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폭 28일까지 정해야… 보유-상속-양도세 '패키지 인상'도 만지작
  • ▲ 6.13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당선자 이름에 꽃을 달고 있다. ⓒ뉴데일리 DB.
    ▲ 6.13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당선자 이름에 꽃을 달고 있다. ⓒ뉴데일리 DB.
    제7회 지방선거, 그리고 전국 12곳에서 열린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향후 경제정책과 관련, 다양한 분석과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최고 관심사는 2019년 최저임금 인상 폭과 각종 세금의 '패키지 인상' 여부다. 그러나 임금과 세금으로 견인하는 소득 주도 성장이, 중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소득 폭락'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언론과 학계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정 시한 보름 남은 2019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될까

    2019년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은 6월 28일, 딱 보름 남았다.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시간 당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떠올리면 2019년의 최저임금 인상률도 2018년의 16.4%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시간 당 7,530원, 월 157만 3,770원(세전)으로 오른 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편의점이나 주유소, 작은 식당 등에서는 도저히 사람을 쓸 수가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청와대 일자리 게시판에 나온 2018년 3월 실업률을 인용한 데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4.5%로 전년 동월에 비해 0.4% 올랐고, 청년 실업률은 11.6%로 0.3% 올랐다고 한다.

    지난 4월 11일 ‘서울신문’도 “전년 동월과 비교해 숙박·음식업 취업자가 2만여 명, 도·소매업 9만 6,000여 명, 교육서비스업 7만 7,000여 명, 부동산업 3만여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올 3월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임시직 근로자는 9만 6,000여 명, 일용직 근로자는 1만 6,000여 명이 전년 동월보다 줄었다고 한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와 소기업 근로자가 크게 줄었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1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90%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흘 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文대통령의 주장과 다른 의견이 실려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당시 KDI는 보고서 초반에서는 “최저임금은 저임금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효과를 가진다”면서 “금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며 文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전략’에 힘을 싣는 듯 했다.

    그러나 이어진 내용은 달랐다. 文대통령이 2019년과 2020년에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임금 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 돼 고용 감소가 증가하고 임금 질서가 교란돼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며 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KDI는 과거 프랑스와 헝가리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이후 근로자 감소현상 발생과 독일이 2년 마다 면밀한 조사를 거친 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는 것 등을 중요한 비교 사례로 꼽았다. 또한 전체 임금 분포의 중간값 대비 최저 임금 비율이 미국은 35%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2016년에 이미 50%에 달한 점과 프랑스가 최저임금을 전체 임금 중간값의 60% 수준에서 멈췄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참고로 최저 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 비중은 2016년 말 7.3%(고용노동부 통계), 2017년 13.4%(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될 경우 235만여 명이 일자리 감소 위협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 ▲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현행 추세대로 최저임금을 높일 경우 전체 임금분포의 중간값과 비교해 어떻게 되는지 시뮬레이션한 그래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캡쳐.
    ▲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현행 추세대로 최저임금을 높일 경우 전체 임금분포의 중간값과 비교해 어떻게 되는지 시뮬레이션한 그래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캡쳐.
    靑-여당 만지작거리던 ‘패키지 세금인상’ 추진할까

    지난 4월 23일 ‘이데일리’는 한 여당의원을 인용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유세와 상속 및 증여세, 주식 양도소득세를 묶은 ‘패키지 증세’를 검토 중이며 기획재정부도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도 재산 관련 과세 방안을 집중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이데일리’는 “야당은 법인세 등의 감세를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데일리’는 이때 더불어민주당 ‘공정과세 실현 TF’ 간사 김종민 의원과의 전화 인터뷰를 소개했다. 김종민 의원은 당시 “보유세, 상속 및 증여세, 주식 양도소득세(의 인상을) 보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세법을 심의하는 9월 전까지 세법 개편안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민 의원은 “보유세 문제는 단순히 부동산 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토지 소유관계, 투기 억제 차원으로 봐야 한다”면서 “(보유세 인상이) 당장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너무 크게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한 처음 도입 때는 1억 원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각각 300억 원과 500억 원으로 증액된 기업상속 공제한도 또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규제하는 차원에서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주식 양도소득세도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규제하는 방편으로 간주했다. 현재 기업 지분율이 1% 이상 또는 기업별 주식 보유액이 25억 원이 넘는 사람에게만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데 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있어서는 文대통령과도 다른 목소리를 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부총리는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美워싱턴에서 가졌던 기자 간담회에서 “공시지가, 세율 인상 등 여러 가지 정책 조합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 “필요하면 올해 세제 개편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 등이 6.13 지방 선거 직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24일
    ▲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24일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이라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고 공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방선거 압승 더민주, 임금인상·증세 계획 가속화할 듯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 초만 해도 文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지지하며 최저임금과 세금 인상을 거론했으나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관련 주장이 잦아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상태,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최저임금과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적지 않다.

