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홈피에 적화통일전략 기술"… 의혹의 팩트

[팩트체크] 남북기본협정, 통일국민협약 등 정책 모호… 통일센터, 통일교육 내용도 불명확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7.13 13:55:58
▲ 지난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오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6월 12일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한미 양국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일까. 최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적화통일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실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말일까.

통일부 홈페이지에 실린 통일정책

통일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상단 메뉴 가운데 ‘통일정책’을 누르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과 통일정책 등을 볼 수 있다. 이는 다시 ‘통일방안’, ‘통일부 국정과제’, ‘한반도 정책’ 등으로 나뉜다. ‘법제’나 ‘연도별 업무보고’는 사실 아카이브에 가깝다.

‘통일방안’에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상단에 자리 잡고 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란 김일성이 주장한 ‘고려연방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던 '민족화합 민주통일 방안'을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수정해서 내놓은 통일방안이다.


이 방안은 ‘화해협력 → 남북연합 → 통일’의 3단계로 나뉘어 있다. 상호 간의 실체 인정 및 적대관계에서 교류협력 관계로의 전환, 2체제 2정부의 과도기적 ‘연합’ 체제 구성, 남북정상회의와 남북각료회의, 남북평의회, 공동사무처 등을 운영해 나가면서 통일 헌법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 총선거를 실시해 행정부와 국회를 합친다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 같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뿌리는 1982년 1월 전두환 정부 때 나온 ‘민족화합 민주통일 방안’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통일 비전은 ‘더불어 잘 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잘 사는 경제’,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실현함으로써 통일 국가를 이룩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문재인 정부의 통일비전. ⓒ통일부 홈페이지.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의 통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과제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경제통일 실현’을 내세웠다. ‘남북한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경제통일 구현’, △‘남북기본협정 체결 및 남북관계 재정립’, △‘북한인권 개선과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교류 활성화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 △‘통일 공감대 확산과 통일국민협약 추진’ 등의 5가지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남북 철도·도로 사업과 연관된 '한반도 신경제지도'


이 가운데 가장 처음 나오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경제통일 구현’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에게 건넨 USB 드라이브의 내용, 남북실무회담에서 논의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실행을 위해 통일부는 "먼저 3대 벨트 구축을 통해 한반도 新성장동력 확보 및 북방 경제 연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3대 벨트란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잇고 나아가 러시아와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와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제협력 벨트’, △설악산, 금강산, 원산에 이어 백두산까지 잇는 관광벨트의 3가지를 의미한다. ‘플러스 원’은 비무장 지대를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로 만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3대 벨트 건설을 통해 남북한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시장이 하나로 연결되면 단계적으로 ‘생활 공동체’를 형성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어 ‘남북기본협정 체결 및 남북관계 재정립’을 위해서 남북 관계를 보다 활발하게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남북관계 재정립을 위해 연락채널 복원, 적십자 회담과 군사실무회담 개최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체육, 군사, 경제 회담 등 분야별 대화를 정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기본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했다.
▲ 문재인 정부가 남북통일의 주요 과제로 삼은 '한반도 新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3대 벨트 구성' 지도. ⓒ통일부 홈페이지.

내용 명확하지 않은 '남북기본협정'


그런데 ‘남북기본협정’의  내용이 모호하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전략 골격을 만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2017년 7월 발표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2012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당시 야권에서 내놓은 ‘남북기본협정’ 주장을 통해 일부분은 유추할 수는 있다. 쉽게 말해 “남북관계 개선 및 상호 신뢰구축을 보장하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당시 야권의 주장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기에 앞서 남북대화를 하면서 국민여론을 살피고 당정 협의, 국회와의 초당적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인권 개선과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은 사전적 의미로 생각한다면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을 김정은 정권에 촉구하는 것과, 조건 없는 이산가족 상봉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그것은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 허용, △국제기구의 대북지원사업 공여 검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부 차원 지원을 말한다. 탈북자나 북한인권운동 단체의 주장과는 근본적인 시각이 다르다.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한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대목도 애매하다. ‘당사자의 의견’이라는 주관적 단서 때문이다. 2016년 4월 집단 귀순한 북한식당 여종업원들과 관련해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 북한 귀환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떠오르게 한다.

'통일국민협약'을 바세나르 협약과 비교?


