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의원 "한국당, 국제정세 무지하고 민심도 못읽어… 중국 견제하는 신안보 시급"
  • ▲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구을)은 자유한국당 혁신이 시급할 때면 가장 먼저 거명되는 사람이다. 2016년 4·13 총선 패배 직후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지목했고, 홍준표 전 당 대표는 지방선거 직전 김용태 의원에게 제2기 혁신위원장을 맡겼다. 최근 지방선거 참패 후 혁신을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을 때도 김용태 의원이 이름이 거론됐다. 

    뉴데일리는 26일 당 혁신의 아이콘이자, 68년생(만 48세) 젊은 중진 김용태 의원이 바라본 보수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지방선거 참패 후 한국당에 남겨진 과제에 대해서 들어봤다. 김 의원은 2시간가량의 인터뷰 동안 한국당의 모습을 냉철하게 진단했고, 그 스스로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왜 망했을까' '보수는 정말 궤멸했나' '보수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 바뀌지 않으면 반전은 없다 

    2016년 4.13 총선 패배에 이어 이번 6.13 지방선거까지 한국당 패배 도미노 현상이 이어졌다. 이번 지방선거 17개 광역단체장 선거구 중 한국당이 깃발을 꽂은 곳은 단 두 곳, 그마저도 전통적 우군인 TK(대구·경북)가 한국당 손을 들어줘서 가능했다. 

    '더불어민주당 뽑으면 세금 고지서 폭탄이 날아옵니다' '보수가 무너지면 정부를 견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민주당을 택했다. "보수가 궤멸됐다"는 말이 유령처럼 떠돌았다. 

    김용태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김 의원은 "보수의 궤멸이 아니라 보수정치를 대표한다고 자처해온 자유한국당의 궤멸이라고 확신한다"며 "시대 변화에 따른 보수의 가치를 재발견하지 못하고 재정립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수의 실패가 아니라 한국당의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너무 쉽게 권력을 얻었다"며 "선거 결과는 예견을 넘어 거의 확정됐지만, (내부에서는) 무언가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심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 스스로를 자승자박의 길로 내몰았다"고 반성했다. 

    이어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축적됐던 전문지식 체계를 신뢰하고 존중해야 마땅했다"며 "수없이 많은 정치사회학자들이 투입돼 이번 선거 결과를 예측했는데도, 전문지식인과 지식체계 자체를 부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축적해온 것들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어야 했다"며 "순전히 감정적으로, 경험적으로 부정하는 태도는 어리석기 짝이 없고 보수의 기본적인 품성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보수의 가치' 몰랐던 '무늬만 보수' 

    김용태 의원이 진단한 한국당 몰락의 원인은 이랬다. 보수 야당이라고 외치면서 정작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 이념의 큰 축인 '안보·경제·사회정책' 부분에서 한국당이 전혀 보수 답지 않은 가치를 견지해왔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완전히 오판했다"고 말했다. 
  • ▲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용태 의원은 "한국당은 대수술이 필요하다"면서, 한국당이 가진 안보 전략부터 수술대에 올려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의 안보 전략이 실패했다는 말일까. 

    김 의원은 "북한 김정은 체제 반대, 한미동맹 강화라는 두 축은 대한민국의 공동체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느새 수단이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됐다"며 "시대적 변화,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깊은 통찰이 부족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라고 했다. 

    그는 "안보는 정해진 원리와 법칙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며 "재정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우리가 실패를 자인한 것도 아닌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보수 진영에서도 종종 '오해'를 불러왔다. '김용태는 무늬만 보수고 속은 좌파다'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보다 폭넓은 관점을 담은 '신(新)안보'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지, 그동안의 안보 체계를 허물자는 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공동체에 대한 최대 위협은 중국의 패권주의"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북한보다 훨씬 위협적이고 전면적이고 압도적일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응해 국익을 지킬 방법을 모색하는 게 신안보의 핵심적인 신념체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안보 전략은 '反김정은' 뿐… 세계 정세에도 무지 

    김용태 의원은 '문재인 포퓰리즘'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정부의 감상적 친중주의”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저서에서 감상에 젖어 중국을 바라보다 우리 정부가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한 '사드 배치' 하나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이 신안보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는 김용태 의원의 지적은 보수 진영 또한 '감상적 친중주의'에 빠진 정부를 견제할만한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다름없다.

