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일만 터지면 '준전시 상황'…'구의역' 같은 참사에는 안 써
  • ▲ 박원순 서울 시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원순 서울 시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서울시가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 신청 접수가 6,309명이 지원하며 막을 내렸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를 보고 다시 '준전시 상황'이라고 표현, 눈총을 사고 있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7월 4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신청접수를 받은 결과 총 6,309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청년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4시간 연장해 신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인철 대변인은 "정부가 청년 사업에 일정 예산을 쓰면서도 6월 청년 실업률이 10.3%에 육박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청년들의 현재 상황은 '준전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대변인의 '준전시 상황'이라는 표현에 많은 사람들은 2015년 여름을 떠올렸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과 관련해 2015년 6월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언론들 앞에 서서 '준전시 상황'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어서다.

    2015년 6월 4일, 박원순 시장은 오후 10시라는 늦은 시간, 시청 브리핑룸에서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35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1,500여 명의 이상의 서울시민과 접촉했을 수 있다"고 발표, 시민들을 불안케 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면서 "이 시간 이후부터 서울 시민의 안전을 위해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스 긴급 브리핑 하루 뒤인 6월 5일, 박원순 시장은 시청에서 시장-구청장 연석회의를 열어 "이건 준전시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 2015년 6월 4일 밤 박원순 시장이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화면 캡처
    ▲ 2015년 6월 4일 밤 박원순 시장이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화면 캡처

    이후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준전시 상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부적절한 표현'과 함께 국민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다시 '준전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취업·주거난 등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을 비유하며 '준전시 상황'이라는 단어를 사용 중이다.

    지난 4월 26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역세권 2030청년주택' 공급 방안 설명회 자리에서 "청춘들은 최악의 실업률 최악의 경제난 최악의 주거환경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준전시 상태라는 인식 아래 서울시 전 직원들이 총력을 다해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준전시 상황'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듯한 박원순 시장이지만, 정작 시민안전과 관련된 일에는 이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점이 눈에 띤다.

    실제 2013년 7월 15일 노량진 배수지에서 인부 7명이 수몰,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던 사고나 강남역과 성수역, 구의역, 서울역, 이수역 등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처럼 '시민안전'과 직결된 사고가 일어났을 때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서울시 관계자들 또한 '준전시 상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