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주권 포기 국기문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촉구

  • 지난해 회고록 출간을 통해 정계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대선후보들을 향해 "사드배치 입장을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지난 11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계절이 되면 사람들이 바보 같은 결정을 많이 한다고 그런다"며 "지금 보면 후보들이 표의 움직임에 따라서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은 국민들을 혼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런 후보가 설사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됐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다른 나라를 설득해나가면서 제대로 끌고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이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층을 의식해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고 비판받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송 전 장관은 '각 대선 후보들의 안보관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후보를 지칭하면서 지적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제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선 이른바 '대북결재' 의혹 논란을 폭로한 송 전 장관이 이와 관련된 추가 발언을 할 경우 대선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北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통해 2007년 11월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 과정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에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처리 입장을 결정하기에 앞서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송민순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에 의견을 묻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비서실장은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사전에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문 후보는 당시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기권을 결정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배워야 할 점"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논란 초기에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송 전 장관과 문 후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논란은 진실공방으로 번졌고, 정치권에선 청문회 요구까지 나오는 등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될 조짐이 보였다. 당시 "'송 전 장관은 야권의 거센 반격에 덧붙일 말 있어도 뺄 말은 없다'며 추가 폭로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송 전 장관의 측근이 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당시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뒤엎으며 의혹 진실 규명은 흐지부지 됐다.
  • ▲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한 4차 핵실험 평가 및 대책'을 보고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뉴시스
    ▲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한 4차 핵실험 평가 및 대책'을 보고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뉴시스


    최근 대선 정국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대북결재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자질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최근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서 '안보 대통령 후보'임을 자임하는 문 후보가 대북결재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고 "검증된 후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송 전 장관의 주장(북한의 묵인)을 확인해 해보자고 해서 북한과 접촉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북결재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김 전 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에는 송 전 장관이 우리가 인권결의안에 찬성해도 (북한이)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는데, 그 이상이다. 우리가 인권결의안에 찬성해도 북한이 ‘묵인’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기권하기로 결정한 사안을 북한에 통보만 한 것'이라는 문 후보 측의 지금까지의 변명에 정면으로 반하는 심히 충격적인 내용"이라며 진실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준길 대변인은 "북한에 UN대북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의견을 구한 것 자체가 주권 포기이자 심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며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유엔 인권결의안 대북결재사건의 진실을 국민들은 알고 싶다"고 문 후보를 압박했다.

    정 대변인 나아가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문 후보는 유엔 인권결의안 대북 결재사건의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문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문 후보는 지난 2월 한 방송에 출연, 대북결재 논란에 대해 "당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UN인권결의를 결정한 이후에도 계속 찬성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서 회의를 또 했다. 그곳에서 송민순 전 장관은 '북한도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북한이 반발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찬성해야죠'라고 했고 그 의견을 확인하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