    그는 "동북아 질서가 급변하고 있고 미국 세계전략이 중대한 전환의 시점을 맞았다"며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안보의 새로운 개념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길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다자협력체제와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삼각점 꼭짓점에 선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과의 국제 협력 질서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가주도의 경제 개발은 자유시장경제가 아니다 

    김용태 의원은 한국당이 과연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 역할을 제대고 감당하고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시장경제 수호자로서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싸움은 계속돼야 한다"며 "그러나 오히려 우리 한국당이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는 너무 잘못됐다"며 "우리 경제를 파국으로 몰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공동체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지키고자 한 것인데, 한국당도 국가와 정부가 주도하는 개발 경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저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예컨대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민주화'를 따라갔던 것도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는 막시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막시즘은 생산관계가 변하면 생산력이 발전한다고 믿는다"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이야기하는 것도 소득을 분배하는 게 ‘복지’차원이 아니라 정말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체계를 확실히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  한국당 마음을 읽는 정치에 실패하다 

    김용태 의원은 한국당이 ‘국민 마음을 읽는 정치’에 실패했다고 봤다. 

    김 의원은 "사회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준점은 사회구조와 국민 가치관의 변화"라며 "국민 가치관이 완전히 변하고 있는데 우리가 조응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유지하고 발전할 수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청년·여성 문제에 있어서 정말 끔찍하게 나태했다"며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정책 분야에 있어서 우리가 더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나서야 했다"며 "여성과 청년들의 변화를 수용해서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고 했다. 

    또 "우리가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우리를 진짜 걱정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지방선거 공천할 때도 왜 여성과 청년을 절반씩 못했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가 주도의 개입은 정말 최소화해야겠지만, 여성과 청년 문제는 공동체 유지발전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여성과 청년 문제 해결책으로 "보수가 국가 양육을 이야기 해야 한다"며 "공동체 유지발전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한국당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자세로 쇄신 나서야

    그러나 당안팎에서는 우선 '인물 교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인적 쇄신이 혁신의 본질이 아니겠느냐는 질책이다. 

    김용태 의원도 이를 인정했다. 그래서 그는 외부에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영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는 "박관용 의장께서 '당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밖에 손 내밀어서 우리를 고쳐달라고 하는게 말이되느냐'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할 힘이 없다"며 "(인적 쇄신을 하겠다며)우리 중 누가 나서는 순간, 우리가 망해버린 계파 싸움의 늪에 빠져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말 보수를 진심으로 근심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분이 이 당의 그간의 행적에 대해서 냉혹하게 평가를 한 다음에 처방을 내리면 구성원 모두가 처방에 전적으로 따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세주 같은 비대위원장이 있겠느냐고 비판하지만, 당내에는 정말 없다"며 "구세주 같은 비대위원장이 없는 게 아니다. 구세주가 될 수 있도록 전권을 주는 비대위원회를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당내 구성원들이 의지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당내 계파를 고려하고 선수를 고려해서 비대위에 참석해야 한다. 비대위 역할과 한계는 활동 시한도 정해야 한다'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가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우리들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말 오만하고,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바람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인적 쇄신의 대상이 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사무실 책상 곳곳에 꽂힌 편지들을 봤다. 보수 정치인 김용태에 대한 기대감, 응원, 부탁의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저는 어디에 사는 누구입니다. 이러한 민원을 좀 들어주세요" "의원님 때문에 용기를 낸 사람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김 의원이 한 친구에게 보내려다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도 봤다. 

    "이 직업은 무작정 욕을 얻어먹는 것인지라 본인은 물론 가족이 너무 큰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중략) 내가 '민원의 날'을 만든 이유도 세상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이들과 뒹굴며 소리지르고 싸우다 울고 이러한 보람없이 켜켜이 쌓이는 상처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 

    혁신을 갈망하는 김용태의 진심을 살짝 엿보고 나온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