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 회동 "반목(反目) 말고, 민생에 모든 것 바쳐달라"
  •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가 1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당-청(黨靑) 화합을 약속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오찬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1시 50분이 돼서야 종료됐다. 당초 오찬 일정은 오후 12시부터 1시 30분까지였다.

    분홍색 재킷을 입고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모두와 각각 악수를 나눴다.

    "(다들) 고생 많으셨죠. 신임 지도부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자리에 착석한 박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님과 최고위원들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거듭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새 지도부에 대한 기대가 큰 데 모두 여기 참여하신 분들이 국가관도 투철하시고, 또 소명의식도 강한 분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당을 잘 이끌어 주시리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대화 주제는 단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어제 박상영 펜싱 선수가 금메달을 땄는데 13대 9라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밀려 있는 그런 급한 상황에서도... 어제 TV 보셨나요?

    뉴스를 보니까 그 선수가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이렇게 되뇌면서, 용기를 갖고 도전해서 이렇게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도 상당히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지금 여러가지 안팎으로 나라 사정이 어렵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또 우리나라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 해낼 수 있다, 할 수 있다' 하는 그런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더블에이)로 상향조정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 모두가 이뤄낸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만 보지 말고 좀 더 큰 자신감과 도전 의식, 용기를 가지고 뛴다면 우리가 다시 한 번 제2의 한강의 기적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새누리당 새 지도부에 국민들이 바라는 바는 반목(反目)하지 말고, 민생 정치에 모든 것을 바쳐달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전체가 화합하고, 당-정-청(黨政靑)이 하나 돼 국가 위기를 극복하자는 당부였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 발목잡힌 현안들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추경 예산, 규제 프리존 특별법, 노동 개혁 등 한시가 급한 문제들을 모두가 힘을 합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감으로써 우리 정부나 국가가 지향하고 있는 혁신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렇게 많이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이정현 대표에게 마이크가 넘겨졌다.

    평소 목소리가 크기로 유명한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님 저는 목소리가 작아서 마이크를 쓰겠습니다"라면서, 오히려 마이크를 내려놓고 발언을 시작했다.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된 것이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크게 웃으면서 "마이크 쓰신다면서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이뤄졌던 여느 당 대표 간 회동 때와는 확연히 다른 기류였다. 그만큼 친근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12년 동안 쌓인 신뢰와 우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농담에 이정현 대표는 미소로 화답했다.

    그래도 집권 여당의 사령탑을 맡은 만큼, 이정현 대표는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정현 대표: 요즘 컴퓨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면서, 사실 컴퓨터가 수직적인 체계라고 한다면 스마트폰은 수평 체계라는 그런 체계라고 하는데, 수평적인 질서가 시대정신이라는 말들이 있어서 우선 우리 새누리당은 당 운영을 함에 있어서 이렇게 수평적인 그러한 질서를 많이 좀 하려고 할 생각이고, 또 최고위원들과 상의를 해가면서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미래지향적인 그런 스마트폰, 스마트 정책적으로 행보를 하려고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당 운영이라고 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우려하는 수직적 당청관계를 불식시키고 여당과 청와대 간 수평적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정현 대표는 전기료 누진제 문제, 광복절 대통령 특사, 탕평인사 개각 등 당면 현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상기온으로 폭염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까 많은 국민들, 특히 지방의 노인들이나 환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가정들에서 평상시 쓰던 에어컨도 훨씬 더 많이 쓰게 되는데 결정적으로 누진체계로 돼 있어서 요금이 확 오르다보니 많이 걱정들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이런 누진요금에 대해서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최고위 자체에서도 전반적으로 한번 검토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이라든지, 시급하게 당정청이라도 의견을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건의했다.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선 "특히 민생경제 사범들의 경우 다시 한 번 뛸 수 있도록 베풀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좀 통 큰 사면들이 있기를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개각에 대해선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정치권의 건의를 드리자면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또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 이런 데에 대해서도 늘 그렇게 해오셨지만 그런 부분에도 조금 이렇게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수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전기료 누진제 개편에 대한 건의에 박 대통령은 "당과 잘 협의를 해서 조만간에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여러 가지를 감안해 에너지를 절약해야 되는 문제로 누진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지만, 올해는 너무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정부에서 쭉 어떻게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이정현 대표와 별도로 면담을 갖기도 했다.

    독대는 오후 1시 50분쯤 시작해 25분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 면담을 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박 대통령은 2014년∼2015년 당 지도부 회동 등을 통해 당시 김무성 대표와 4차례 독대 한 바 있다.

    이날 오찬에는 청와대에서 이원종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대표,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 최고위원, 유창수 청년 최고위원 등 신임 지도부와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 13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