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겠느냐고.

    설마 설마 하면서 엉거주춤하던 공화당이 ‘수퍼 튜스데이 (Super Tuesday)’-‘수퍼 화요일’ 결과가 나타나면서 내전을 방불케 하는 공황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설마가 결국 공화당을 잡을 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11개 예선 주 가운데 알라바마, 아칸사스, 조지아, 매사추세츠, 테네시, 버몬트, 버지니아 등 7개 주에서 승리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꼽히는 수퍼 튜스데이는 트럼프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확고한 선두주자로 올려놓았고, 2주일 뒤에 실행되는 플로리다주와 오하이오주 예선에서 트럼프가 또 이긴다면 트럼프는 거의 확실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자의 위치를 확보하게 됩니다.

  • ▲ 트럼프 후보 반대 연설을 하고있는 롬니.(연합뉴스)
    ▲ 트럼프 후보 반대 연설을 하고있는 롬니.(연합뉴스)



    그러나 제도권 공화당은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후보로 되면 지지를 않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어떻게 해서든지 트럼프가 후보로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를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로써는 특별한 묘안이나 대책이 없고, 너무 늦었습니다.

    사우스 캘로라이나 예선과 네바다 코커스에서 마코 루비오가 2위를 차지하면서 제도권 공화당은 루비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기대를 했으나 수퍼 튜스데이에서 루비오는 미네소타 1곳에서만 승리를 해 트럼프와 상대가 되질 않는 약질로 나타났습니다.

    44세의 루비오는 얼굴 생김도 어려 보이지만 말을 너무 빨리 잘하는 것이 약점이 되어, 진중한 면과 신뢰성이 약해 보인다는 평을 받으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 ▲ 뒤늦게 트펌프 강공에 나선 루비오.(연합뉴스)
    ▲ 뒤늦게 트펌프 강공에 나선 루비오.(연합뉴스)



    그동안 트럼프에게 강한 공세를 하는 것을 피해왔던 루비오는 제도권 공화당의 강력한 요청을 받고 최근의 TV 토론회에서 트럼프를 ‘칸 아티스트(con artist)’-‘사기꾼’이라는 극한 언어로 공세를 가하면서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고용문제, 트럼프 대학 사기 고소문제 등을 맹공하면서 강력한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으나 선거 결과에서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루비오가 뜨지를 않자 어쩔 수 없는 크루즈 대타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공화당 주류와 불화 관계에 있는 테드 크루즈가 고향 선거구인 텍사스와 함께, 인접주 오클라호마와 멀리 떨어진 알라스카에서 승리하자 크루즈를 대안으로 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바닥을 헤매다 탈락한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 린지 그램 상원의원은 “나는 크루즈를 싫어하지만, 지금으로써는 크루즈 밖에는 대안이 없을 것 같다”면서 “내가 이 말을 해야 할 줄은 상상치를 못했다”고 “크루즈 대안론”을 처음으로 운을 띄었습니다.

  • ▲ 뉴욕타임즈가 '악마성 있는 인불'이라고 비난하는 크루즈.(연합뉴스)
    ▲ 뉴욕타임즈가 '악마성 있는 인불'이라고 비난하는 크루즈.(연합뉴스)


    크루즈도 트럼프를 막을 길은 자기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공화당이 자기를 밀어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루즈가 수퍼 튜스데이에서 트럼프 대안의 위치를 확보했으나 수퍼 튜스데이를 치른 주는 대부분 남부 보수 지역이기 때문에 크루즈가 트럼프에게 대패한 것은 텃밭에서 치명타를 입은 것이기 때문에 설득력은 크지가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 크루즈는 공화당 제도권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얼굴 생김새부터가 싫고, 지나친 극우 성향과 좌충우돌하는 성격이 못마땅하다는 사람이 많아서 아직 별다른 공명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도 보수로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은 크루즈를 ‘악마성이 있고’(satanic) ‘이교도’(pagan) 같다고 평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보다 별반 나을 게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있을 예선 지역은 개방성이 강한 선거구여서 극우 성향의 크루즈 보다는 루비오나 케이식이 더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주들입니다. 특별히 2주 뒤인 3월 15일에 시행되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예선은 루비오와와 케이식의 후보 운명을 결정하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인 루비오와 오하이오 주지사인 케이식이 자기 지역에서 이기지 못하면 더는 캠페인을 이끌고 갈 동력을 잃게 됩니다.

