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의 살 길,
    노무현 따라 새마을 노래 부르기

     


  •  이호 / 목사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
     신안산대학교 겸임교수

    어느 토크 콘서트에서 문재인이 말했다.
    “요즘 처지가 설악산 흔들바위 같다. 감기에 걸려서 몸도 마음도 아프다.”
    안철수가 탈당하자, 그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노무현이 그립다”는 말도 했다.
    사람이 흔들리면 어머니가 보고 싶고 친구가 그리워진다.

    문재인이 그리워한 노무현은 누구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극과 극을 넘나든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해놓고 실제로는 미국산 무기를 제일 많이 사들였다.
    좌파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미국 군수산업체에 우리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별놈의 보수”라고 하더니 한나라당에 연정(聯政)을 제안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조중동”이라고 싸잡아 욕하면서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駐美) 대사로 임명했다. 

    종잡을 수 없는 행태에 좌파는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친다”는 뜻으로
    “놈현스럽다”는 단어를 만들었다.
    우파는 “경계선 인격 장애”로 진단했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도 모순적이다.
    2007년에 공개된 연설에서는 당시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에 대해서
    “해외에서 독재자의 딸이니 어쩌니 하면 곤란하다”고 강공을 날렸다.
    박정희를 “독재자”로 규정한 것이다.

    2003년의 공개되지 않은 회담에서는 사뭇 다른 평가를 보여주었다.
    청와대를 찾은 알제리의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김일성 일가와 친분이 있었다.
    그는 “북한에 가보니 김일성 지도자는 북한 주민을 위해 정말 열성적으로 일했다.
    그 아들 김정일도 못지 않게 헌신적이고...” 하는 망언을 읊어댔다.

    우파들이 생각하는 노무현은 이럴 때 “맞습니다, 맞고요...” 하고 맞장구치는 캐릭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는 얼굴이 궂어져서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2009년 6월 30일자 <조선일보>가 보도한 발언을 그대로 옮긴다.
    "김일성 김정일을 말하지만 북한 주민 상당수가 굶고 있습니다.
    우리 남쪽에는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그때까지 못살던 농촌과 지방을 바꾸어서 잘살게 만들었습니다.
    새마을 운동이라는 걸 했습니다. 우리가 북한보다 잘살게 된 것이
    바로 박 대통령 때부터입니다.”
     
    알제리 대통령의 친북(親北) 공세에 노무현이 꺼내든 반격의 카드는 박정희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래까지 불렀다.
    “그분이 지은 '새마을 노래'라는 게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운동권 출신 대통령은 순간 새마을 지도자로 변신했다.
    주먹을 흔들고 박자를 맞추어가며 힘차게 불렀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 새마을을 가꾸세...”
    당시 통역사였던 최정화는 그 장면을 회고했다.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말이 안나왔다. 내 통역 인생에서 정말 잊을 수 없다.”

  • ▲ 2003. 12. 9 한국 - 알제리 정상회담. 이때 노무현은
    ▲ 2003. 12. 9 한국 - 알제리 정상회담. 이때 노무현은

    해외에서 “독재자”라고 비판할 것을 지적하면서, 정작 국내에 찾아온 외국 대통령에게
    “독재자”의 업적을 홍보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외국 정상 앞에서 청하지도 않은 노래까지 불러대는 것은 노무현스러운 매너인데,
    그 노래가 새마을 노래였다는 것은 충격적인 반전이다. 

    문재인이 그리워하는 노무현은 누구인가.
    박정희를 “독재자”로 규정한 투사인가, 아니면
    “새마을 노래”의 주인공으로 평가한 정치가인가.
    현재까지의 초점은 “독재자”쪽에 맞추어져 있다.

    이어지는 탈당사태로 혼란한 가운데 던진 문재인의 말은 사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르신들에게는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없다.”
    그가 지칭한 어르신은 누구인가.
    우리 역사 반만년에 가장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세대이다.
    5천년 기나긴 세월 동안 농사짓던 나라에 공장을 세웠다.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어 우리 강산을 푸르고 푸르게 만들었다.
    한반도에 갇혀있던 민족이 5대양 6대주로 뻗어나갔다.
    노무현이 불렀던 바로 그 노래, “새마을 노래”를 부르며
    새로운 마을,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국가로 변신해갔다.

    정반대로 문재인은 누구인가.
    본인의 표현처럼 설악산 흔들바위같은 캐릭터이다.
    아무리 밀어도 아무리 흔들어도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흔들리고 밀리는 것 같은데 결국에는 그 자리이다.
    안철수가 탈당하고 김한길이 경고하고 호남 민심이 요동을 쳐도
    문재인은 변하지 않는다.
    끝끝내 “친노 운동권 패러다임”을 고집한다.

    가장 변하지 않는 인물이 가장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세대를 가리켜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웃기는 소리인가, 아니면 웃기지도 않은 소리인가.

    문재인이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그토록 그리워하는 노무현을 따라가면 된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그의 목소리가 떠오르고 그가 불렀던 노래를 기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노무현을 따라서 새마을 노래를 부르면 된다.
    새마을 노래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성취를 긍정하고,
    그 성취를 이룬 세대를 인정하며,
    과거의 성취를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갈 현재를 만들어가면 된다.

    문재인이 새마을 노래를 부른다면,
    주변의 운동권 패거리들은 “항복” 내지는 “투항”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맞다. 항복이고 투항이다.
    대한민국에 투항하라. 대한민국의 품은 넒다.
    주체사상파 김영환도, 노동운동가 김문수도 품어낼 만큼 깊고도 넓다.
    문재인을 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안심하고 “새마을 노래”를 부르며,
    대한민국에 투항하라.