    文대통령과 여당은 이미 2017년 말 다양한 세금 인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법인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올해부터 과세표준이 3,000억 원 이상인 기업에게는 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 이하의 기업은 종전대로 2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사업자나 전문직 종사자 등이 주로 해당되는 종합소득과세표준은 3억 초과 5억 이하 소득 구간을 신설하고 대상자에게는 40%의 세율을 적용한다. 5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사람에게 매기는 세율은 40%에서 42%로 올랐다.

    상속·증여세를 미리 신고해 납부하면 세액의 7%를 공제해주던 것도 2018년에는 5%, 2019년 이후에는 3%로 줄일 예정이다. 해외로 이민한 사람 가운데 최근 5년 이상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머무는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다시 해외로 나가 거주자 지위를 상실할 경우 국내에서 거래한 주식을 모두 양도한 것으로 보고 평가 차익의 20%를 과세하는 ‘국외 전출세’도 새로 만들어 시행 중이다.

    부동산 거래세도 대폭 늘었다. 2채 이상의 집을 가진 사람이 서울이나 세종시, 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동탄 2, 부산 등 ‘양도소득세 조정대상 지역’에 있는 집을 팔 경우 기본세율에다 10%를, 3채 이상의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20%의 세금을 가산하고, 분양권 전매는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50%의 양도 소득세를 적용하고 있다.
  • ▲ 지난 5월 30일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이 공장에서 일하던 1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은 실직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월 30일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이 공장에서 일하던 1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은 실직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득주도 성장’ 무리하게 추진하다 ‘대량해고’ 참사 일어날 수도

    더민주와 청와대는 文대통령이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통해 한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실업률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文정부와 여당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를 직접 돕는 대신 이들을 고용한 사람들을 압박하는 ‘억강부약(抑强扶弱)’ 형태다. 여기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美대통령이 1933년부터 6년 동안 시행했던 ‘뉴딜 정책’처럼 정부 주도로 한시적인 일자리를 만들거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여기는 1930년대 미국이 아니라 2018년 한국이고, 21세기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정부가 주도할 정도로 작거나 단순하지가 않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산업별 국제화가 이뤄진 뒤인데 정부가 다짜고짜 세금을 더 걷으려 하면 부유한 법인과 개인은 모두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12년 프랑스의 부유세 신설 뒤 이민 러쉬, 1993년부터 2012년 사이 미국 재벌들의 실질 소득세율이 27%에서 17%로 하락한 일 등이다. 조세피난처에 독재자들의 비자금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재벌들의 자금이 흘러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조세피난처를 이용하거나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민 가는 재벌 또는 대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과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을 강제로 계속 높인다면 프랑스나 미국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여기다 한국 근로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바로 트럼프 정부의 무역압박이다.

    2017년 5월 LG전자가 美테네시州에 세탁기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계획, 2018년 1월 사우스 캐롤라이나州에 가전 공장을 준공한 삼성전자, 2018년 5월 한화큐셀이 美조지아州에 태양광 소재 공장을 짓기로 한 일 등은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지난 5월 말에는 한국GM의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다. 1만 5,000여 명이 실직했다.

    대기업과 이윤이 높은 중견기업들이 계속 해외로 시설을 이전하면 결국 한국 근로자들은 20년 전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면 영세 자영업자나 협력업체들 또한 더 이상 영업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때가 되면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노력해도 일자리는커녕 실업급여조차 줄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