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층 분열 위한 음모론 제기에 "피해자 모독 말라" 비판 쇄도
  • ▲ 방송인 김어준. ⓒ뉴시스 사진 DB
    ▲ 방송인 김어준. ⓒ뉴시스 사진 DB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문재인 정부 분열을 위한 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발언을 놓고 여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어준 씨는 24일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에서 "제가 예언을 할까 한다.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 ‘첫째 섹스, 좋은 소재고 주목도 높다. 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다. 그러면 피해자들을 준비시켜 진보 매체를 통해 등장시켜야겠다.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지금 나온 뉴스가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예언하는 것"이라며 "올림픽이 끝나면 그 관점으로 가는 사람들이나 기사들이 몰려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발언에 대한 의견이 갈리며 설전이 벌어졌다. 김 씨가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의견과 김 씨가 이슈몰이에 희생양이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의 발언,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피해자 인권 문제에 여야나 진보·보수가 무슨 관련이 있나. 진보적 인사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도 방어하거나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금 의원은 "이번 발언을 본 피해자 중에는 '내가 나서서 피해 사실을 밝히면, 어떤 사람들은 나로 인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이 타깃이 된다고 보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힘든 피해자를 한 번 더 망설이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일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하나. 이런 사람이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같은당 손혜원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금태섭 의원님, 이거 댓글단의 악성 공작입니다. 전체 맥락과 달리 딱 오해할 만하게 잘라 편집,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며 김 씨를 옹호하는 글을 게시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금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난독증이냐. 다음 달부터 (민주당) 당비를 내지 않겠다" "당신 혼자 잘났다고 내부 총질을 하느냐"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 ▲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인 김어준씨의 '미투 공작' 발언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금태섭 의원 페이스북 캡처
    ▲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인 김어준씨의 '미투 공작' 발언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금태섭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에 금 의원은 "'미투는 옳지만, 이용당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혀 앞뒤가 안 맞는 말이고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발언"이라며 소신을 밝혔다. 

    이어 "저에게 글을 내리라는 분들도 있던데, 그간 저에게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고 힘들어하던 피해자의 얼굴을 떠올릴 때 저는 조금도 그럴 생각이 없다"며 "김어준 씨가 자신의 발언으로 상처 입은 분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손 의원도 다시 글을 올려 "시사에 대한 약간의 상식과 고2 국어 수준의 독해력이 필요한 문장이었지만, 이렇게 해석이 분분할 줄 몰랐다"며 "괜한 상상력으로 억측 마시고 김어준씨 글 전문을 읽어보실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김 씨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은 김 씨의 발언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를 공작원으로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김어준은 즉각 대국민사과를 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기 바란다"며 "청와대는 이윤택 연출가 등 친정부 인사들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 씨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 미투 (자체)를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주장의 요지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는 것이) 미투운동을 (외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는 이런 (미투운동의) 기회를 진보 진영에 대한 공작의 소재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렇게 되면 이 중요한 기회가 진보 진영 내 젠더 갈등에 갇히게 된다" 며 다시 공작 발언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