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예산 20억원 투입, 차로 줄이고 보도 넓히는 ‘도로공간 재편사업’ 딜레마 남대문시장 주변 불법주정차, 특정 단체 보도 점거 시위 등 각종 문제로 몸살
  • ▲ 3일 서울시가 퇴계로 일부 구간을 보행친화거리로 탈바꿈했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교통이 혼잡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 3일 서울시가 퇴계로 일부 구간을 보행친화거리로 탈바꿈했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교통이 혼잡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서울시가 도심 보행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2016년 ‘서울로 7017’과 연계해 추진한 퇴계로 보행자 중심 도로공간재편 사업이 완료됐다. 3일 서울시는 회현역~퇴계로2가 총 1.1km 구간을 보행친화거리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시는 자체 예산 20억을 들여 서울역에서 퇴계로 방향 차로 1~2개를 없애고 확보한 공간으로 보도 폭을 최대 18.1m까지 확대했다.

    시 관계자는 “보도 위에 설치돼 보행에 지장을 줬던 전력기기 등을 한 곳에 모아 보행에 적합한 환경으로 만들었고, 남대문시장 상인과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물건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많이 이뤄지는 회현역 6번 출구 주변에 조업정차 공간 2개소, 이륜차 정차공간 2개소 등을 새롭게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교통은 혼잡했고, 넓혀진 보도를 특정 단체에서 점거해 시위 용도로 이용하고 있었다. 당초 서울시가 계획했던 ‘보행친화거리 조성 사업’을 세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동시에, 예산만 낭비 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 특정 단체가 보도를 통째로 점거해 시위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 특정 단체가 보도를 통째로 점거해 시위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퇴계로 주변에는 명동, 남대문시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가에 정차된 차로 인해 혼잡하고 걷기도 불편하다는 보행자들의 지적이 많았다. 시는 서울역 고가 폐쇄 이후 퇴계로 교통량이 감소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6차선인 차로를 4차선으로 줄이고, 보도를 확장해 열악한 보행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구상했다.

    보행환경 개선 취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하지만 문제는 구상 방법이었다.

    퇴계로 구간은 많은 상가들이 늘어서 있어 바깥쪽 차도는 화물차, 오토바이 등이 즐비해 있다. 6차선이지만 사실상 4차선만 제기능을 할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교통량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4차선으로 줄이게 되면 상가 관련 차들은 보도를 침범하거나 바깥쪽 차도에 차를 세워 업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보행환경은 악화되고 교통체증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 결정이 성급하고 근시안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의 설명대로 주변상인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별도 조업정차공간을 조성했다지만, 이 역시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단체는 보도 일부 구간을 통째로 점거해 시위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어 과연 보행자를 위한 보행 환경을 조성했는지 의문이다. 
  • ▲ 특정 단체가 보도를 통째로 점거해 시위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 특정 단체가 보도를 통째로 점거해 시위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서울시도 이러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와 관련해 “주정차 단속을 강화해 보행자와 차량이 불편하거나 혼잡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단체 시위는 확인해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환경권은 헌법에 명시되어있듯 안전하게 쾌적하게 보행할 권리도 시민의 기본권에 준한다”며 “퇴계로에 이은 보행중심 도로공간재편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