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 국정운영 발 맞출 파트너 필요, 공천권 행사할 수 밖에… 여당과 마찰음 예고
  •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들과 함께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들과 함께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제공


    평창 올림픽과 대북 문제, 암호화폐와 부동산 등 각종 이슈로 뒤숭숭하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또다른 측면에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사퇴하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인 지방선거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집권 이후 첫 선거이자 향후 국정 운영 동력을 좌우할 큰 선거인만큼 청와대가 한 발 앞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청와대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핵심인사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22일 사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변인의 사표가 2월 첫째주 쯤 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대변인의 사퇴는 지난 12월 청와대를 나온 황태규 전 균형발전 비서관 이후 두 번째다. 기초·광역 단체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청와대 행정관 및 비서관은 충남도지사에 박수현 대변인, 제주지사에 문대림 사회혁신수석실 제도개선비서관, 경북지사에 오중기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靑 인사들의 잇단 출마… 여권 지선엔 '나비효과'

    청와대 출신들의 출마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을 수 있다는 '프리미엄'이 있어서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밖에 없고, 또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의지도 있다.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차기 권력으로의 성장을 해야하는 후보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의미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청와대 인사들의 출마를 지방선거에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총선이 법안을 뒷받침해줄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라면 지방선거는 행정에서 손발을 맞출 파트너를 결정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이 있는 지역의 선거에 청와대 출신 인사가 나갈 경우, 연쇄작용이 불가피하다. 당장 박수현 대변인의 지방선거 출마는 현직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결정됐다. 안 지사는 3선 출마 대신 유학길에 오를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 2010 지방선거 되새긴다면… 靑의 목표는 親文의 승리

    청와대가 지방선거에 공을 들이는 속내는 복잡하다. 여당이 선거를 이긴다 해도, 비문(非文·비문재인 계) 인사들이 줄지어 당선된다면 승리하고도 조기 레임덕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MB정부는 정권 초기인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대승했지만, DJ·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하고 광우병 사태까지 함께 겪으면서 2010년 지방선거에 어려움을 겪었다. 악재를 딛고 선전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선거 결과는 7:6으로 아슬아슬하게 신승했지만, 새로운 고민을 안겼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차기 리더십으로 급성장하면서 집권 3년차에 권력 무게추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MB정부는 각종 이슈에서 엇박자를 낸 친박 세력을 견제하려 했고, 비박에 가까운 오세훈-김문수가 부각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 했으나 예상과 달리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 됐다. 진성 친이계가 아닌 두 대권주자의 성장은 여러모로 청와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선에 성공,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3선 고지에 오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박 시장은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획득, 차기 리더십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박 시장 역시 추미애 대표 등 비문계 세력과는 결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진성 친문계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정치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원순 시장은 현재 정치지형에서 가장 개혁적인 인물"이라며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할 경우 차기대권에 한 발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 뿐 아니라 경기, 부산, 충청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문(親文·친 문재인계) 인사들의 선전이 부담스러울수밖에 없어 보인다. 청와대가 먼저 나서야 하는 이유다.

    ■ 집권여당의 딜레마, 민주당은 긴장속 예의주시 중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은 청와대의 움직임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과거 청와대의 과도한 공천권 개입은 선거에서 득보다는 실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그랬다. 새누리당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권을 행사했으나 당시 김무성 대표가 이에 반발, 지방으로 내려가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진박' 마케팅 속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등장, 민주당이 예상밖 승리를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민주당의 고민에는 이번 선거에 비문계 인물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여당 내 인사는 박영선, 민병두, 전현희, 우상호, 등이 있지만, 현재까지 두드러지는 인물은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경기도지사를 노리는 후보군 역시 정치권에서는 비문계 인사인 이재명 성남 시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추미애 대표 역시 비록 친문의 표를 얻어 민주당의 당대표에 당선되는 데에 성공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비문계 인사로 분류된다. 추 대표는 재임기간 동안 김민석 대표가 있던 민주당을 흡수통합, 김 대표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내려줄 공천 리스트를 집권 여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