‘통일 공감대 확산과 통일국민협약 추진’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내세운 목표와 주요 내용에도 두루뭉술한 표현이 많다. 통일부는 “국민이 공감하는 통일국민협약 체결 추진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통일·대북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하겠다”면서 “국회 협의, 국민소통 기반 아래 2022년까지 통일국민협약을 체결 및 이행하고 소통하는 제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통일국민협약’이란 뭘까.

▲ 문재인 정부의 통일전략 홍보 포스터. 참여의 대상은 어디까지 일까. ⓒ통일부 홈페이지.

통일부 공식 블로그까지 찾아봤지만 그 실체와 내용은 애매모호하다. 그저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또는 아일랜드의 국가경제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과 비슷하다”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바세나르 협약은 범국가적인 노사 간 대립을 풀어내기 위한 약속이고, 국가재건을 위한 프로그램 또한 정부의 개혁 정책에 제1야당과 최대 노조가 힘을 더하겠다고 나선, 한국으로 치면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만든 사회 협약이다. 그러나 이런 노사 간의 협약은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품고 있는 ‘통일’ 문제와는 격이 다르다.


2022년까지 '문재인式 통일전략' 법제화

통일부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2022년까지 광역 지자체별로 ‘통일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통일센터’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에게 통일교육을 하고, 통일전시관을 운영하며 탈북자 정착지원 업무도 맡길 것”이라고 했다. 또 국내외에 ‘통일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전 국민에게 통일 교육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통일교육’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설명도 있다. 통일부는 이를 ‘3대 목표, 4대 전략, 5대 원칙’으로 정리했다.


‘3대 목표’는 △“우리의 능동적 역할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을 통해 정전 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과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등 기존의 남북 합의를 계승·발전시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것”, 그리고 △“남북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더불어 잘 사는 경제 공동체를 구현해 남북과 동북아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4대 전략’은 △북핵 문제를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면서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단계적·포괄적 접근’,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을 병행해서 진전시켜 나가며 이를 위해 한국이 대화를 주도한다는 ‘병행 진전’, △‘통일국민협약’과 ‘남북기본협정’ 등을 통해 대북전략을 법률로 고정시키고 이를 토대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한다는 ‘제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 △다양한 교류협력을 확대해 남북이 공존공영하며 민족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호혜적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 등의 4가지다.
▲ 통일부 정책 메뉴를 누르면나타나는 다양한 섹션들. ⓒ통일부 홈페이지.

그리고 ‘3대 목표’ 달성과 ‘4대 전략’ 구현을 위해 필요한 ‘5대 원칙’으로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노력을 한국이 주도한다”는 ‘우리 주도’, △“확고한 한미 동맹과 국방력을 바탕으로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한다”는 ‘강한 안보’, △“상호 존중의 정신에 입각해 호혜적 대화·교류·협력을 통해 공동 번영하는 남북 공동체를 만든다”는 ‘상호존중’, △“국회, 지자체, 시민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소통을 제도화해 통일 문제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도출한다”는 ‘국민소통’, △“개방과 협력에 바탕을 둔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의 협력을 견인한다”는 ‘국제협력’의 5가지를 내세웠다.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인한 갈등 탓?


통일부가 소개한 문재인 정부의 통일 비전과 정책, 전략, 법제화를 위한 과정 등에서는 대놓고 북한에 항복한다거나 그들의 '고려 연방제 통일'을 할 것이라는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일부 단어와 문장 때문에 오해할 소지는 있다. 우선 미국이나 일본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원칙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가 아니라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비핵화 과정이 진행되는 데 맞춰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때 한국이 대북협력을 주도한다는 대목이 그렇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을 거스르고 국제사회와 북핵 문제에 대한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납북자와 국군 포로 문제에 있어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한다"는 대목도 오해를 살 만하다. 북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피해자들을 구하는데 '당사자 의견'이 왜 필요하느냐는 반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북 경제공동체를 먼저 구성해 남북 사회통합과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는 전략도 반감을 사기 쉽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때문에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성급하게 '경제 공동체'를 구성한다면 한국 경제가 망가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또 2022년까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제도로 만든다는 '통일국민협약'이나, 광역 지자체 별로 만든다는 '통일센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통일 교육' 등도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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