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두 야당 건의에 국론분열 생기지 않는 방안 찾아보라 지시"
  • ▲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가 13일 청와대에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가 13일 청와대에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여소야대(與小野大)를 의식한 듯, 많은 것을 양보한 대통령이다.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3당 원내지도부 회동은 소통(疏通)과 협치(協治)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대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회동 직후,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진 합의사항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크게 6가지로 요약된다.

     

    1. 3당 대표 회동은 1분기에 한 번씩 갖기로 하고 정례화하기로 했다.

    2.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은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했다.

    3. 안보상황과 관련한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도록 정부가 노력하기로 했다.

    4. 가습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엄중 수사 중에 있고,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철저히 따져주시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다.

    5.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허용해달라는 것을 두 야당에서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했다.

    6.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무장관직 신설을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 사항이므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가장 많은 발언을 쏟아낸 것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분기에 한 번씩 각 당 대표들과 정례회동을 갖자고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며 필요하면 더 자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지원 원내대표는 13~14개의 국내 현안을 테이블에 던져가며 발언권의 상당 부분을 점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이 제기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야당 원내지도부의 발언을 꼼꼼히 메모하며 차분한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민생경제를 위해서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간 민생경제 점검을 위한 회의를 바로 받아들이고 얘기하신 것, 안보 문제에 대한 상황과 정보에 대해 공유하라고 하고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한 이런 말씀은 저희가 예상하지 못했던 말씀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역시 "박 대통령이 국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조한 부분은 상당한 성과"라고 호평했다. 

     

     

  • ▲ 1982년 만들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 원곡 악보. ⓒ뉴데일리 DB
    ▲ 1982년 만들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 원곡 악보. ⓒ뉴데일리 DB

     

    거센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도 있다.

    두 야당 원내지도부는 이달 박 대통령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강력히 건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문제 만큼은 확실하게 말씀해 달라, 선물을 좀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 좋은 방안을 찾아볼 수 있도록 보훈처에 지시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년대 초에 만들어진 민중가요로 광주사태 주동자를 기린 노래다. 백기완씨의 시(詩)인 '묏비나리'에서 가사를 따와 소설가 황석영이 작사를 하고, 작곡가 김종률(전남대 출신)이 작곡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사자인 황석영(本名: 황수영)은 1989년~1991년 기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입북(入北)하고, 일곱 차례에 걸쳐 김일성을 친견한 뒤 북한으로부터 25만 달러를 받았던 인물이다. 황씨는 1993년 귀국 후 수감됐으며, 1998년 대통령 특사로 풀려났다.

    황석영씨는 북한 체류 당시 김일성과 '언 감자국수'를 함께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언 감자국수'는 김일성이 빨치산 활동 당시 땅 속에 묻어둔 언 감자를 꺼내 국수를 해 먹었는데, 맛이 있었다고 해서 김일성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보훈단체 관계자들은 "작사를 맡았던 황석영씨가 불법 방북(訪北)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방북 당시 북한의 5.18 선전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를 공동 제작하고, 여기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경음악으로 삽입했다"며 이런 노래를 정부의 공식 행사 기념곡으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 한-중 FTA 중단 전국농어민대회에서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이 "빨갱이가 여기 왜 왔느냐"며 대회장을 떠날 것을 요구하는 한 농민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 한-중 FTA 중단 전국농어민대회에서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이 "빨갱이가 여기 왜 왔느냐"며 대회장을 떠날 것을 요구하는 한 농민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이 노래는 북한에서 발간한 '통일노래 100곡선'(1990, 윤이상 음악연구소)에 수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태 의원은 "황석영이 방북해 김일성에게 하사받은 25만 달러로 이 노래를 편곡, 영화를 제작할 때는 반미(反美) 선동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은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하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속으론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인해 매년 5월마다 대한민국의 국론이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전인 백기완씨의 시(詩) '묏비나리'의 주요 내용은 민중계급론, 미(美) 제국주의 식민지배 등을 근거로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이나 좌파 단체, 특히 이석기의 RO나 통진당과 같은 세력들이 한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애국가 대신 이 노래를 사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13대와 14대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백기완씨는 1979년 11월 서울 YWCA 회관에서 결혼식으로 위장한 '계엄해제·유신철폐 촉구 시위'를 열었다.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를 당한 뒤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지 않고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으려 하자 대선에 나갈 기회가 사라진 재야 인사들이 크게 반발한 시위였다.

    백기완씨는 이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 1980년 계엄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1981년 사면을 받아 풀려났다.

    그리고 백기완씨는 감옥에서 '묏비나리'를 썼다. 내용은 이렇다.

    "치켜뜬 눈매엔 군바리가 꼬꾸라지고 힘껏 쥔 아귀엔 코배기들이 으스러지고 썽난 뿔은 벌겋게 방망이로 달아올라 / 꽹쇠는 갈라 쳐 판을 열고 장고는 몰아쳐 떼를 부르고 징은 후려쳐 길을 내고 북은 쌔려쳐 저 분단의 벽 제국의 불야성 왕창 쓸어안고 무너져라…(하략)"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만약 5.18 기념곡으로 정식 지정될 경우 순국선열을 기려온 보수 진영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정치세력과 시민단체가 국민의례와 애국가를 대신해 이 노래를 불러 논란을 증폭시켜온 만큼 제2의 이념(理念)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