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행보 반갑지만 '호스트' 이재용 부회장, 뒷전으로 밀려… 文, 어정쩡 정책 피해야
  • ▲ 지난 9일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9일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삼성전자의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방문할 당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가운데에 섰고 왼쪽에는 인도의 인사들이 섰다. 문 대통령의 오른쪽으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섰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 오른쪽에 섰다. 이 부회장은 오른쪽 한켠에 홀로 공손히 손을 모으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이날 만남은 그 자체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만남이어서다.

    많은 언론은 이날 만남을 문재인 정부 경제기조 변화를 의미하는 한 가지 사건으로 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그간 중소기업에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랬던 그가 대기업의 상징과 같은 이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게도 이날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은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패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세계에 선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축사에서 "이 제조설비가 삼성 최대 규모의 휴대폰 생산공장이 될 것"이라며 "이곳에서 매달 약 1,000만대 휴대폰이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인도 경제가 외국 기업에도 무한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약속이기도 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실제로 경제기조를 전환하자는 것이라면, 이번 인도 공장 방문은 문 대통령에 진정성을 보여줄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이날 문재인 정부는 디테일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며 어정쩡하기만 했다. 단적인 예시가 이날 준공식 행사 사진이다. '호스트'인 이재용 부회장 대신 '게스트'인 정부 인사들이 가운데를 차지했다. 이 부회장은 세계시장에 포부를 보여주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를 사이드에서 지켜봐야 했다. '주객전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의 축사 역시 삼성전자가 그간 노력해온 것 보다는 인도와의 경제협력과 인도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노이다 공장이 활기를 띨수록 인도와 한국 경제도 함께 발전할 것"이라며 "인도 국민들의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만 2천여 명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현지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일자리 창출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그간 재벌개혁을 강도높게 외쳐왔다. 전통적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기업정서가 강한만큼, 단번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를 선회하는 것 또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인도의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은 기업으로서도 반가워 할만한 일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정부에서 고위직이 올수록 주재국 정부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행보로 비쳐진다면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지층으로부터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공격받기 쉽고, 지지층이 아닌 사람들로부터는 친기업정서의 진정성을 공격받기 쉬워서다. 무엇보다 경제경책 기조가 갈팡질팡한다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지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국가의 정상이 기왕 기업을 방문키로 했다면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하는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