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여당 '기무사 문건' 놓고 前 국방장관 겨냥… 軍 개혁 추진하다 머쓱해진 송영무 장관
  •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사진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송영무 국방부 장관. 사진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근혜 前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집회·태극기집회가 소요 사태로 번질 경우 대응방안을 정리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하 기무사 문건)’ 문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이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로부터 최근까지도 군 내부 사찰 정보를 보고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는 불똥이 다른 곳으로까지 튀어가는 모양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오전 "지금의 민정수석실도 기무사의 보고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국 민정수석에 따르면 최근 언론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기무사 문건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조국 민정수석 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기무사가 국군기무사령부령(대통령령)에 따라 수집한 방산비리, 테러, 간첩 등 범죄정보와 군 인사 검증용 자료 등만 보고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책임 돌리려는 청와대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국방부로 돌리는 이유는 “지금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기무사로부터 감찰 정보 외에 광범위한 군 관련 정보를 보고 받는다”는 언론 보도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3일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기무사가 국방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은 시차는 있지만 거의 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보고되고 있다”며 “감찰 정보 외에 군 내부 동향, 정책 제언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 3월 기무사 문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뜻이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1일 “지난 3월 기무사가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문건을 보고했을 때 이것이 불법 내지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게 맞냐”는 질문에 “해당 내용은 국방부에서 해명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을 보고 받았는지 여부를) 칼로 두부 자르듯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을 보고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국방부와 의견을 교환 중”이라고 덧붙였다.
  • ▲ 지난 1월 국립현충원을 찾아 정치적 중립을 다짐하는 기무사령부 관계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국립현충원을 찾아 정치적 중립을 다짐하는 기무사령부 관계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치 않은 송영무-기무사 관계

    청와대 안팎에서는 송 장관과 기무사 간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보도를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가 상당히 갈등이 있는 것처럼 기사를 내는데 그렇지는 않다”면서 “기무사 개혁 관련 내용은 장영달 前의원이 맡은 ‘기무사 개혁 TF’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노컷뉴스’는 “송영무, 기무사 장성 9명에서 2명으로 줄이려다 청와대와 갈등”이라는 기사를 내놨다. ‘노컷뉴스’는 기사에 “송영무 국방장관이 강도 높은 기무사 개혁 방안을 제시하자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컷뉴스’ 보도는 송 장관의 측근의 말과 일맥상통했다. 송 장관은 평소 군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기무사 임무는 북한군 보위사령부와 유사한 ‘정치행위’라는 비판적 인식을 갖고,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국방부 일부 인사들이 자기 밥그릇(자리)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비대화 됐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한다. "송 장관이 기무사의 장성 자리를 대폭 줄이려 했다"는 보도와 궤를 같이 하는 말이다.

    “기무사 문건 조사에서 육군을 배제한 이유는 계엄령 관련 내용이 육군과 가장 관계가 깊었기 때문”이라거나 “기무사 개혁 문제는 TF가 알아서 한다고 청와대가 답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또한 송 장관과 기무사 간의 갈등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12.12 같은 내란 음모” 여권은 기무사만 비난

    한편 여권에서는 기무사만을 때리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기무사가 국민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하고 위수령 발동과 병력 배치까지 검토한 것은 형법상 내란음모”라며 “기무사가 아직까지 보안사의 망령에 물들었다면 철저하게 밝혀내고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홍영표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도 “(기무사가 문건을 만든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기 문란행위”라며 “한국당의 ‘적폐몰이’라는 비판은 가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 ▲ 지난 11일 기무사 문건 독립수사단장을 임명한 뒤 고개를 숙이고 퇴장하는 송영무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1일 기무사 문건 독립수사단장을 임명한 뒤 고개를 숙이고 퇴장하는 송영무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권은 기무사 ‘폐지론’까지 들고 나오면서도 송 장관은 비난하지 않는다.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식적으로 나온 바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무적 감각이 조금 부족하지만 송 장관은 군 개혁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기무사가 문건을 만든 시기는 한민구 前장관 재직 시절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평소 군 개혁, 특히 기무사 개혁을 외쳤던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을 보고 받고 ‘쿠데타’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는 주장도 있다. 송 장관의 한 측근은 “장관이 기무사가 문건을 작성한 것 자체를 문제로 보고 개혁 소재로 삼으려 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요즘 세상에 누가 간 크게 쿠데타를 기획하겠느냐, 실행 가능성은 낮게 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무사 문건 작성 자체를 수사하면 전임자 뒤캐기로 오해를 받고, 이것이 군 내부 여론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무사 문건 논란을 계기로 송 장관을 경질하고 민간인 국방장관을 임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도 여권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국방개혁을 위해 민간인 출신을 국방장관에 기용하는 것을 나쁘다고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에슈턴 카터 前국방장관도 민간인이었지만 임무를 잘 수행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