 모셔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나머지는 일반시민을 생각하고 있는데 연령대나 성별, 전문성에서 다양한 구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중앙당 해체는 '유보'

    김 위원장은 이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김 대행이 강조한 중앙당 해체에 대해 "상당한 토론 있어야 한다"며 대답을 유보했다. 김 대행의 뜻대로 비대위가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우리 역사의 아픔"이라며 "그러나 이런 부분들을 두 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잘못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탄핵 사태'를 두고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인적청산 대신 보수 가치를 세우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은 인권, 상생, 통일 등 특정 가치를 점유했지만, 한국 보수정치권이나 중도 정치권은 가치 점유에 있어서 부진했다"면서 "그중 하나가 자유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

    이어 "국가가 시민사회와 시장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여러 주체가 자율적으로 국가를 만들고 경쟁과 혁신하는 것을 꿈꾼다"며 "자유와 자율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시대정신이 자율사회를 향해 흐를 것"이라며  "자율은 스스로 규제하고 네가 나를 감독하고 당신이 나에게 뭐라고 이야기해도 용인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보수통합에 대해 "한국당이 제대로 서게 되면 흡입력에 따라 연대를 하던가 상생 구도로 연정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당을 바로 세우는 걸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