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전매체 대외 비방성명, 지난 20일부터 한국, 미국 정부 비난 사라져
  • ▲ 지난 14일 검찰에 출석하는 이명박 前대통령. 北선전매체는
    ▲ 지난 14일 검찰에 출석하는 이명박 前대통령. 北선전매체는 "이명박 역도"라 부르며 그의 구속을 촉구했다. ⓒ뉴데일리 DB.
    김정은 정권의 대외 비방이 며칠 사이 “미국과 일본의 일부 세력”과 “남조선 보수패당”에만 국한, 그 범위가 대폭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美-北 회담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부터 21일 사이 세 건의 대외 비방 성명을 내놨다. 그런데 비방의 대상이 과거와는 달랐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내놓은 “황당한 궤변으로 진실을 오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자기네들이 남북 화해 분위기와 美-北 관계의 훈풍을 주도했고 국제사회도 이를 지지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 내부의 불순 세력들과 괴뢰 보수 패당이 진실을 오도하는 낭설을 내돌리며 여론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이 말하는 ‘미국 내부의 불순 세력들’이란 미국의 전·현직 관료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이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미국은 전혀 양보하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왔다”거나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것은) 트럼프의 고강도 제재 압박 전략의 효과”라고 말한 것을 맹비난했다.

    ‘일본 내부의 불순 세력들’은 아베 日정부 관계자들을 의미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예상치 못한 급격한 한반도 정세 변화로 외톨이 신세가 된 일본의 아베 일당은 ‘북조선의 대화 평화공세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력의 결과’라느디 ‘성급한 대화는 북조선의 시간벌기에 말려드는 것’이라느니 ‘제재를 느슨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느니 하며 부산을 떨고 있다”고 비난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이 ‘괴뢰 보수 패당’으로 꼽은 곳은 “자유한국당 것들을 비롯한 괴뢰 보수 패거리들과 보수 언론, 전문가 떨거지들”이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이처럼 한국과 미국, 일본의 ‘일부’를 맹비난한 뒤 ‘촛불 투쟁’을 언급하며, 마치 한국 국민들이 남북 대화 분위기를 갈망했고, 김정은이 이에 화답한 듯 주장했다.

    이튿날인 21일 北‘조선중앙통신’의 비난 상대는 다시 한국 내부로 국한됐다. 이날은 “역사의퇴물 속에 처박아야 할 보수패당”과 “철저히 쓸어 버려야 할 파쇼 독재 무리”라는 글을 통해 이명박 前대통령과 박근혜 前대통령을 맹비난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지금 이명박 역도의 범죄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 남한 각계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다스(DAS)’와 특수활동비 관련 검찰의 주장을 인용해 “이명박 역도의 감옥행은 시간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 ▲ 2017년 2월 18일 서울 시청광장을 가득메운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北선전매체는 이들을 '극우보수 떨거지들'이라 부르며 맹비난했다. ⓒ뉴데일리 DB.
    ▲ 2017년 2월 18일 서울 시청광장을 가득메운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北선전매체는 이들을 '극우보수 떨거지들'이라 부르며 맹비난했다. ⓒ뉴데일리 DB.
    北‘조선중앙통신’은 “남한 각 계층에서는 이명박 역도의 범죄에 대한 분노의 함성이 터지고 있다”면서 “특히 박근혜에 이어 전두환, 이명박 역도들의 추악한 특대형 범죄가 줄줄이 드러나는데 격분한 각 계층은 이런 자들을 대통령을 내세운 보수패당에 반대하는 투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이어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은 각지를 싸돌아 다니면서 ‘정부의 집요한 정치 보복으로 보수와 진보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서민 경젝 파탄났다’고 떠들다 못해 ‘민주당은 적폐청산을 할 자격이 없다’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지지를 구걸하는 등 재집권 망상을 버리지 않고 권력 확장 책동에 미쳐 날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태극기 집회’를 향해서도 “대한애국당과 친미보수단체를 비롯한 극우보수 떨거지들은 ‘박근혜 탄핵은 종북좌파 세력들이 조작한 거짓선동음모’라고 떠들어 대며 남한 사회에서 反적폐청산 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다”면서 “개꼬리 삼년 둬도 황모 못 된다고 권력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그 어떤 못된 짓도 서슴지 않는 보수패당의 본색은 절대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폄훼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위수령’과 관련해 “최근 남한에서는 박근혜 역도의 탄핵을 요구하는 인민들의 촛불투쟁을 군부가 무력으로 진압할 음모를 꾸민 사실이 폭로됐다”면서 “당시 군부 패거리들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촛불투쟁 참가자들이 소요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위수령’을 발동해 군대를 투입하는 ‘쿠데타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쿠데타 음모가 드러나자 바빠진 군부 관계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변명했으나 이 음모에 가담했던 한 관계자가 특수전 사령부 병력으로 촛불투쟁 참가자들을 강경 진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집회 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고백함으로써 그것이 사실로 판명됐다”는 주장도 폈다.

    北선전매체가 주장한 ‘위수령 음모’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주장한 내용으로, ‘음모에 가담했던 한 관계자’에 대한 보도는 전혀 없는 상태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이것은 독재통치와 권력유지를 위해서라면 피비린 살육만행도 서슴지 않는 극악한 파쇼군사깡패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박근혜 패당의 극악무도한 범죄적 기도”라며 “지금 남한 인민들은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군부가 또 다시 보수역적패당의 권력에 빌붙어 무고한 시민들을 총칼로 도륙할 흉계를 꾸몄다고 격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선도했다.

    이처럼 北선전매체의 대남·대외 비방 대상은 “북한의 대화 제의를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우파 진영과 일본 정부, 한국의 우파 진영과 우파 성향 야당만을 겨냥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북제재를 포함해 한국과 미국, 일본을 향해 비방 성명을 내놓던 北선전매체의 변화는 “남북정상회담과 美-北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말조심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한국 일부 언론들의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정상회담과 美-北 대화를 성사시키려 노력 중인 문재인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여론을 동원해 한국 우파 진영을 완전히 소멸시키려는 저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