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러시아 언론들 주목…유로파이터, 한 때 한국군 차기 전투기로 주목
  • ▲ 이번에 논란이 된 유로파이터 타이푼. ⓒ유로파이터 홈페이지 공개사진.
    ▲ 이번에 논란이 된 유로파이터 타이푼. ⓒ유로파이터 홈페이지 공개사진.
    한때 한국 차기 전투기 선정에서 F-35 스텔스 전투기와 경쟁했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제조국 중 하나인 독일에서 ‘무용지물’ 수준으로까지 가동률이 낮아졌다고 독일 ‘슈피겔’이 보도했다. 영국과 EU, 러시아 등 해외 언론들도 이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투데이(RT)는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공군의 유로파이터 128대 가운데 전투가 가능한 것은 4대에 불과하다”는 독일 ‘슈피겔’의 보도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 공군이 보유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128대 가운데 124대가 방어시스템 기능장애와 공대공 미사일 부족 등으로 실제 전투에 임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독일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공군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대부분에서 발견된 심각한 기능 장애는 ‘카나드(기체 앞쪽의 조향용 작은 날개)’ 주변에 있는 장비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자체 방어체계(DASS)’로 국내에 알려진 이 장비는 미사일 조준·공격을 포함한 적의 위협을 조종사에게 경보해주고 적 미사일의 추적 장치를 회피할 때 사용하는 채프(레이더 유도장치 기만용 금속 조각)와 플레어(적외선 유도장치 기만용 불꽃)도 조종하는 장비라고 한다.

    독일 ‘슈피겔’은 “6개월 전 기술진들은 이 장치가 적절히 냉각되지 않으면 민감한 전자장비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찾아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과거 한국공군 차기 전투기 선정과정에서 F-35와 경쟁이 붙었을 때 유로파이터 타이푼 측이 “모든 임무에서 조종사의 생존성을 대폭 향상시켜주는 장비”라고 자랑했던 그 DASS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독일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공군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가동이 이처럼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은 DASS 장비 수리에 필요한 부품과 냉각 장치를 제조하는 업체가 다른 곳에 인수된 뒤 해당 부품이 생산 단종 된 상태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 ‘슈피겔’은 “독일 공군의 문제는 이뿐만 아니라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쓸 공대공 미사일도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독일 공군은 “공대공 미사일을 빨리 도입하는 것이 힘들다”고 밝혔다고 한다.
  • ▲ 지난 3월 말 미국에서 출고한 한국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1호기. ⓒ美록히드 마틴社 공개사진.
    ▲ 지난 3월 말 미국에서 출고한 한국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1호기. ⓒ美록히드 마틴社 공개사진.
    이런 문제로 인해 독일 공군은 현재 4대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만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는 독일 공군이 영토 외부에서 적성 세력을 요격하는 것과 같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도 이행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더욱 황당한 점은 독일 국방부의 답변이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정상 가동률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래도 2017년보다는 나아진 수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당초 NATO의 고도 경계태세용과 후속대응전력으로 82대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독일군은 이에 따라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를 90일에서 180일 동안 비상사태 대응용으로 준비하고 있었어야 했지만 현실이 이렇다보니 작전 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공군은 DASS 장치가 가동하지 않는 기체를 초급 조종사 훈련이나 훈련 등에 사용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DASS 장치를 쓸 수 없는 상태에서 NATO 임무와 같은 실전 투입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독일 공군의 주력 기종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임에도 독일군 관계자는 “부대 대부분이 현재 맡은 임무가 없기 때문에 우리 군은 준비태세가 돼 있다고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러시아 RT 등은 지난 4월 초 독일 언론이 "파나비아 토네이도 공격기 97대 가운데 10대 정도만 NATO가 요구하는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보도한 일을 거론하며, 이 같은 일이 독일 공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군사 동호회 등에서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의 가동률 문제를 몇 년 전부터 문제 삼아 왔다. 독일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109대 가운데 8대만이 가동할 수 있다는 보도가 2014년 8월에 나왔고, 2017년 7월에도 이 문제를 제기한 기사가 나왔다.

    군사 전문가들은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가동률이 낮은 이유로 단일 업체가 전투기 유지보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개발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4개국의 여러 업체들이 맡고 있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뿐만 아니라 소모성 부품 수급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2013년 한 해 동안 수많은 논쟁과 갈등을 불러 일으켰던 ‘차기 전투기(F-X) 선정 사업’에서 한국 정부의 F-35 선택은 옳았다는 점이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