    현재 여론조사는 루비오에게 더욱 불안감을 주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루비오 출신 지역인 플로리다에서 10%-20% 가량 크게 앞서고, 케이식 출신지역인  오하이오에서는 케이식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예선은 득표 비율에 따라 대의원 수를 배분하는 방법을 택했으나, 선거구가 크고 대의원 수가 많은 플로리다주와 오하이오주는 한 표라도 이긴 후보가 모든 대의원을 차지하는 이른바 “승자 독식(Winner-take-all)” 방법을 택하고 있어 상징성에서만이 아니라 실리에서도 루비오와 케이식의 후보 운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 ▲ 공화당 후보로 대세를 굳혀가는 트럼프.(연합뉴스)
    ▲ 공화당 후보로 대세를 굳혀가는 트럼프.(연합뉴스)



    이 예선은 트럼프의 대항마를 세우는 전략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제도권 공화당은 루비오가 플로리다에서 이기고, 케이식이 오하이오에서 지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래야 케이식이 물러가고 루비오에게 중표 보수표를 모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루비오가 플로리다에서 지고, 케이식이 오하이오에서 이긴다면 루비오를 하차시켜야 하는데 그동안 케이식이 너무 바닥에 머물러 왔고 다른 지역 지지도가 루비오만큼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고민은 루비오와 케이식이 자기 고향 주에서 각각 승리할 경우입니다.

    두 사람 모두 사퇴를 거부할 것이기 때문에 표가 분산되고 결국 트럼프가 이득을 얻게 됩니다. 만약 3월 15일 예선에서 트럼프가 플로리다주와 오하이오주 모두에서 승리할 경우 선거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아무도 없게 됩니다.

    트럼프가 후보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트럼프가 예선에서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해서, 7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대통령 후보를 선출토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트럼프가 가만있을 리가 없고 어쩌면 독자적으로 출마를 선언할 수 있고 공화당 내전은 분당으로 갈 가능성까지 있지만, 공화당 지도부와 제도권이 분당까지 가는 극약 처방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공화당이 분열되는 한이 있더라고 트럼프를 거부하는 사태가 오면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해집니다.

  • ▲ 샌더스를 압도한 힐러리 클린턴.(연합뉴스)
    ▲ 샌더스를 압도한 힐러리 클린턴.(연합뉴스)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은 신사 숙녀적인 예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 때 힐러리가 샌더스에게 밀리는 조짐을 보이자 힐러리가 과민해지고 샌더스에게 다소 네거티브한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으나 힐러리가 서부의 방화벽 네바다에서 이기고, 남부의 방화벽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대승하면서 마음의 여유와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선거운동의 품위를 잃지 않게 했습니다.

    수퍼 튜스데이 11개 예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알라바마, 아칸사스, 조지아, 마사츄세츠, 테네시, 텍사스, 버지니아 등 7개 주서 승리하고, 샌더스가 콜로라도, 미네소타, 오클라호마, 버몬트 등 4개 주에서 이겼습니다. 수퍼 튜스데이는 힐러리의 대세론에 힘을 얻게했습니다.

    그러나 샌더스는 자신이 무명의 3%에서 이 정도로 올라 왔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면서 앞으로 있을 진보적인 주에서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정치혁명은 계속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샌더스가 한 때 주춤했다가 다시 힐러리를 위협했던 것처럼 힐러리 쪽으로 가는 바람을 다시 바꿀 수 있다면 대 이변이 될 것입니다.

  • ▲ 샌더스 후보와 '닮은 꼴'로 화제가 되었던 4살 어린이가 돌연사 하여 또 화제가 되었다. 사진은 닮은 꼴 아이를 안아주는 샌더스.(연합뉴스)
    ▲ 샌더스 후보와 '닮은 꼴'로 화제가 되었던 4살 어린이가 돌연사 하여 또 화제가 되었다. 사진은 닮은 꼴 아이를 안아주는 샌더스.(연합뉴스)



    아이오와, 뉴 햄프셔 예선에서 힘을 얻었던 샌더스의 기세가 꺾인 것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힐러리에게 대패했기 때문입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선에서 힐러리를 살려준 것은 흑인 표였습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민주당 예선의 유권자는 백인보다 흑인이 많습니다. 이들 흑인들이 힐러리에게 85%에서 90%에 육박하는 몰표를 몰아 준 것이 힐러리의 대승을 가져다준 요인이었습니다.

    전반적인 유권자 분석에서 샌더스는 백인 표에서 힐러리를 앞서고, 특히 30대 이하 젊은층에서는 7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힐러리는 60대 이상의 나이 든 여성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흑인 표에서 압도적으로, 히스패닉 표에서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예선에서 샌더스가 흑인표와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의 벽을 뚫지 못하면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3월 15일에 있을 플로리다, 일리노이, 오하이오, 미조리, 노스 캐롤라이나 등 표가 많은 큰 예선이 있기 전에 캔사스, 켄터키, 루이지아나, 메인, 네브라스카, 하와이, 아이다호, 미시간, 미시시피 예선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예선은 중부와 동부, 서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론 조사로는 이들 대부분 주에서 트럼프와 힐러리가 앞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