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여부 통일 전까지 유보돼야" → "서훈 취소하면 보훈처장부터 사퇴해야"
  •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가운데)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보훈처가 김일성 친인척에게 서훈한 것을 비판했었다. 하지만 야권 내 반발이 커지면서 4일 입장을 번복하면서 당내 갈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가운데)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보훈처가 김일성 친인척에게 서훈한 것을 비판했었다. 하지만 야권 내 반발이 커지면서 4일 입장을 번복하면서 당내 갈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북한 김일성 친·인척 서훈' 논란이 야권 내 강경세력의 집중포화에 고개를 채 들기도 전에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박용진 의원은 당초 '김일성 친·인척에 대한 건국훈장 애국장 서훈 여부는 통일 이전까지 유보돼야 한다'며 서훈 추서에 반대했었다.

    하지만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주류 세력이 '연좌제'를 거론하며 격렬하게 반발하자 박용진 의원은 조심스럽게 입장을 번복했다. 이른바 눈치보기다.

    박용진 의원은 4일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나와 "김일성 친인척,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에 대해서 서훈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당연히 독립유공자들이 자신의 이념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 부분에 대해서 서훈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김일성의 외삼촌에 대한 서훈을 통일 이후에 줘도 늦지 않다고 했던 기존 입장이 연좌제 적용 논란으로 바뀐 것 아닌가는 지적에 "2005년도에 마련된 기준대로 이른바 사회주의계열에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에 대한 서훈은 더 폭넓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승춘 처장과 보훈처가 완전히 무능, 이념편향적인 보훈처 운영, 원칙 없는 서훈 이런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서훈을 취소하겠다고 한다면 박승춘 보훈처장부터 당연히 사퇴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일성의 친인척에게 훈장을 줄 수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과 확연히 다른 발언이다.

    지난달 28일 박용진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김일성 외삼촌에게 서훈을 한 최초의 보훈처장", "대한민국 세금으로 김일성 외삼촌에게 매달 390만원을 주게 되는 것" 등 보훈처를 비판했다. 

    보훈처가 북한 김일성 삼촌 김형권 씨에게 2010년, 외삼촌인 강진석 씨에게 2012년 각각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지난 1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었다. 

    "연좌제에 찬성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지만, 저는 연좌제에 반대한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의 친인척에게 대한민국 보훈처가 훈장을 줄 수는 없다. 그것만은 아니다. 저는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에게 불이익이 가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와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에 대한 기준은 명백히 달라야 한다. 이것이 제가 믿는 상식이며 우리 땅을 지킨 분들에 대한 인간 박용진으로서의 예의다." 


    그러나 더민주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주류세력은 이같은 박용진 의원의 주장에 '색깔론이나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이냐'며 압박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 전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으로 박용진 의원을 향해 "이분 언제 새누리당으로 옮겼나. 박승춘 처장을 몰아내야 하는 건 맞지만 이번 일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일성 외숙이 독립운동을 한 근거가 있다면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도 전에 사망했는데 서훈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표시절 혁신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서울대 조국 교수도 페이스북에 "박용진 의원이 큰 실수를 했다"며 "김일성 삼촌이건 누구건 일제 하 민족해방투쟁에 헌신한 분들의 공은 인정돼야 하고 이분들에 대한 서훈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친문' 성향 네티즌들은 박용진 의원의 글에 댓글로 "방금 구구절절 쓴 이 글의 내용이 바로 연좌제의 핵심이다", "잘못했다는 한 마디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등의 글을 남기는 등 박 의원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일부 좌파 인사들은 박용진 의원에게 '이제부터 너를 적(敵)으로 간주하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김일성 친인척 서훈' 논란이 당내 NL(National Liberty·민족해방)과 PD(People's Democratic·민중민주) 운동권 간 해묵은 갈등이 재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L의 대표적 단체로는 지난 2014년 헌법 재판소가 위헌 정당 심판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꼽힌다. 더민주 지도부는 이러한 통진당과 총선마다 '야권 연대'를 추진하며 종북세력의 '숙주' 노릇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현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였으며 PD 계열이 탈당해 창당한 '진보신당'의 부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당시 제1야당이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이뤘다. 20대 총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울산 지역에서 옛 통진당 출신 인사들과 '야권 단일화'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