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전후 정국 경색 불가피…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 신설은 진전"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청와대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원고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청와대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원고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간의 청와대 회동 이후 정국은 단기적으로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동에서 합의된 대통령~3당대표 분기별 정례회동과 민생현장점검회의의 향후 운용에 따라 협치가 실현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에서는 당면한 현안 과제가 상당수 논의됐으나 쌍방이 이렇다할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및 제창 문제와 세월호특별법 개정 문제를 의제로 올렸으나, 박근혜 대통령도 원칙에 따라 평소 밝혔던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있어서는 "5·18 행사 정신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인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는) 찬반이 있어서, 국민 분열로 이어지면 문제가 있다"는 뜻을, '세월호 특별법' 개정 문제에 있어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연장하면 국민의 세금도 많이 들어가고 여론도 찬반이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결국 (우리가) 할 말을 다했고, 대통령께서도 소상하게 설명했는데 그 의도는 알겠더라는 정도"라며 "(평행선을 달렸다고) 그렇게 느꼈다면 그렇게 쓰시고, 내가 여기에서 평가하기는 좀 그렇다"고 밝혔다.

    야권의 주요 이벤트인 5·18 36주기가 다음 주, 노무현 추도식이 다다음 주로 다가온 가운데, 당면 현안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있어서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호남 민심 및 야권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양당이 5·18 및 5·23 행사에서 현지 민심을 의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놓고 경쟁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불보듯 뻔한 수순이 됐다.

    5·18을 앞둔 광주 민심은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민감하고, 5·23을 앞둔 친노·친문패권세력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여론을 의식해 야2당이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발언을 쏟아내게 되면 정국의 경색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경우 지난 11일 여야 3당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가 모였던 이른바 '333 회동'에서 이뤄졌던 "19대 국회의 남은 기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은 최대한 처리하자"는 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봐야 한다.

  •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청와대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청와대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이 '임을 위한 행진곡' 관련 결의안이나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4법 등의 처리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세월호법 개정 등 예민한 현안에서 진전된 태도 변화가 없었던 점은 좀 아쉽게 생각한다"며 "청와대에서는 노동개혁이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시급하다는 말이 있었다만, 두 야당 원내대표는 그 문제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변재일 정책위의장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려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을 대통령이 계속 하셨다"면서도 "총선으로 3당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누구든지 100을 가져가려 하지 말고 70~80에서 타협하라는 명령이 아닌가"라고 반문해, 쟁점에 관한 쌍방 간의 양보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에 동의하지는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333 회동'에서 합의했던 내용 중 '19대 국회내 법안 처리'는 의미를 잃게 됐다. 여야 3당은 향후 원내수석끼리 20대 국회 원구성을 협상하는 한편, 정책위 차원에서의 접촉을 통해 협치의 실현을 조심스레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일 '333 회동'에서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3당의 특별한 정책 협의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 경제부총리까지 가담해 3당 정책위의장과 함께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를 갖기로 하는, 보다 큰 스케일에서의 합의가 이뤄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날 함께 합의된 대통령과 3당대표 간의 분기별 정례 회동과 함께 경제부총리~3당 정책위의장 간의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가 잘 운용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협치'가 구현될 희망은 여전히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도 "정례회동과 경제민생점검회의 등을 신설한 것은 협치라는 의미에서 진전된 것"이라며 "그러한 협의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도 실어줘야 하는데,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문제"라고 기대감과 가능성을 열어놨다.

    야권 관계자는 "당장 '선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회동에 비하면 상당히 낙관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정국의 경색이 있겠지만,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풀리면서 협치가 잘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